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에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어지럼증에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 이지훈
  • 승인 2017.09.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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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우리는 매우 다양한 양상으로 어지러울 수 있다. 이는 ‘어지럽다(Dizziness)’ 라는 표현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여러 증상을 모두 한데 어우르는 광범위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개개인에게 있어 본인의 어지럼증에 대한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더 나아가 원인 규명과 해결을 위한 접근을 참 막연하게 만든다. 즉, 내가 왜 어지러운 것인지, 지금 병원에 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많은 환자분들이 혼란스러워 한다.

따라서 본인의 어지럼증 증상에 대한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이에 가장 중요한 점은 어지럼증의 양상(Character)이다. 어떻게 어지러운지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하고 생생하고 표현할 수 있다면 어지럼증을 어느 정도 구분하고, 그 원인파악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환자분이 실제 얘기하는 어지럼증에 대한 표현이 가장 큰 도움이 되곤 한다. 모든 어지럼증을 정확히 다 분류할 순 없지만, 가장 흔하고 대표적으로 호소되는 증상들은 다음과 같다.

현기증(Faintness)이란?

20대 수험생 김OO양. 충분하지 못한 수면 시간과 끼니 거르기가 일수다. 평소처럼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 서서 가던 중 10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아찔하게 어지럽다. 요즘 자주 겪는 일이지만 오늘은 유난히 심하다. 이대로는 쓰러지겠다 싶어 바로 다음 정거장에 내려 앉아 쉬니 좀 나아진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일어설 때도 그렇고, 이런 증상이 근래 점점 빈번해지는 듯 하다. 남들이 말하는 ‘빈혈’일까? 불안하다. 병원에 가 보기에는 학업일정이 부담이 되어 고민이 된다.

위 20대 수험생 김OO양의 경우이다. 머리가 아찔하고, 핑 돈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며, 눈앞이 깜깜해지거나 식은땀, 무기력증, 심계항진, 드물게는 구역이나 구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순간적인 뇌 혈류 저하 및 동반 이상들로 발생되는 증상이며, 기립성 저혈압(Orthostatic hypotension)이나 미주신경성 실신(Vasovagal syncope)이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 현기증은 상황에 따라서는 생리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모든 경우를 병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너무 빈번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의식을 잃는 경우)에는 다른 2차성 기질적 원인을 감별할 필요가 있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상황에 따라서는 생리적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이기 때문에, 모든 경우를 병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너무 빈번하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의식을 잃는 경우)에는 다른 2차성 기질적 원인을 감별할 필요가 있다. 심장탓 실신(Cardiogenic syncope) 과 몇몇 자율신경계 이상(Dysautunomia) 이 대표적이다.

흔히 ‘빈혈’이라고 잘못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실제로 혈액검사를 시행하여 이상이 없는 경우 더욱 혼란스러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 혈액학적으로 이상이 있음을 의미하는 빈혈(Anemia)과는 의학적으로 다른 용어이기 때문에 현기증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올바르다.

더불어 실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하는 여러 검사들은 대부분 정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전문가의 진료를 통해 검사의 필요성에 대해 자문을 먼저 구하는 것이 좋겠고, 필요하다면 상황을 유발하여 반응을 살피는 역동검사 (Provocation test, Dynamic test) 들로 증상을 평가해 볼 수 있다. 이에는 자율신경계검사(Autonomic function test), 기립경 검사(Head up tilt test)등이 있다.

현훈(Vertigo)이란?

40대 회사원 이OO씨. 평소처럼 출근 위해 기상하던 중이었다. 누운 채로 뒤척이던 중 갑자기 눈 앞이 핑핑 돌며 속이 울렁거린다. 천장을 쳐다보니 빙글빙글 돌던 천장이 수분 뒤 제자리에 멈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다시 고개를 돌리던 중 같은 증상이 더 심하게 온다. 결국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한다. 증상이 언제 또 찾아올지 몰라 두려움이 앞선다. 전일 야근을 너무 무리하게 했나? 이 나이에 뇌졸중이라도 온건 아닌가? 출근 전에 응급실이라도 들려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된다.

40대 회사원 OO씨와 같이 실제로 눈앞에 보이는 사물이나 주변이 빙글빙글 회전하며 도는 것처럼(spinning sense) 느끼는 경우이다. 차멀미나 뱃멀미처럼 구역과 구토가 동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경학적 검진에서도 안진(Nystagmus)이 관찰되고, 이는 현훈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전정기관(Vestibular system)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일어나는 현상인데, 전정기관이란 소뇌와 뇌줄기, 척수의 일부 및 귀의 말초전정기관 에 이르는 광범위한 회로이다. 즉, 같은 양상의 현훈이 이석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씨병 처럼 말초전정기관의 이상으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소뇌 등 중추신경계의 이상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의 양상을 토대로 전정신경계의 어느 부위의 문제인지 정확히 감별 받기 위한 전문가의 진료가 매우 중요하다.

참고로 많은 분들이 말초전정기관, 즉 귀의 구조물 중 ‘달팽이관’ 이 빙글빙글 도는 형상을 하여 현훈을 ‘달팽이관의 문제’ 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달팽이관은 청각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균형장애(Disequllibrium)란?

60대 자영업 최OO씨, 오늘 오전부터 걷기가 어렵고 어지럽다. 앉거나 누워 쉬면 다소 괜찮은 듯 한데, 서거나 걸으려 하면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비틀 쓰러지려 한다. 유심히 지켜보던 그의 부인은 남편이 유난히 한쪽으로만 몸이 기울고, 전날과 달리 입이 돌아가 보이는 모습이 너무 불안하다. 괜찮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도 평소와 달리 어눌하다. 구급차라도 불러서 급히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된다.

60대 자영업 최OO씨의 경우에는 다소 걱정이 되는 상황이다. 중추신경장애가 의심되는 어지럼증이기 때문이다.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린다’, ‘중심잡기가 어렵다’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특히 한쪽으로만 몸이 기우는 경우 (동측에 동반된 마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뇌나 뇌줄기 등의 병변을 의심해야 한다. 더불어 중추신경계 이상을 의심하는데 있어서 다른 동반증상들(구음장애, 복시, 운동장애, 감각장애 등)이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이러한 증상이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경우에는 뇌 혈관질환(뇌졸중)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해당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 외의 어지럼증은?

80대 박OO할머니, 아침부터 몽롱하고 어지럽다. 평소에도 머리가 맑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졸리고 피곤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지금도 복용하는 약이 많은데, 이제 어지럼증 약도 추가로 복용해야 하는 건가? 만성 무릎관절 통증으로 어제 근처 병원에서 진통제를 새로 처방 받았는데, 아픈 다리를 이끌고 또 병원을 찾아 가야 하는 건지 고민이 된다.

80대 박OO할머니와 같이 애매하고 복합적인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표현되기도 한다. 딱히 어떻게 어지러운지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고,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 졸림 등의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다양한 원인을 의심해야 한다. 물론 그만큼 감별진단이 쉽지 않기도 하다.

▲ 애매하고 복합적인 증상으로 어지럼증이 표현되기도 한다. 딱히 어떻게 어지러운지 딱 잘라 말하기가 어렵고, 무기력증, 집중력 저하, 졸림 등의 증상이 동반된 경우에는 다양한 원인을 의심해야 한다. 물론 그만큼 감별진단이 쉽지 않기도 하다.고령에서 나타나는 어지럼증은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고 발생한 것인지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약성 진통제, 신경통 약물, 항 정신성약물 (항우울제, 진정제, 수면제 등) 및 몇몇 고혈압 약들이 그 대표적인 원인이 되는데 이러한 경우 약물 복용과 증상 발현의 시간적 연관성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사진 : 포토애플=메디포토>

고령에서는 특히 새로운 약물을 복용하고 발생한 어지럼증인지 한번쯤 의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약성 진통제, 신경통 약물, 항 정신성약물 (항우울제, 진정제, 수면제 등) 및 몇몇 고혈압 약들이 그 대표적인 원인이 되는데 이러한 경우 약물 복용과 증상 발현의 시간적 연관성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약물 중단 후 증상 호전의 여부를 살피는 것이 다른 불필요한 진료나 검사에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약물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어지럼증을 없애기 위한 약물을 또 추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그 외에도 내과적 질환 (전해질 이상, 내분비 질환 등) 이나 정신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가능한 경우이기 때문에 원인 미상의 애매한 어지럼증이 지속되는 경우 진료를 통한 자세한 상담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어지럼증 구분하기

수 많은 어지럼증을 위 분류만으로 모두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나, 적어도 위와 같이 구분하는 것 만으로도 큰 접근이 가능하다.

어지럼증은 양상이 매우 복잡하고, 수많은 원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였을 때 불필요한 진료나 검사로 인해 과도한 낭비가 이루어지는 비율이 매우 높은 분야이다. 모든 원인을 아무 생각 없이 다 고려해보기에 앞서 본인의 어지럼증의 자세한 양상 파악을 통한 교통정리를 적절히 선행하는 것이 이러한 낭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춘천시 공중보건의사 신경과 이지훈

그 외에, 시급히 병원을 방문하여야 하는 응급 어지럼증은 ▲의식을 잃는 경우 (쓰러지거나, 멍하니 기억을 잃는 경우) ▲심장 떨림, 가슴의 쿵쾅거림(심계항진), 숨 참 증상을 동반한 경우 ▲빈도나 정도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한 경우 ▲어지럽거나 의식을 잃으면 안 되는 직종에 근무하는 경우 (운송업, 건설현장 등) ▲다른 신경학적 이상(구음장애, 복시, 안면마비, 팔다리 마비 등)을 동반하는 경우 ▲평소 없던 두통과 함께 갑자기 발생한 어지럼증 ▲귀 부위에 수포 및 발진을 동반한 어지럼증 등이 있다. <강원도 춘천시보건소 공중보건의사 이지훈(신경과 전문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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