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지원 기자] 주요 일간지 등 언론이 파킨슨 환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는 11일 파킨슨병의 날을 맞아 서울대학교병원 본관 A강당에서 열린 ‘서울대학교병원 파킨슨센터 공개강좌’에서 “언론들이 환자들에게 임상중인 치료제들의 효과를 부풀리고 있다”며 헬스조선과 중앙일보 등 일간지들을 비난했다.
헬스조선과 중앙일보는 지난해 10월 항암제 ‘닐로티닙’을 이용한 노바티스의 임상실험을 소개하며 ‘파킨슨병의 새로운 치료 방법’, ‘누워있던 파킨슨병 환자 일으킨 백혈병약’ 등으로 묘사한 바 있다.
전 교수는 “‘닐로티닙’을 통한 파킨슨병 치료제 연구의 문제점은 아직 동물실험 단계가 주를 이루며 대규모 임상시험이 이뤄지지 않았고, 1상 시험으로 독성을 보기 위한 것이었으며 위약 효과의 가능성을 배제 못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 등 메이저 방송사들도 과거 줄기세포 연구에 관해 ‘난치병 연구가 줄기세포 추출로 한 획을 그었다’, ‘파킨슨병 치료가 기대된다’고 보도해 환자들에게 헛된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연합뉴스 역시, 성누가 메디컬센터 뇌연구실장 제프리 코도우어 박사처럼 확인이 어려운 외국 인사를 인용해 최소 3~5년 안에 임상실험이 시작될 것처럼 보도했다”며 “실제로는 동물실험 결과가 임상에 적용되려면 더 긴 시간이 걸리고 결과도 같지 않을 수 있으며, 해당 논문과 다른 결과를 보이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 보도행태 지적 이유는 환자들의 압박 때문?
전 교수가 이처럼 언론을 비판한 것은 파킨슨 질환이 아직 완치 치료제가 없는 질환이어서 환자들이 필요 이상의 기대를 갖게 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사실 ‘닐로티닙’이 전문약이어서 환자들이 기사를 보고 오·복용 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으며, 줄기세포 치료 역시 아직 임상단계인데다 환자가 직접 시술할 수 있는 수준의 치료법은 아니다.
치료법을 개발하는 측에서 투자를 받기 위해 성과를 밖으로 알리는 단계에서 필요 이상의 과장을 하고, 이를 언론이 받아 적는 과정에서 결과물을 과장되게 표현했다는 지적은 나올 수 있으나, 기사가 오보를 낸 것이 아니라면 피해자가 나온 것이 아니어서 언론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전 교수가 언론을 비난한 것은 환자들이 의료진에게까지 과도한 기대를 내비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서 일부 환자들은 왜 파킨슨병이 치료되지 않는지를 물으며 의료진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파킨슨병 아직 완벽한 치료제 없다”
전 교수에 따르면 파킨슨 질환이 치료하기 어려운 이유는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세포가 파괴되는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도파민 부족으로만 설명되는 것이 아니고 운동장애·치매·우울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약물로만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약물도 현재 머크의 ‘시네메트’와 애브비의 ‘듀오도파’(레보도파+카르비도파), 테바의 ‘아질렉트’ 등이 출시돼 있으나, 병의 진행을 중지 또는 지연시키는 수준의 작용을 할 뿐 엄밀한 의미에서 ‘치료제’라고 부르기 어렵다.
전범석 교수는 “현재 파킨슨병의 치료는 약물치료·수술·운동치료 등이 병행되고 있으며, 아직 완치를 위한 치료제 또는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았다”며 “현재 의학 수준에서는 약물을 이용하더라도 병증을 지연시키거나 현상을 유지시키는 정도”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