[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건일제약이 신성장 동력으로 야심차게 준비하던 항암제 개발에 실패했다.
건일제약은 다이이찌산쿄와 공동개발 중이던 항암 신약 ‘니모투주맙’(제품명 ‘테라심’)의 임상3상 시험을 최근 중단(Terminated)했다.
니모투주맙은 쿠바의 CIMAB에 의해 개발된 EGFR을 표적으로 하는 분자 표적 약물이다. 해외에서는 두경부암, 악성 뇌종양, 식도암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건일제약과 다이이찌산쿄는 니모투주맙을 위암 치료제로 개발해왔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임상2상 시험을, 2013년부터 최근까지 임상3상 시험을 진행했다.
임상3상 시험은 ‘진행성 또는 재발성 위 및 위·식도 접합부 암 피험자를 대상으로 하는 2차 치료제로서 테라심주와 이리노테칸 병용요법 대비 이리노테칸 단일요법 유효성 비교’(Phase 3 Study of Nimotuzumab and Irinotecan as Second Line With Advanced or Recurrect Gastric and Gastroesophageal Junction Cancer) 연구였다.
양사는 5년여 동안 연구를 진행했으나,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결국 임상시험을 조기에 중단했다.
건일제약 관계자는 “3상을 진행하면서 중간에 유효성 입증이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해 임상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며 “안전성보다는 효과 면에서 문제가 있었다. 오래 개발한 약물인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니모투주맙이 위암 치료제로서 효과가 부족하다는 점은 이미 임상2상 시험에서 드러난 바 있다.
건일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다이이찌산쿄와 공동으로 위암 다국가 임상2상 시험을 진행했다.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니모투주맙과 이리노테칸 병용요법 대비 이리노테칸 단일 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비교하는 연구였다.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의학 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에 올라온 해당 임상 논문을 살펴보면, 니모투주맙과 이리노테칸 병용요법은 이리노테칸을 단독 투여한 것보다 우월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EGFR 발현 정도가 면역화학조직검사(IHC, Immunohistochemistry) 기준 2+, 3+로 과발현된 환자에서는 잠재적인 개선을 보였다.
건일제약은 여기에 승부를 걸었다. EGFR IHC 등급이 2+ 또는 3+인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3상을 진행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5년부터 무려 13년여 동안 개발한 신약이 무위로 돌아간 셈이다.
참고로 건일제약은 지난 2005년 캐나다 CIMYM 바이오사이언스와 니모투주맙의 공동개발 및 국내 판권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일제약은 머크의 대표적인 표적항암제 ‘얼비툭스’(일라이릴리가 인수)를 목표로 니모투주맙 개발에 몰두했다”며 “니모투주맙과 얼비툭스의 기전이 비슷한 만큼 개발 완료 시 상당한 시장 반응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고 말했다.
참고로 얼비툭스의 글로벌 매출액은 2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