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고 못 파는’ LG생명과학
‘잘 만들고 못 파는’ LG생명과학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 이동근 기자
  • 승인 2015.10.05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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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고 못 파는’ LG 특유의 기업문화 탓일까. 홍보와 마케팅에 소극적인 LG생명과학 역시 시장의 평가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LG’라는 브랜드는 국내에서 삼성 다음으로 파급력이 크다. 특히 전자제품 시장에서. 그만큼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디스플레이 등 일부 분야에서는 업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작 시장에서 LG에 대한 평가는 그리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제품은 좋은지 모르나 홍보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LG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삼성과의 차이는 소위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 벽’이란 뜻의 신조어)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10위권에 간신히 들까말까 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결과는 LG전자의 홍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LG의 홍보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을 선택, 네티즌들로부터도 ‘잘 만들고 못 판다’는 비웃음을 사고 있다.

예를 들어 가전제품 선전모델로 삼성이 김연아를 선택하면 LG는 손연재를 세운다. 손연재가 경쟁력 없는 모델은 아니지만 세계대회 1위를 여러번 재패한 김연아에 비하면 모델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삼성보다 뒤떨어지는 모델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약기업인 LG생명과학은 다를까.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고지혈증·고혈압 치료 복합제’ 시장을 보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국내 제약업계에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 개발을 처음 시작한 업체는 LG생명과학이었다. 그러나 정작 제품을 먼저 출시한 쪽은 뒤늦게 뛰어든 한미약품이었다. 한미는 제품 개발을 서둘러 ‘로벨리토’라는 품목을 가장 먼저 시장에 선보였다. 

대웅제약 역시 로벨리토의 뒤를 이어 ‘올로스타’라는 복합제를 내놓았다. 그러나 LG생명과학은 먼저 제품개발을 시작하고도 뒤늦게 ‘로바티탄’을 출시했다.

LG생명과학은 로바티탄의 마케팅 전략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제품 전량을 직접 판매하는 한미약품이나 대웅제약과 달리, LG생명과학은 다국적제약사인 독일 머크와 손을 잡고 공동판매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독일 머크는 국내 시장에서 영업력이 뛰어난 기업이 아니지만, 특이하게도 다국적사를 파트너로 고른 것이다.  

그리고 그 흔한 제품출시 행사도, 기자간담회도 없었다. 출시가 됐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로벨리토와 올로스타가 올해 1분기에만 각각 23억원, 22억원어치를 팔고 있을 때, 로바티탄은 같은 기간 5억원어치를 파는 데 그쳤다.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비슷한 제품으로 연간 1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릴 때 LG생명과학은 존재 가치를 잃어버린 셈이다. 

로바티탄이 제네릭(복제약)이 아닌 자체 R&D를 통해 개발한 약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LG생명과학은 사실상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LG생명과학이 모든 약물을 ‘잘 만들고 못 파는’ 것은 아니다. LG는 성장호르몬 시장과 히알루론산 필러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같은 성과는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개발해 시장을 선점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대부분 ‘비급여’ 품목이다. 제약업계에서 ‘메이저’로 평가되는 급여시장에서 LG생명과학이 눈에 띄는 성과를 낸 일은 극히 드물다.

그나마 최근 LG생명과학이 가장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 DPP-4 억제제 계열의 당뇨치료제 ‘제미글로’다. 제미글로는 최초로 개발된 국산 DPP-4억제제로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67억원어치(전년 동기 44억원)를 팔며 선전하고 있다. 복합제인 제미메트는 2014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유일하게 ‘개량신약’으로 인정받으면서 올해 상반기에 30억원어치를 팔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한미약품, 일동제약, 동아ST, JW중외제약 등 마케팅에 강점을 가진 경쟁사들이 연이어 DPP-4 억제제를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경쟁기업들의 반응이다.  

“다른 제약사라면 몰라도 LG생명과학이라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반응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경쟁자로는 여기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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