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계 “협회 ‘자정 운동’ 못 미덥다”
간호계 “협회 ‘자정 운동’ 못 미덥다”
“강제 조항 없이는 선언에 불과 … 간호 관리자부터 자성 필요 … 투쟁·고소·고발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 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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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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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최근 대한간호협회가 내놓은 ‘간호 조직 체계 및 문화 혁신을 위한 10개 과제’에 대해 간호계 안팎에서 “구체적이지 않고 투쟁 결의가 없는 선언적인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낮은 처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간호계는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 장기자랑 문제부터 을지병원 갑질 사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집단 사망 사건, 밀양세종병원 화재 사건, 서울아산병원 신규 간호사 자살 사건 등에 직면해 총체적 난국에 빠진 모양새다.

▲ 지난 26일 열린 ‘간호 조직 체계 및 문화 혁신 선언식’의 모습

간협은 최근 ‘태움’(괴롭힘) 등 간호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내부 자정을 위해 ‘간호 조직 체계 및 문화를 혁신하기 위한 10개 과제’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선 간호사들은 10개 과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지는 선언에서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강제 조항 없이는 두루뭉술한 선언”

10개 과제 중 ‘의료기관의 이윤 추구를 위해 간호사에게 부여된 타 직역의 업무 등 불법적 행위를 거부하고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의 일에만 전념할 것’이라는 선언에 대해 서울 중소병원 간호사 A씨는 “법제화가 되지 않은 이상 두루뭉술한 선언에 그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강제 조항이 따라와야 한다. 노사가 합의하거나 의사단체와 여러 관계 기관과 협의하는 진일보 없이는 그저 우리끼리 안 하겠다고 하고 일을 거부하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선언식 당시 신경림 간협 회장은 ‘부당업무 거부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기 어렵겠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지금까지는 힘들었겠지만, 이번 기회(선언식)를 통해 간호사들이 업무를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도 간호사들에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은 당시 “예를 들면 본인이 미국에서 간호사로 활동할 당시 특정 업무에 대해 할 수 없다고 하면 간호부가 알아서 처리했다. 간호사들이 힘들지만 말할 수 없는 부분을 간호부에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제도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중소병원 간호사 B씨는 “외국 의료 환경을 한국에 대입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B씨는 “고질적인 태움 문화부터 수직적인 문화를 만들고 성희롱·성폭행에 대해 흐지부지 대응하고 근무시간 외 수당을 챙겨주지 않고 오프날 불러내는 간호 관리자 대부분이 간협에서 활동한다. 누굴 믿으라는 말인가? 자정은 간호 관리자부터 해야 한다. 간협이 과연 노동법을 아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 중소병원 간호사 C씨는 “대리처방을 누가 하고 싶겠나? 환자의 요구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 의사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며 “모 병원에서 간호사들이 대리처방으로 조사받는데 간협이 뭘 했나? 간협은 본론을 건드리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 간협 신경림 회장

“의사단체와 정부 만나 정치력 발휘해야”

간호사 인력 기준을 의료기관이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대국민 캠페인 선언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서울 중소병원 간호사 D씨는 “국민이 간호사 줄여달라고 요청한 것도 아닌데 대국민 캠페인은 아닌 것 같다”며 “인력기준은 병원의 경영논리에 의한 것이다. 간협은 의사단체와 정부를 만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인식 개선으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상생협력을 통해 간호사 근로조건 향상 등을 해결하겠다는 선언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서울 대형병원 간호사 E씨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의 처우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지만, 하향 평준화가 될지 상향 평준화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최근 수가를 간호사의 실질 급여에 반영할 수 있도록 야간수당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가이드만 나왔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 상태”라며 “간협도 똑같이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장서 목소리 내는 관리자 없다”

서울아산병원 신규간호사 자살사건에 대해서는 간호 관리자들이 먼저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간호계 관계자 F씨는 “간협에서 활동하는 중간관리자들은 협회 내에서만 문제를 제기할 뿐, 실제 사업장에서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간협 안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과 다른 기관과 협의하거나 싸워 쟁취하는 것은 완전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다.

“‘투쟁·고소·고발’ 등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간호계 관계자 G씨는 “이번 선언은 의사단체와 정부를 만나 정리한 뒤 나와야 했다”며 “대리처방 등의 부당업무는 간호사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뭔가 지시가 있으니 하는 것이다. 그 지시를 간협이 지금과 같은 선언으로 차단해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쟁을 하든 고소·고발을 하든 더욱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적인 변화를 위한 물꼬를 틀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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