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영업사원 “당신의 연차는 안녕하십니까?”
제약영업사원 “당신의 연차는 안녕하십니까?”
휴가촉진제 도입 논란 … 제약사 영업사원 “연차 신청 강제 분위기, 자율성 침해 … 연차수당 그리워”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12.08 0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연차가 남아도니 이번 달은 매주 금요일마다 연차를 신청했어요. 나머지 연차는 수당으로 못 받으니 아쉽네요.” (국내 제약사 영업사원 A씨)

국내 굴지의 제약영업사원 A씨(9년차)는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 때문에 연차 사용의 자율성이 침해되고 남는 연차수당이 없어 아쉽다”며 “이 제도를 택하지 않은 제약사 영업사원이 연차수당을 받을 때마다 부럽기도 하고, 제도 시행 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도 있다”며 하소연했다.

연차유급휴가 촉진제도(근로기준법 제61조)는 근로자에게 연차 사용을 장려해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사용자에게는 근로자가 사용하지 않은 연차를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도입됐다.

이 제도를 받아들인 회사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연차 일수를 서면으로 통보하고, 근로자는 사용시기를 정하고 사용자에게 통보하는 절차를 진행한다. 사용자가 정식으로 연차일수를 통보했다면 근로자는 남는 연차에 대해 수당으로 받지 못한다.

하지만 이 제도는 사실상 회사에는 연차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핑계로 사용되고, 정작 연차를 써야 하는 직원들은 일이 밀릴 경우 회사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휴가를 쓰고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하는 ‘악법’이라는 것이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하소연이다.

▲ 연차유급휴가 촉진제도가 사실상 회사에게는 연차 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핑계로 사용되고, 정작 연차를 써야 하는 직원들은 일이 밀릴 경우 회사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휴가를 쓰고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하는 ‘악법’이라는 것이 제약사 영업사원들의 하소연이 나온다. <사진 출처 : 포토애플=메디포토>

“연차유급휴가 촉진제, 친기업제도·휴가통제제도 같다”

A씨는 “연차유급휴가 촉진제도는 친기업적인 제도다. 직원들의 심신을 달래기 위한 취지겠지만, 회사는 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전 직원들에게 연차를 쓰라며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연차가 23개다. 한 달에 한 번 써도 연말에는 10개 이상 남는다”며 “회사는 가만 있다가 상반기와 후반기에 연차 일수를 점검한다”며 “현장에서는 눈치 보다 연차를 못 쓰고 있다가 위에서 ‘여태껏 안 쓰고 뭐했냐’는 말이 떨어지면 쓰기 바빠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휴가일이 넘쳐도 거래처와 신뢰관계가 중요한 업무 특성상 연차날에도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연차 사용은 의미가 없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11월, 12월에 연차를 10일 이상 몰아서 써야 되는데, 업무 특성상 거래처에 일이 생기면 연차라도 나가야 한다”며 “결국 연차를 쓰고 출근하는 막장 상황이 발생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제도를 도입한 회사측이 사실상 영업사원 등에게 들어가는 재정 부담을 덜려는 데 집중한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른 제약회사 영업사원 B씨(6년차)는 “연차유급휴가 촉진제도를 도입한 것 자체가 작정하고 직원들에게 연차 수당을 안 주겠다는 것”이라며 “자율성이 일부 제한됐다. 자신이 쓰고 싶을 때 쓰고 남는 연차는 수당으로 받고 싶은 영업사원들이 많다. 촉진제도가 아니라 통제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악용 피해 봤다면 노동청 신고가 답? … 현실은 달라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 악용에 피해를 봤다면 고용노동부와 노동청에 신고하고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 2호에 따르면 정해진 연차 시기에 근로자가 일할 경우 사용자는 명확하게 ‘오늘은 쉬는 날’이라는 노무수령 거부의사를 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형식상으로 연차 사용 시기를 정해 놓고 실제로는 근로자를 일하게 하면 미사용 수당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미사용 수당 체불이며 근로기준법 43조 위반이다. 노동청에 민원을 내면 해당 근로감독감이 사실 여부를 조사해서 미사용수당 지급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차 신청 후 불가피하게 일했다면 휴가를 변경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며 “해를 넘겨 사용할 날이 없다면 미사용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제로 노동부의 설명처럼 정부 기관에 신고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은 영업사원들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회사에 밉보일 것이 두려울 뿐 아니라 사측에서 “우리는 연차 사용을 권장했다”고 주장하면 반박이 어려워서다.

“정부 압박 느끼나?”

특기할만한 점은 대형 제약사들이 주로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영업사원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상위권 제약사에서 근무하는 영업사원 C씨(9년차)는 “우리 회사는 정부에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회사라 이 제도를 택한 것 같다”며 “영업사원이 많고 규모가 큰 상위 제약사는 여러 이해관계 때문인지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10위, 20위권 회사마다 느끼는 정부의 압박감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정부의 압박에서 자유로운 중소 제약사는 기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 규모가 작은 회사는 유지하는 것 같고, 규모가 큰 회사는 연차휴가촉진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차 사용을 활성화하면 ‘직원들은 알아서 쉬겠지’라는 논리다. 쉬지 않으면 왜 안쓰냐고 한다. 전보다 연차를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일선 영업사원의 업무 특성을 헤아려 줬으면 한다. 연차를 몰아서 쓰는 게 아니라 본인이 원할 때 자유롭게 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