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환경에 따라 특정한 기능을 지닌 세포로 분화하는 배아줄기세포의 ‘다분화능력(pluripotency)’을 유지시키는 신호의 조절에 관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의 움직임이 최초로 규명됐다.
포스텍 생명과학과 한진관 교수(50)팀은 척추동물의 등과 배(dorsal -ventral) 구조 형성을 제어하는 액티빈/노들(Activin/Nodal) 신호 조절 기작에 'Rap2 GTPase' 라는 유전자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디벨롭먼탈 셀(Developmental Cell)’지 온라인판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가 주목을 받는 것은 노들 단백질이 척추동물의 체축(體軸)을 형성할 뿐 아니라 내부 장기 비대칭 발생에 있어서도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 또 노들 신호전달계가 인간 배아줄기세포의 다분화 능력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최근 알려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노들 단백질이 속해 있는 TGF(Transforming Growth Factor)-β 단백질의 신호 조절은 암이나 비정상적 면역반응과 같은 병리현상의 치료법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TGF-β 계열 단백질들은 세포의 성장, 분화, 접착, 이동을 조절함으로써 초기 배(胚, embryo) 발생과 조직의 항상성(恒常性/homeostasis) 유지에 관여한다. 특히 이 단백질들은 척추동물의 초기 배 발생과정에서 원시배엽형성과 특징 적인 세포 분화를 유도해 몸체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GF-β 계열 단백질 중에서도 액티빈과 노들 단백질은 농도에 따라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세포의 분화를 유도한다. 이는 각 세포가 분화할 때 발생하는 유도신호의 세기(strength)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이 신호의 세기는 신호물질의 농도 뿐 아니라 신호물질과 결합해 만들어진 수용체(receptor)의 키나아제(kinase) 활성이 얼마 동안 지속되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규명되어져 왔다.
포스텍 연구진은 랩2(Rap2 GTPase) 라는 유전자가 액티빈/노들 신호의 세기를 증가시키는 현상에 착안해 랩2의 기능을 분석한 결과, 랩2가 액티빈/노들 수용체를 분해하는 에스매드7(Smad7)의 역할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랩2 유전자가 증가하면 에스매드7이 억제되어 액티빈/노들 수용체의 키나아제 활성이 오래 유지된다는 것이다.
액티빈/노들 수용체는 신호가 없을 경우 세포 내부와 세포막(plasma membrane) 사이를 순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이때 랩2가 이 순환 과정을 촉진함으로써 세포막에 일정 수의 수용체를 유지하게 해 적은 신호물질에도 세포가 반응할 수 있게끔 세포의 반응도(responsiveness)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규명됐다.
연구진은 또 척추동물의 초기 배(胚)의 등과 배 조직에 따라 랩2와 에스매드7이 상호 비대칭적으로 나타남으로써 각각의 조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신호의 세기를 치밀하게 조절한다는 사실도 추가적으로 밝혀냈다. 이는 척추동물의 등과 배 구조 형성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 교수팀의 이번 성과는 발생현상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심장이 오른쪽에 있는 등 장기 위치의 기형 예방법과 TGF-β 작용으로 인해 유발되는 암 치료법 개발의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원시배엽(primitive germ layer)이란
동물의 수정란이 세포 분열을 거듭할 때 나타나는 3개의 세포층으로 내배엽, 중배엽, 외배엽으로 나뉜다. 각 배엽에서 만들어지는 기관이 각자 다르다. 외배엽은 피부, 뇌, 유방, 땀샘을, 중배엽은 섬유조직, 뼈, 근육, 지방을 만들어내며, 내배엽은 소화기관, 간, 폐, 췌장 등의 기관을 만들어낸다.
▶ 키나아제(Kinase)란
인산화(Phosphorylation) 효소로, 어떤 분자에 인산기를 붙이는 효소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