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사 힘들 땐 “사람이 먼저다”
다국적사 힘들 땐 “사람이 먼저다”
BMS·베링거 등 특정 부서 대상 ‘인원감축’ ERP 시행 … 노조 갈등 ‘심각’
  • 김은지 기자
  • 승인 2017.12.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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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김은지 기자] 회사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다국적제약사들의 인력감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년 내내 다국적사 절반 가까이가 인력을 감축한데 이어 최근에는 일부 제약사들이 희망퇴직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까지 진행하면서 논란은 더 불거지고 있다.

한국에서 다국적사는 비교적 높은 급여, 복지혜택 및 근로환경 등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힘들 때는 직원 수 감소를 최우선으로 하는 것으로 나타나 제약업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BMS·베링거인겔하임 등 특정 부서 대상 ERP 시행 … 노조 갈등 깊어져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BMS,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이 연이어 일부 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ERP를 예고했다. 두 회사 모두 환경 변화에 따른 실적 부진, 특허만료 등의 이슈로 인해 조직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50명으로 구성된 순환기질환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ERP를 시행한다고 공지했다. 이 중 일부만이 타 부서로 배정될 예정이라 내부 충원에 해당하지 못한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야만 하는 입장이다.

앞서 한국BMS도 지난달 ERP 가동을 알렸다. 회사는 최근 매출이 줄어든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와 B형·C형간염 담당 영업직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을 공지했다.

하지만 업계 일부에선 퇴직 희망자 대상인 ERP를 내세워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특정부서로 한정 짓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가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도 않은데 인력 조정으로만 매출 감소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비난도 적지 않다. 이에 따른 노사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박기일 수석부위원장은 “2000년도 초반 다국적사는 의약분업을 기점으로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사업을 확장했고, 인원을 많이 뽑았다”며 “하지만 특허 만료 후 약가를 인하하고, 경쟁제품이 나옴에 따라 인원이 많이 필요 없어졌고, 초반에 뽑아놨던 직원들을 2,3년 전부터 ERP를 통해 내보내고 있다. 그 후부터는 인원 충원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긴박한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인원을 축소하는 경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이익이 나는 상황에서 특정 부서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베링거와 같이 특정 부서 대상으로 ERP를 진행하는 회사들이 앞으로 많아질까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희망하는 사람에 대한 자발적 퇴직은 상관없지만, 강제적인 부분에는 법률적으로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표명했다.

민주제약노조 김문오 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과거 다국적제약사에서 ERP를 시행하면 충분한 보상이 주어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본사에서 인력 감축 할당이 내려오면, 평소 경영진이 좋게 보지 않거나 실적이 안 좋은 직원을 찍어서 내보낸다”며 심각성을 환기했다.

2~3년 사이 인력 감소 뚜렷해 … 200명 이상 대형 회사 더 ‘심각’

ERP 등을 통한 인력 감소는 통계를 통해 더 뚜렷이 나타났다.

20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가 발간한 ‘2017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사 40곳의 직원 수는 총 8679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5년 41곳의 직원 수 9244명보다 약 6.1% 감소한 수치다.

헬스코리아뉴스가 직원수를 3년 동안 공개한 33곳의 다국적사 직원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다국적사 직원 수는 전년대비 3.5%, 2년 전 대비 5.3% 감소했다. 지난해 인원을 감축한 회사는 33곳 중 13곳(39%), 2년 전에는 16곳(48%)으로, 전체에 절반에 육박했다.

회원사 중 2014년과 2015년 자료가 없는 회사(암젠, DKSH, 존슨앤존슨, 샤이어, 이미징솔루션, 오노, 샤이어 등 7사)와 집계 기준 변동이 있었던 회사(머크) 등 8곳은 집계에서 제외됐다.

인원 감축은 직원수가 200명이 넘는 대형 회사에서 주로 나타났다. 가장 눈에 띄는 회사는 바이엘과 GSK다. 바이엘은 지난 2014년 대비 12.8%, 지난해에는 무려 26.9%에 달하는 감축세를 보였다. GSK도 2014년 대비 647명에서 488명으로 159명 줄면서 2년 만에 직원 수가 24.6% 감소했다.

이 밖에도 화이자, GE헬스케어, 노바티스, 아스트라제네카, 옥시레킷벤키저, 베링거인겔하임, 먼디파마, 로슈 등이 2년 연속 직원 수를 줄였다. 

▲ 다국적제약사 한국법인 연도별 직원 수 현황 (출처: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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