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판 ‘송곳’ 신풍제약에 있다
현실판 ‘송곳’ 신풍제약에 있다
신풍제약 해고자 이영숙씨 외로운 투쟁기 … 검찰, 유제만 대표 불법파견 혐의 기소
  • 유영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11.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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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하나쯤 뚫고 나온다. 가장 앞에서 가장 날카로웠다가 가장 먼저 부서져버리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웹툰 ‘송곳’ 중>.

웹툰의 제목 ‘송곳’은 주머니 속을 뚫고 나오는 송곳처럼 불평등한 처사 속에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몰라도 자신의 양심을 걸고 행동하는 사람을 뜻한다.

송곳은 까르푸가 이랜드 그룹 홈에버에 매각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노조 투쟁을 그린 웹툰으로 홈에버 부천중동점이 그 배경이다. 이 사건은 현재 JTBC 드라마로 방영 중이며 영화 ‘카트’로도 나온 적이 있다.

웹툰에서 나오는 송곳 같은 이야기가 제약업계에서 재현돼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불법파견 해고노동자 이영숙 씨 이야기 … 현실판 ‘송곳’

신풍제약에서 파견근로자로 일하다 해고된 이영숙씨(30) 이야기다.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풍제약 본사 앞에서 만난 이씨는 “다음날 바로 짤리더라도 (생산직으로) 복직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이씨는 벌써 3주째 1인시위를 이어가며 외로운 투쟁을 하고 있다. 이날은 모처럼 응원군과 함께했다. 민주노총 안산지부, 경기금속지역지회, 안산시흥일반분회, 씨그네틱스분회, 파카한일유압분회 노조원들이 그의 투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 1인 시위 현장을 찾았다. 

“저는 신풍제약 안산공장 파견노동자로 일하다 해고된 이영숙입니다. 파견노동자도 신풍을 위해 똑같이 일하는 노동자입니다. 함께 땀 흘리며 일하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욕심인가요?”

연약하고 가녀린 이미지와는 달리 그는 꿋꿋하고 당당한 모습의 밝은 청년이었다. 더욱이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시위를 벌인 그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의견을 토로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는 사회의 어두운 일면, 한국의 노동자 문제를 다룬 JTBC 드라마 ‘송곳’의 이야기와 너무도 흡사했다. 마치 ‘송곳’의 현실판이 제약업계에 나타난 것처럼.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씨는 지난 2월 23일부터 8월 25일까지(총 6개월 3일) 신풍제약에 파견돼 검사, 포장업무 등 직접생산공정업무를 담당했다. 당시 그는 파견회사 챔프맨파워 소속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챔프맨파워가 폐업해 2월 26일부터는 세종엠피에스 소속으로 파견돼 일을 했다. 그러다 고용노동청 안산지청이 신풍제약 안산공장을 비롯한 안산공단내 파견근로자 문제를 집중 점검하면서 신풍제약에 의해 지난 8월25일 해고됐다. 

사실 신풍제약의 파견근로자 사용은 파견근로법 위반에 해당한다. 파견근로자법 5조 1항에 따르면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는 파견된 근로자가 할 수 없다. 다만 5조 2항에 의거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파견된 근로자로 대체할 수 있다.

그런데 신풍제약은 이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신풍제약의 불법파견근로자 사용 행위는 파견근로자법 제43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신풍제약은 세종엠피에스로부터 파견받은 약 50명의 근로자를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업무에 투입해 사용했다. 이씨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진정서를 보면 신풍제약에서 일했던 파견근로자 중에는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결국 신풍제약은 지속적·상시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지난 9월 고용노동청으로부터 파견근로자법 제6조의 2에 따라 이씨를 비롯 근로자 전원을 직접고용하라는 시정조치를 받았다.

#. 신풍제약, 이영숙 씨만 직접고용 안해 … “생산직 자리 없어·대졸자는 생산직 못해”

하지만 단 한 명. 이영숙 씨만은 직접고용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씨가 지난 8월27일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3주째 1인시위를 이어가는 이유다. 이씨의 진정 내용의 결론은 ‘불견파견돼 일한 50여명의 파견근로자 전부를 신풍제약이 직접고용하게 조치해 달라’는 것이었다. 

신풍제약 측은 이씨와의 직접고용 관련 면접과정에서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생산직에 자리가 없어 생산직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신풍제약에서 근무할 당시 연장근로도 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회사측이 자신을 직접고용하지 않기 위해 핑계를 대고 있다는 얘기다.

신풍제약이 고용노동부 시정조치에 따라 48명을 생산직으로 직접고용해 현재 안산공장의 생산직 근로자 수는 약 250명에 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씨 단 1명을 고용할 자리가 없어 생산직으로 채용하지 못한다고 신풍제약은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안산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문상흠 공인노무사는 “신풍제약의 주장은 직접고용의무를 면하기 위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이유는 이영숙 씨가 대졸자여서 신풍제약 취업규칙에 의거 생산직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뉴시스가 지난 5일 보도한 내용을 보면 신풍제약 측은 “회사 규정상 생산직은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근로자만 채용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상흠 노무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풍제약에는 이 같은 규정이 없었다. 이에 대해 신풍제약 측은 26일 헬스코리아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렇냐?”라고 되물었다.

문상흠 노무사는 “대졸자는 생산직으로 채용할 수 없다는 주장은 헌법 제11조 평등권,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주장”이라며 “사업자는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력 등을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고용정책기본법 제7조(취업기회의 균등한 보장) 제1항을 위반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결국 신풍측이 이씨를 채용하지 않기 위한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 문 노무사의 판단이다. 

#. 신풍제약, 안산공장 생산직 이씨에게 “경남 진주에서 영업직 해라” 권유

세 번째 이유는 신풍제약이 이씨에게 ‘진주영업소 영업직’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직접고용의무를 회피하기 위해 이씨가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은 것이다. 

문상흠 노무사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이씨를 제외한 다른 불법파견 근로자는 면접을 보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만은 지난 10월 15일과 22일 상무이사, 생산부장 등 관리자 4명을 면접관으로 두고 두 차례 면접을 진행했다.

이씨는 1차 면접 당시 “신풍제약 측이 ‘생산직은 자리가 없다. 대졸자라서 생산직으로 채용할 수 없다. 진주영업소 영업직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자리에서 진주 영업직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후 2차 면접에서 회사 측은 “다른 어느 지역 영업직을 원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영숙 씨는 “영업직은 거부한다”는 의사표시를 다시 한 번 밝혔다.

이 같이 두 차례 면접을 진행한 신풍제약은 직접고용 시정기한인 10월 26일 고용노동부에 ‘열심히 고용하려 했는데 반대를 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고용노동청안산지청도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 ‘직접고용’에 대한 처벌은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문상흠 노무사는 “사용자와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는 근로계약기간, 업무내용, 근무장소, 임금, 근로시간을 명시해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며 “회사가 ‘다른 어느 지역 영업직을 원하느냐?’고 한 것은 근로계약 체결을 위한 청약이 아니라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문 노무사는 “파견근로자법 제6조의2 제3항과 제4항에 따라 파견근로자를 직접고용하는 경우 파견근로자의 업무는 불법파견 당시 사용주가 사용한 업무로서 직접고용하는 것을 전제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 검찰,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 ‘파견근로자법’ 위반 혐의 기소

중부지방고용노동청안산지청은 이영숙씨가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를 상대로 8월 27일 제기한 파견 관련 진정 사건을 조사한 결과,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시정 조치했으나 이에 불응해 사건을 수원지방검찰청안산지청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 대표는 제조업 생산공정 불법파견 혐의로 기소돼 앞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

#. 30살 청년 이영숙 씨 “외롭고 힘들지만 계속 할거예요” … 신풍제약 답변 회피

이씨는 신풍제약 앞과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앞에서 신풍제약에 대한 1인 시위를 계속할 생각이다.

그는 “외롭고 힘든 싸움이지만 지고 싶지 않아요”라며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현재 이씨는 일주일에 4일씩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여름 시작된 30살 젊은 청년의 ‘외로운 투쟁기’가 어느덧 겨울까지 온 상황이다.

그는 이번 투쟁을 통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라고 밝혔다. “다음 날 바로 짤리더라도 (생산직으로) 복직하고 싶어요.”

한편 신풍제약측은 26일 이씨 사건에 대한 헬스코리아뉴스의 질문에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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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만 2021-11-18 14: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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