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급성기 환자 위한 의료체계 만드는 게 꿈”
“아급성기 환자 위한 의료체계 만드는 게 꿈”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 “기능·기간 더한 새 재활수가체계 개발해야”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7.1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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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 회장은 제법 흥미로운 인물이다. 2000년대 초반 서울 노원구의사회장을 지낸 그는, 2008년 국내에는 생소했던 ‘의료관광’ 회사를 차리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3년 뒤 사업을 정리하고 청주에 재활요양병원을 차렸다. 소속 단체는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였다.

소속 단체가 맘에 차지 않았던 것일까. 그는 홍보이사까지 맡았던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를 나와 새 둥지를 차렸다. 지난 6월 전국의 재활치료 의료기관 50여개를 모아 만든 재활병원협회다. 

그는 왜 재활병원협회를 만들었을까?  협회 설립 배경부터 향후 계획까지 관련 궁금증을 그에게 물었다.  

-. 기존의 협회가 있는데 또다른 협회를 만든 이유가 뭔가?

▲ 우봉식 대한재활병원협회장.

“의학은 1·2·3차 의학(예방·임상·재활)으로 나뉩니다. 그만큼 ‘재활의학’은 특별한 역할을 합니다. 급성기 과목의 경우 평균 입원기간은 길어야 3~4주 정도입니다. 그런데 재활치료는 짧아도 3~4개월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걸 현행 보험수가체계에서는 인정하지 않아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입원 기준은 급성기 치료에 맞춰져 있습니다. 재활치료체계가 확립되지 않으면 심사 자체도 제대로 될 수 없죠. 결국 환자들은 요양병원 혹은 중소병원을 전전하는 ‘요양 유목민’이 됩니다.

병원 역시 입원수가 삭감 등으로 운영이 어렵습니다. 재활치료병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재활치료를 수행하고 있는 모 급성기병원의 경우 심평원으로부터 한달만에 2억원이 넘는 금액을 수가삭감 당했다 합니다. 병원을 운영하지 말라는 거죠. 결국 환자는 치료를 못하고, 그걸 치료해 줄 병원도 운영의 어려움을 겪는 이중고가 생기는 겁니다.

저희는 이제 우리 나라의 의료체계가 변해야 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형태의 치료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겁니다.”

-. 협회가 생각하는 ‘재활병원’의 기준은 무엇인지.

“아급성기(급성보다 장기간 지속되는 질병 형태, 급성기와 만성기의 중간단계를 뜻함) 환자들을 케어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급성기 치료기관과 요양병원(만성기 치료기관) 중 일부가 재활치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급성기 의료기관의 경우 치료수가를 인정받지 못해 적자를 보고 있고,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제라는 한계로 제대로 된 치료를 수행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아급성기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 병동 혹은 병원을 만들자는 거죠. 이를 위해서는 재활전문 의료기관을 위한 인증이 필요할 것입니다.”

-. 일각에서는 ‘재활병원들이 해당 병원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일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먼저 말씀드릴 부분은 우리가 지역상인연합 등 일부의 권익을 위해서만 협회를 운영하지는 않을 거라는 거죠. 협회를 만든 목적은 병원들의 절박함이지만, 재활의료체계를 만들겠다는 사명감도 큽니다. 현재 협회 임원진도 모두 개인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재활체계 확립에 헌신하고 있다. 보상이 있으면 좋겠지만, 없어도 당연히 (재활체계 확립은)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서 협회 회원 기준도 단순히 ‘운영자가 재활의학과 전문의’라는 수준을 넘어 재활병동 혹은 병원을 운영하고자 하는 병원장 혹은 이사장, 더 나아가 그 병원의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넓혔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일부 의료기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 재활병원 운영을 위해 의료기관 인증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렇다면 인증 가부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한다고 보는가?

“가장 좋은 기준 중 하나는 환자 분율이죠. 현재 재활 전문 치료를 수행하고 있는 병원들 중 뇌졸중 등 재활이 필요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평균 65% 선입니다. 물론 그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환자 중 재활 환자의 분율이 50%이상일 경우 ‘재활의료기관’ 인증을 줘야 한다고 봅니다.”

▲ “재활병원을 위한 새 의료체계가 필요합니다.” … 우봉식 회장은 현재 급성기와 만성기로 나눠져 있는 의료체계에 아급성기 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새 수가체계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 재활병원의 급여체계는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하나?

“가령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을 보면, 250여병상 규모에 환자가 꽉 차 있습니다. 입원을 예약하고 있는 환자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병원을 운영할 인건비조차 감당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나마 이 병원은 산재보험료로 치료비를 감수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민간병원입니다.

민간병원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재활치료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시장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운영은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먼저 환자의 신체 기능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뇌졸중이라는 하나의 질병이어도 환자의 활동 수준은 천차만별입니다. 질병으로만 수가체계를 정하면 개개 환자의 정확한 신체 기능상태를 볼 수가 없죠.

여기에 ‘기간’을 정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봅니다. 일본의 경우 뇌졸중 환자는 1년 혹은 2년, 이런 식으로 환자의 재활 기간을 지정합니다. 그 사이에 의료진은 재활치료를 수행하는 것이죠. 해외의 기준을 모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재활 운영범위와 기간, 치료체계, 해외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만의 재활의료체계를 만들고 이를 정부에 제안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 협회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지금은 내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은 급성기병원 25곳, 요양병원 13곳, 재활전문병원 6곳 등 총 50여 곳인데요, 회원을 단순히 늘리기보다 왜 재활병원이 필요한지, 재활병원은 어떤 형태로 운영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 어떤 제도가 필요한지를 내부적으로 확실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틀이 잡힌 뒤에는 궁극적으로는 아급성기 환자를 위한 재활의료체계를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 어찌보면 쉬울 수도 있어보이죠. 현행 의료법에 5개 병원 종별(일반·치과·요양·한방·종합병원)에 ‘재활’만 넣으면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재활병원만의 수가체계 구성 등을 비롯해 재활병원 기준을 설정하기 위한 연구 등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또 재활치료를 위한 병동·병원 병행제를 만드는 것도 목표입니다. 저희 기준으로는 인구 2000명당 1개의 재활치료 병상이 필요하다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활 전문병원은 국내에 몇 개 되지 않습니다. 결국 환자들이 재활을 위해 먼길을 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인구가 적은 지역은 해당지역 병원들이 재활을 담당할 수 있는 병상을 갖추고, 큰 지역은 병원 전체 인증을 통해 재활치료 환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재활병원의 필요성을 국회나 정부에 끊임없이 요청할 예정입니다. 짧고 쉽게 끝날 일은 아니지만, 저희의 노력이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줄여 결과적으로는 국민 의료비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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