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전·비방 난무 … 삭막해진 제약업계
설전·비방 난무 … 삭막해진 제약업계
분쟁 과정 ‘침묵’ 깨고 ‘외침’ … 여론전 과열 양상에 ‘눈총’도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11.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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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상생’(相生)을 강조하던 국내 제약업계가 ‘각자도생’(各自圖生) 체제로 바뀌면서 제약사 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법적 다툼뿐 아니라 설전과 비방까지 오가는 등 업계의 삭막한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과거 제약사들은 분쟁이 일어나면 수면 밑에서 조용히 해결하려는 성향이 강했다. 그것이 ‘미덕’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회사 측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자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해 여론을 형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이연제약과 바이로메드가 치열한 공방전을 시작했다.

이연제약은 7일 바이로메드를 상대로 유감을 표시했다. 바이로메드가 공시설명 자료를 내고 자사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호도했다는 게 골자다.

두 기업 사이의 설전은 이연제약이 바이로메드에 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이연제약은 지난 2004년 바이로메드가 개발 중인 ‘VM202’의 국내 판권 및 해외 원료 독점 생산권을 획득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으나, 최근 바이로메드가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내용의 소를 제기했다.

바이로메드 측이 생산과 임상 단계에 필요한 자료 일부만 넘겨줬을 뿐 아니라 계약서에 명시된 특허 권리 이전도 거절했다는 것이 이연제약의 주장이다.

이에 바이로메드는 6일 공시설명 자료를 통해 “바이로메드는 국내 상용화에 필요한 정보를 계약서의 내용에 따라 신의 성실하게 제공한 바 있다”며 “이번 소 제기는 바이로메드와 이연제약이 체결한 계약의 기본정신과 신의성실 조항에 위배되므로 바이로메드는 동 계약을 해지하여 국내 판권과 생산권 회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연제약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바이로메드의 공시설명 자료에 대해 재반박했다.

이연제약은 “현재 이연제약 계약상의 정당한 권리요구가 바이로메드의 근거 없는 주장에 의해 그 원취지가 희석됨은 물론 이연제약의 대외 이미지에 크나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오히려 15년간 신의성실로써 묵묵히 바이로메드를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이연제약이 바이로메드의 라이선스 아웃시기에 맞춰 무리한 편승을 시도하려는 것처럼 폄훼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설전이 이어지면서 주식 시장도 요동쳤다. 6일 3만4100원이었던 이연제약의 주가는 7일 3만1950원까지 떨어졌다. 13만6800원이었던 바이로메드의 주가도 장이 시작하자마자 12만1700원까지 떨어졌다가 13만4300원에 마무리됐다.

제약사 분쟁 ‘침묵’ 깨고 ‘외침’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이의 ‘보툴리눔’ 분쟁은 대표적인 여론전 사례로 꼽힌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0월 보툴리눔 균주 출처 이슈를 수면 위로 꺼내고 경쟁사에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경쟁사 균주 출처에 대해 계속해서 의문을 제기하자 경쟁사도 반박에 나섰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보유한 메디톡스, 휴젤, 대웅제약 사이의 설전은 비방과 흠집 잡기 등이 더해지며 과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메디톡스는 더 적극적으로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기술을 훔쳐 제품을 개발했다”며 미국에서 소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한동안 여론전이 끊겼으나, 미국 법원이 관할권을 거론하며 한국 법원에서 먼저 소를 제기할 것을 명령하자, 두 회사의 설전은 다시 시작됐다.

▲ 최근에는 자사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해 여론을 형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사이의 ‘보툴리눔’ 분쟁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연어나 송어의 생식세포 추출물로 만든 PDRN(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 시장 주도권을 두고 벌어진 파마리서치프로덕트와 한국BMI의 분쟁도 이에 못지않게 ‘시끌벅적’했다.

PDRN 제품을 국내에 처음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한 파마리서치가 돌연 후발주자인 한국BMI의 PDRN 주사제에 대해 감사원에 완제의약품 허가처분 취소 심사청구를 제기하면서 두 회사의 다툼은 시작됐다.

당시 파마리서치는 “기본적으로 의약품에 사용되는 원료인 정소와 정액이 엄연히 다르므로 같은 의약품으로 볼 수 없다”며 “한국BMI에서 만든 PDRN 제품 원료 일부가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는데 해당 시설 역시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BMI는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마리서치의 주장이 허위·비방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여론전 과열 양상에 ‘눈총’도

과거 조용히 분쟁을 처리하던 제약사들이 펼치는 ‘수면 위’ 설전에 업계 관계자들도 관심을 보였지만, 경쟁사 비방과 여론몰이 등으로 공방이 과열되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동안 이들 제약사의 분쟁을 집중 조명하던 언론들도 과도한 ‘언론 플레이’에 비판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약업계 환경이 척박해 경쟁이 치열해졌다 하더라도 ‘상도’(商道)라는 게 있다”며 “최근 제약사들의 여론전은 ‘노이즈 마케팅’이 아닐까 할 정도로 정도가 지나쳐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나든 비방과 헐뜯기 여론전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며 “과도한 설전은 ‘제 살 깎아먹기’로, 국내 제약 산업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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