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대중화 멀지 않았다”
“로봇수술 대중화 멀지 않았다”
한림대성심병원 박범정 로봇수술센터장 “산부인과 수술 40% 차지 … 수술 범위 확대 노력”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8.26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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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과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로봇수술의 효용성과 안전성 문제다. 한쪽에서는 로봇수술이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와 수술 후 흉터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로 찬성하고 있고, 다른 쪽은 로봇수술이 일반 개복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큰 효과 차이가 없음에도 의사나 병원이 로봇수술만을 지향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로봇수술은 대세다. 인간의 손으로 해결하기 힘든 복잡한 수술일수록 로봇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도 그 중 하나. 이 병원은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다빈치 Xi’를 도입하고 나서 5개월여 만에 로봇수술 100례를 달성했다. 병원계에서는 로봇수술을 연간 100례만 달성해도 ‘도입 성공’이라는 말이 나온다. 

헬스코리아뉴스는 25일 한림대성심병원에서 박범정 로봇수술센터장(이비인후과)을 만나 100례 달성의 의미와 그가 바라보는 로봇수술의 전망을 물었다. 그는 언젠가 로봇수술이 지금의 복강경 수술처럼 대중화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수요도, 시기도, 박자도 잘 맞았던 거죠”

▲ 박범정 로봇수술센터장

박 센터장은 5개월 만에 수술 100례를 돌파한 것에 대해 “박자가 잘 맞았다”고 답했다. 인근 지역(안양, 과천, 군포, 의왕)에서 발생했던 수요와 로봇수술에 대한 관심이 배가되고 있는 시기 등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로봇 수술이 도입된 지 10년 정도가 됐습니다. 물론 일부 병원은 도입 초기부터 로봇수술을 하고 있었지만, 최근 국민들이 로봇 수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것도 있을 겁니다.

인근 지역의 수술 횟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지역에 로봇수술을 시행할 만한 기관이 적었던 탓도 있을 겁니다. (그만큼) 환자들의 로봇수술 수요는 있었지만 공급이 부족했다는 거죠. 공급이 해결되니 단시간 만에 100례 돌파가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박자가 아주 잘 맞았던 겁니다.”

박 센터장은 병원에 수술용 로봇을 처음 도입할 당시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의료원에서 (성심병원에) 수술용 로봇을 들여놓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걱정했습니다. 기기 1대당 30~40억원을 호가하는 데다가 유지비용도 많이 드니까요. 저는 ‘우리 병원은 다를 거다’라며 병원장님을 반 허풍조로 설득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도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죠.

하지만 정말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이미 지역 내 수요가 있었다는 걸, 그때 알게 된거죠. 또 최근에는 보험 등으로 환자가 지원 받는 부분이 있었던 점도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모든 복강경 수술, 로봇으로 가능 … 대세 이동할 것”

박 센터장은 로봇 수술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의사들의 의견에 동조하면서도, 수술용 로봇이 향후 복강경을 넣는 형태의 수술 상당수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화를 통해 ‘대세’가 로봇 수술로 옮겨갈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 병원만 해도 같은 과 의료진도 다 개인적 성향이 있습니다. 현재도 개복수술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구요. 저는 어떤 방식이든지 의사가 직접 해보면서 자신의 손에 맞는 수술법을 택해야 한다고 봅니다. 복강경이 낫다, 로봇이 낫다 말하기보다 의사 본인이 직접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거죠.

제가 처음 수술용 로봇을 만졌을 당시 느꼈던 첫 느낌은 ‘신기하다, 정말 잘 만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손가락만 까딱하고 있는데 오픈되지 않은 곳(개복되지 않은 곳)에 로봇 팔이 꼬물꼬물 들어가서 수술을 하니까요. 그런 차원에서 수술 기구라는 것은 결국 ‘발전한다’라는 개념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수술 후 실로 묶고 매듭을 잘랐지만, 지금은 흉터 부위를 소작(수술 부위를 불로 지져 봉합하는 것)하잖아요.

현재 산부인과, 외과 등 다양한 곳에서 로봇이 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복강경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은 이론상 모두 로봇수술로 전환이 가능하거든요. 점차 로봇수술의 범위는 넓어질 겁니다. 의사들의 술기가 늘고 훨씬 정밀해지면 대세로 이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 “로봇수술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겁니다.” … 박범정 센터장은 시간이 지나면 복강경 수술의 상당수가 로봇수술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술 많다고 좋지는 않다 … 환자의 ‘최선’ 중요”

박 센터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연간 300례’라는 말이 나왔다. 한림대의료원 산하 병원 중 다빈치 기기가 도입된 곳의 월간 로봇수술 건수는 약 20건 남짓. 현재 상황을 봤을 때는 과한 수치가 아닌가 싶었지만, 그는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병원이 로봇수술을 시행하고 나서 의외였던 건 산부인과가 전체 수술 건수 중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겁니다. 다빈치 수술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전립선암 수술인데 반해, 우리 병원은 산부인과가 가장 많았던 거죠. 여기에 외과 수술과 갑상선 관련 수술이 추가되면 올해 내로 200례, 해마다 250~300례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적을 위해 환자에게 로봇수술을 권하는 것만큼은 하지 않겠다고 박 센터장은 못박았다.

“다빈치 수술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닙니다. 굳이 따질 필요가 없죠. 다만 수술 횟수가 많다고 반드시 좋은 건 아닙니다. 저희가 하고 싶은 건 로봇으로 할 수 있는 수술의 확대와 임상 적용입니다. 우리가 정확하게, 제대로, 여러 방면으로 로봇 수술의 범위를 넓히고 싶은 겁니다.

저희는 각 방법의 장단점을 모두 설명합니다. 환자에게 (로봇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환자가 겪을 수 있는 장·단점을 알려주고 환자와 보호자와의 여러 이야기를 거쳐 수술 방법을 결정합니다. 환자는 자신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모든 수술기구의 개발은 환자의 ‘최선’을 얻기 위한 것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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