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사태, 진짜 문제는 저수가·인력 부족”
“이대목동병원 사태, 진짜 문제는 저수가·인력 부족”
의협 “근무여건 열악, 예고된 참사 … 적정 수가·전문인력 확충해야” … 간협 “병상증가 그만 … 근무조건 개선해야”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8.01.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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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의료계와 간호계가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과 관련해 수사당국이 해당 부서 의료진을 입건하겠다는 결정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에 신생아중환자실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저수가와 인력 부족 문제에 있는데, 이를 병원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데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의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라고 12일 발표했다. 국과수는 병원 측이 주사제(지질영양제) 취급과정에서 감염관리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경찰은 감염관리 의무위반 등의 혐의가 있는 간호사 2명과 수간호사·전공의·주치의 3명 등 총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계와 간호계는 이번 사건을 해당 병원 의료진의 잘못만이 아닌 신생아중환자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 이대목동병원 홈페이지

열악한 근무여건, 예고된 참사

▲ 대한의사협회 로고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의료시스템과 의료인력의 부족에 따른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생아중환자실 감염 관리를 부실하게 한 해당 병원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며 “협회도 의료인 과실에 대한 부분이 있다면 내부 자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특정 병원과 특정 의료진의 잘못으로만 이 사건의 원인을 단정 짓는 것은 무리”라며 “해당 병원의 신생아중환자실에는 5명이 할 일을 2명이 감당하고 있었고 당직근무 체계조차 무너진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진간 긴밀한 협업을 필요로 하며 24시간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하는 신생아중환자실의 특성상 열악한 근무여건이 지속됐다는 것은 이 사건이 예고된 참사였음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진짜 원인은 의료시스템에 있어 … 수가보상·전문인력 확보 시급”

이 같은 사태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의료기관과 의료인이 감염관리를 제대로 할수 있는 근무여건을 만들고 적절한 수가를 보상해야 한다는 게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은 “정부는 일선 의료현장의 감염관리 인력과 장비 및 재료, 시스템 등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현실에 맞게 질 관리 수준을 대폭 향상해야 한다”며 “감염관리를 위해 투자하면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국가가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며 그에 따른 충분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해당 의료기관의 관리실태 및 책임 문제와는 별개로, 진짜 원인은 의료시스템에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중환자실과 중증외상센터에서 환자의 생명을 살릴수록 병원의 적자가 더 늘어나는 구조 속에서는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절한 수가를 보상해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시설과 장비를 갖출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혁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협 “정부, 모든 병원 중환자실 근무조건 개선해야”

▲ 대한간호협회 본관

간호계도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으로 의료인력 등 제반 업무 환경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정확한 사실 규명을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는 “정부는 그동안 병원의 시설과 장비에만 투자하고 병상을 늘리는 데만 치중했다”며 “열악한 신생아 중환자실의 의료환경 시스템 문제는 해결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신생아중환자실은 간호 1등급의 경우 1명의 간호사가 3~4명의 환아를 담당한다”며 “초극소 미숙아 출생이 증가하면서 환아의 중증도가 높아져 세심한 간호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병원 중환자실의 인력과 장비, 근무조건 기준을 현행보다 대폭 강화하고 그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식약처, 의약품 관리 문제 있다” 

간협은 신생아 사망의 주 원인인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발견된 지질영양제인 ‘스모프리피드’(Smoflipid)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들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스모프리피드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사망 위험 경고 약물로 미숙아에게 투여시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국내 식약처가 발행한 사용설명서에서는 사망 위험에 대한 경고 문구가 빠져있고 신생아를 치료하는 의료진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과수와 질병관리본부는 검사 결과상 신생아 사망 원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추정했다”며 “감염 추정 가능성으로만 의료진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해당 제품은 2006년 허가 이후 국내에서 사망과 관련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보고된 바 없으며 유럽에서도 국내와 같이 신생아 및 영아에게 해당 제품을 투여할 수 있다”며 “‘제품투여에 따른 사망’보고 등 경고 내용을 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FDA에 따르면 스모프리피드를 미숙아 등에 투여 시 사망한 사례가 문헌에 보고됐으며 부검 시 폐혈관에서 지방축적이 됐다”며 “하지만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부검 시 모든 아이의 폐혈관에서 지방축적(지방색전증)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대목동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위는 풍전등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제3기(2018~2020년) 상급종합병원 42개 기관 지정을 발표하며 “신생아중환자실 일시 폐쇄 등으로 현시점에서 이대목동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지정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며 재지정을 보류한 바 있다.

복지부는 향후 경찰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논의를 거쳐 재지정을 최종 결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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