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대기업 잔혹사 … 연이은 사업 철수
제약업계 대기업 잔혹사 … 연이은 사업 철수
CJ그룹, CJ헬스케어 매각 진행 … 한화·아모레 등도 포기 … 득보다 실이 많다?
  • 이순호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11.0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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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기자] 대기업 계열사 중 한 곳이 제약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제약업계에 발을 들였던 대기업 중 상당수가 발을 뺀 상황으로, 이제 남은 대기업 계열사는 세 곳 정도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앞장서 제약사업 육성을 외치지만, 정작 ‘돈 많은’ 그룹사는 줄줄이 관련 사업을 접는 분위기다.

▲ CJ헬스케어 강석희 사장

3일 업계에 따르면, 강석희 CJ헬스케어 사장은 회사 매각 계획과 관련된 내용을 이날 아침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회사 측은 올해 실사를 마치고 내년 중에 매각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주관사로는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모건스탠리는 조만간 투자자들에게 투자설명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사모펀드와 국내 대형 제약사들을 인수 후보군으로 꼽고 있으나, CJ헬스케어 측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CJ헬스케어 관계자는 “(내부 직원 대부분은) 매각과 관련된 내용을 오늘 전달받고 정신없는 상황”이라며 “CJ그룹과 CJ헬스케어가 ‘윈-윈’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느 회사가 인수 물망에 올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며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CJ헬스케어 인수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 국내 제약사도 거론되고 있지만, CJ헬스케어의 덩치가 상당한 만큼 인수 경쟁에 뛰어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그룹사가 제약사업을 접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14년 8월, 한화그룹은 제약부문 계열사인 드림파마를 알보젠에 팔았다. 알보젠은 자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근화제약을 통해 드림파마를 흡수합병하고, 알보젠코리아라는 통합 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드림파마는 한화케미칼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회사로, 1995년 설립돼 비만치료제 ‘푸링’과 ‘푸리민’ 등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유명했다. 그간 제네릭 영업에 주력했던 드림파마는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적발 등으로 매출 하락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의 바이오사업부도 정리했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2007년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바이오 신약과 바이오시밀러 두 축으로 사업을 전개, 다년간 바이오 기술개발 역량을 축적해왔지만, 그룹 차원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10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이후 한화케미칼은 석유화학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이 밖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2013년 자회사 태평양제약을 한독에 매각했으며, 롯데제과는 2011년 롯데제약을 흡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제약사업을 접었다.

제약사업에 진출했던 다수 대기업이 사업을 접으면서, 현재 제약업계에 남아있는 대기업 계열사는 SK그룹의 SK케미칼, LG그룹의 LG화학, 코오롱그룹의 코오롱생명과학 등 3곳 정도다. 이 중 LG그룹은 제약사업 별도 계열사였던 LG생명과학을 LG화학에 흡수합병시킨 바 있다.

이어지는 대기업 철수 … 득보다 실이 많다?

이처럼 제약업계에서 대기업 철수가 이어지는 이유는 득보다 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리베이트에 따른 이미지 타격이다. 제약사업을 하는 계열사의 리베이트로 그룹사 전체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처분시 기업의 적극적인 가담 여부를 불문하므로, 영업사원 일부의 일탈로 이뤄진 리베이트에도 그룹사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최근 ‘김영란 법’ 등의 시행으로 부당 청탁 등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따가운 점을 고려하면 위험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 제약산업은 성과가 더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R&D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다른 산업군 이상이지만,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할 확률도 높다.

제약산업의 특성도 대기업이 철수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제약산업은 투자비용은 많고, 성과는 더딘 대표적인 사업 중 하나다. R&D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은 다른 산업군 이상이지만,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할 확률도 높다.

또 대표적인 규제산업이다 보니 제한이 많고 정부의 간섭도 심하다. 여기에 공익적인 성격까지 띠고 있어, 정상적인 이윤 창출 행위까지도 자칫 이윤만 추구하는 기업 운영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만 하던 기업이 아니면 산업 특성을 받아들이고 견디기가 쉽지 않다. 정부가 규제를 풀어주고 지원을 늘린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운 환경”이라며 “신약 강국이 되려면 상당 규모의 R&D 투자가 필요한데,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거대 기업들이 계속해서 제약업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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