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동근 기자] 정부의 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 제한 고시 발표 이후 구성된 ‘허가초과 제도 개선 협의체’ 구성을 두고 면역항암제를 비급여로 처방중인 환자들의 불만이 커져가고 있다. 협의체 구성이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추석연휴 기간 중인 지난 9월28일, 협의체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협의체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등 전문가 단체와 정부 관계자, 소비자 단체 등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이 참여하며, 총 인원은 10명 내외다. 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2차 회의는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관련 환자들은 추석 전만 해도 ‘허가초과 제도 개선 협의체’에서 면역항암제 처방 제한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협의체가 면역항암제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8월 보건당국이 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을 제한한 뒤 면역항암제를 처방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환자들의 불이익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논란이 커져가는 중이어서 협의체에서 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 관련 논제를 다뤄주길 바란 것이다.
하지만 회의가 비공개로 열렸고, 협의체에서 면역항암제 처방 제한을 완화하길 원하는 자신들의 주장이 다뤄질 여지가 없어졌다고 판단하면서 이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 환자들이 특히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 추천 인사에서 자신들이 제외됐다는 것이다. 협의체에는 소비자단체연합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서 각각 2명을 추천, 환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참여를 하는데, 추천인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얼마나 반영될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특히 환단연의 경우 입의비급여 처방에 대한 환수 여부가 논란이 된 여의도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건과 관련, 오프라벨 완화정책 추진을 반대했던 이력이 있다는 점도 이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다만 관련 환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중인 네이버 면역항암 카페 운영진측은 환단연 관계자들과 대립하기 보다는 조만간 만남을 갖고 협의체에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환자들 “복지부가 단체들을 이간질 하는 것 같다”
네이버 면역항암 카페 관계자는 “우리 의견을 전하기 위해 협의체에 참여할 방법을 알아보기 위해 복지부와 통화를 하니 환단연에서 추천인을 추천했다고 한다”며 “우리와 아무런 의견조율이 없었다”며 자신들이 논의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9월29일 면역항암 카페측에서 환단연에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는데 12일이 지난 뒤에야 연락이 왔었다. 또한 추석 연휴 직전에는 보건복지부의 허가초과 협의체 담당자들이 출장을 나갔다며 전화도 받질 않았다. 지금와서 이렇게 뒤통수 칠 줄 누가 알았나”라며 “보건복지부가 환단연을 내세워 환자단체들 끼리 싸움을 붙이고, 의제를 넓게 잡아서 면역항암제의 허가초과 관련 사안에 대한 집중도를 분산시키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협의체, 면역항암제만 다루지 않는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그쪽(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 환자들)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약제는 허가사항 안에서 쓰는 것이고, 허가 사항 외에 처방이 이뤄질 경우는 승인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의체는) 항암제 뿐 아니라 다른 약들까지 다루고 있으며, 네이버 카페 모임은 단체가 아니다”라며 “(카페 관계자들까지 참여하면) 100개가 넘는 환자단체들이 다 이야기 해야 한다. 우리는 대표적인 단체와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허가초과 제도 개선 협의체’는 사실 지난해에 시작을 하려 했다가 중단 됐던 것이고, 그것(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 논란) 때문에만 열리는 것이 아니다. 시기가 겹쳤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협의회 명단은 “비공개는 아니다”라면서도 “공개하기는 좀 그렇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논란 시발점은 ‘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 제한 조치’
면역항암제 비급여 처방 환자들이 협의체와 관련,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은 지난 8월21일 보건당국이 비소세포폐암 등에 대해 면역항암제 급여를 확정하는 고시를 발표하면서 시작된 논란 때문이다.
이 고시에는 추가조건으로 급여목록에 등재된 항암제의 경우, 면역항암제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보험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허가사항을 초과해 사용할 때에도 각 의료기관에 설치된 다학제위원회의 협의를 거친 후 심평원장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환자들이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처방에 대해 심평원이 삭감하거나 나중에 환수할 수 있어 불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면역항암제 처방을 꺼려하자 관련 환자들은 “말기 암환자에게 무슨 부작용이 무섭겠으며, 비급여는 보험재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관련 카페를 중심으로 수차례 고시 폐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 및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