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시달리는 간호계 “갑질 방어권 달라”
감정노동 시달리는 간호계 “갑질 방어권 달라”
환자·보호자에게서 받는 감정노동 정도 가장 높아 … 이직으로 이어져 … “악성 환자 피할 수 있는 방어권 필요”
  • 권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7.09.19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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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건강연구소 공선영 연구위원

[헬스코리아뉴스 / 권현 기자] 간호사가 보건의료산업 종사자 가운데 환자와 보호자에게서 받는 감정노동 정도가 가장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회건강연구소 공선영 연구위원은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개최한 ‘보건의료산업 감정노동 실태분석 결과 발표 토론회’에서 보건의료산업 종사자의 감정노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자·보호자 접촉 많은 ‘간호사’ 감정노동 1위

공 연구위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이 업무관련자로부터 느끼는 감정노동의 정도는 환자(보호자), 상사(의사), 타 직종·부서 직원, 부서 내 직원 순이었다.

이 가운데 환자(보호자)와 관련된 감정노동 정도는 간호사가 6.1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사무행정원무(5.72), 전공의(5.57), 의료기사(4.86), 간호조무사(4.35), 약사(4.33), 환자이송(3.91), 환자식 배식담당(2.34) 순으로 나타났다.

▲ 직종별(업무관련자로부터의) 감정노동 정도 <출처: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공 연구위원은 이 같은 원인에 대해 “간호사가 고객만족과 의료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병원 경영에 맞춰야 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건의료종사자 절반 이상 ‘부당 대우’ 경험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은 환자나 보호자에게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 연구위원은 “보건의료산업 노동자의 60% 이상이 환자나 보호자에게서 무리한 요구를 받거나, 욕설이나 폭언 등 언어적인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신체적 위협이나 폭행 등의 물리적 폭력을 경험했다는 비율은 27.7%, 성희롱이나 신체접촉을 통한 성추행을 경험한 비율은 15.1%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 부당한 대우 경험 유무 (환자 또는 보호자로부터) <출처: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번 조사 결과에서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이 겪는 감정노동의 원인은 인력부족, 환자와 보호자의 부당한 요구, 열악한 근무환경 등이 꼽혔다.

감정노동 원인 결국엔 … ‘인력부족’ … 이직으로 이어져

감정노동의 원인에 대한 조사(중복응답)한 결과, ▲인력부족과 과중한 업무량이 1157명(26.2%), ▲환자와 보호자의 부당한 언행 및 요구 658명(14.9%), ▲환자와 보호자의 부당한 요구 609명(13.8%), ▲장시간노동, 교대근무 등 열악한 근무환경 557명(12.6%)으로 나타났다.

▲ 감정노동의 원인(순위응답 및 중복응답) <출처: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이러한 상황은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이 이직을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는 분석이다.

공 연구위원은 “조사 결과에서 상당수 간호사들은 일을 그만둘 생각을 한 적이 있으며, 끝까지 이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고, 다른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등 이직 의도가 심각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의 높은 이직 의도는 실제 이직과도 연결된다”며 “높은 이직률은 간호사의 조직 적응 및 숙련도를 키우기는커녕 부족한 인력을 채우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간호사들의 이직은 투자비용과 신규간호사로 대체하기 위한 손실을 부담해야 한다”며 “이는 결국 환자간호의 질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 직종별 직무스트레스 <출처: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갑질 방어권 달라”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은 감정노동 개선대책으로 ▲환자(보호자)가 폭언, 성희롱, 폭력 등을 행사할 때 피할 수 있는 권리 ▲악성 환자(보호자)를 전담하는 부서(전담자) 설치 등을 꼽았다.

공 연구위원은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방어권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다”며 “이 방어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된다면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가 상당히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화가 난 상태로 강하게 주장하는 환자(보호자)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문·정규직·고숙련 직원을 배치, 해당 감정노동자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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