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국내 제약업계 매출 1위 기업이지만, 상품 비중이 높아 본업에 충실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유한양행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에 자회사인 ‘Yuhan USA’를 설립했다. 목적은 신약 개발이다. 법인장은 유한양행의 최순규 연구소장이 맡고 나머지 인력은 현지에서 충원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 자회사를 통해 투자할 가치가 있는 신약후보 물질과 회사를 찾는다는 방침이다. 임상과 신약 개발, 벤처 투자 등 오픈이노베이션 센터 개념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하반기에는 미국 보스턴에도 같은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이정희 사장 취임 이후 수년 동안 오픈이노베이션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앱클론과 공동 개발 중인 항체신약 프로젝트들 가운데 첫 번째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YHC2101)을 도출하는 데 성공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국내 벤처기업이 위주였던 오픈이노베이션 대상을 미국 및 글로벌 기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오픈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가능성 있는 유망 벤처기업 등에 투자를 늘리며 신약후보 물질 발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총 21개 기업에 출자했다.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다. 이 중 상당수는 바이오벤처 기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유한양행은 지난 2011년 유전체 및 발연체 분석시스템 업체인 엔솔테그(현 엔솔바이오사이언스)에 45억원 출자를 시작으로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테라젠이텍스(200억원) ▲위생용품 전문회사인 유칼릭스(27억2000만원) ▲분자진단업체 바이오니아(100억원) ▲화장품 제조업체 코스온(150억원) ▲항체융합기술 활용 단백질 치료제 개발기업 제넥신(200억원) ▲항암 항체치료제 개발전문업체 파멥신(30억원) ▲미국 신약개발사 소렌토(120억7800만원) ▲면역증강 단백질 기술업체 네오이뮨테크(35억1400만원) ▲폐암치료제 전문업체 제노스코(49억8900만원) ▲동물백신 개발업체 바이오포아(20억1600만원) 등에 투자했다.
이 중 상당수는 이정희 사장이 취임한 2015년 이후 출자한 기업이다. 이 사장의 체질 개선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사장 직속으로 미래전략실부터 만들었고 신약 개발에 투자를 늘렸다. 신약 개발 후발주자인 만큼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신약 개발을 도맡기보다는 오픈이노베이션과 적극적인 투자로 선두와 격차를 줄이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 결과 유한양행이 개발하고 있는 신약은 지난 2015년 9개에서 현재 19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이 사장 취임 전 500억원 수준이던 R&D 투자비용도 2배가량 증가해 1000억원에 육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정희 사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매출 1위라는 소리에 쓴웃음만 난다. 지금 국내 제약 산업에 있어 매출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며 “최근 주주총회에서 재임에 성공한 만큼 향후 3년 동안 이정희 표 유한양행이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한양행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조4622억원이다. 이 중 상품 비중은 40% 정도로 알려졌다. 특히 증권가에 따르면 이 회사가 판매하는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1540억원),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치료제 ‘트라젠타’(1013억원),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737억원) 등 3개 제품 매출만 총 3000억원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