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동근 기자]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보건의료 정책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가 하면, 4차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등장한 인공지능으로 인해 의료계와 산업계 모두 전통적인 산업형태가 근본부터 바뀔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는 등 2017년은 그야말로 ‘격동’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한 해였다.
헬스코리아뉴스 편집국이 선정한 ‘2017년 보건의료계 10대 뉴스’를 통해 올 한 해를 되돌아봤다.
①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의료계 흔든 ‘文케어’ 등장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어 19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은 국가적으로 큰 이슈이기도 했지만, 보건의료계에도 적지 않은 폭풍을 불러왔다. 특히 8월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소위 ‘문재인케어’의 발표는 보건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핵심은 ‘비급여 해소 및 발생 차단 추진’이다. MRI, 초음파 등 약 3800개에 달하는 비급여 진료항목을 2022년까지 단계별로 급여화, 궁극적으로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급여화’ 하겠다는 것이다.
비급여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고, 중증질환을 중심으로 건강보험으로 보장한다는 데서 더 나아가 질환 구분 없이 보편적으로 보장하며, 의료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이 대책의 발표는 시민단체 등에서는 환영받았으나, 의료계는 ‘성급한 급여화’라며 크게 반발했다.
② 들고 일어난 의료계 “성급한 급여 확대 안돼”
‘文케어’의 발표는 곧바로 의료계의 반발로 이어졌다. 저수가 체제가 굳어진 현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무조건 비급여를 없앤다면 결국 의료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바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비급여 비상연석회의)를 구성하고 바로 대응에 나섰다.
초반에는 전국의사총연합을 필두로 대표로 한 의료계 강경 세력들은 온건파에 가까운 현 의협 지도부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하는 등 내부 분열로 이어지는 듯했으나, 지난 10일 서울 덕수궁 앞에서 ‘문재인 케어 저지와 한방 의과의료기기 사용 저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전국 16개 의사회 지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 전국의과대학학생협회 등 20여개 단체 소속 의사들(참석인원은 주최측 추산 3만명, 경찰측 추산 7000~8000명)이 모여 시위를 벌이며, 한목소리를 내는 데 성공하며 사회적 주목을 받기도 했다.
현재 의협은 정부와 협상하는 한편, 문재인케어 실무협의체 구성을 진행 중이다.
③ 간호사들 “인간 대우 필요해” 흔들리는 병원들
정권교체는 또 다른 나비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친노동계 성향이 강한 정부가 들어서자 병원계 노동계급 중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간호사들이 “인간 대우가 필요하다”며 ‘병원갑질’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면서 근무환경 개선을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부터 ‘태움’으로 상징되는 괴롭힘 문화나 열악한 근무환경은 적잖은 논란이 돼 왔지만,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한림대성심병원에서부터 시작됐다. 체육대회 장기자랑에서 선정적인 복장을 입고 춤출 것을 강요당했다는 주장과 함께 공연 동영상이 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부터다.
이와 함께 인천성모병원, 을지병원, 포항의료원 등에서 유사 사례가 연이어 밝혀지고, 첫달 월급 미지급 논란이 벌어진 서울대병원 등 그동안 쌓여있던 문제가 일시에 터지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졌고, 결국 정부, 국회 등에서 문제가 제기된 서울대병원 등 6개 종합병원에 대한 근로감독에 나섰다.
④ 대통령 바뀌자 의료계 ‘적폐청산’ 목소리 높아져
정권 교체로 인한 또 다른 이슈는 보건의료 노동계에서 높아지고 있는 ‘적폐청산’ 목소리다.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주목받았던 ‘적폐청산’이라는 구호는 보건의료계에서는 다양한 사안과 연결됐고 의료민영화, 원격의료, 규제프리존법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부터 백남기 농민 사망 관련 서울대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책임 문제,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허용 논란 등 개별 사안, 그리고 ‘병원갑질’이라는 단어로 요약되는 근로환경 문제까지 모두 포괄하는 뜻으로 쓰였다.
노동계에서는 연일 시위, 파업 등 강력한 반발 움직임과 함께 이 구호를 내세우고 있으며, 최근에는 서울대병원이 파업으로 이어지는 노·사 갈등까지 겪었다.
⑤ 병원이 더 위험? ‘집단감염’ 공포
정권교체가 불러온 다양한 나비효과들이 의료계 전반을 뒤흔드는 다른 한편에서는 병원에서 벌어진 굵직한 감염사고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 6월 서울 노원구 모네여성병원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결핵 확진을 받은 뒤 이어진 조사에서 영유아 798명 중 118명이 양성판정을 받는 일이 발생하고, 이달 16일에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 4명이 연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이들 중 3명에서 같은 균이 검출된 것이다.
병원내 감염사고는 지난 2015년 11월 서울 양천구의 한 의료기관을 다녀간 환자들이 집단적으로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작됐으며, 지난해 2월에는 강원도 원주시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도 비슷한 집단 감염 사례가 발생했음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문제는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병원 내 감염으로 접수된 중재 건수는 2012년 42건에서 지난해 144건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