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미술관 오픈한 치과의사
조각미술관 오픈한 치과의사
안정모 원장, 강원도 고성 3000평 부지에 3개 전시관 개관
  • 김정교 기자
  • admin@dttoday.com
  • 승인 2015.06.25 1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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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우지움 조각전시관 입구.

대한치과의사협회 대의원회 부의장을 지낸 안정모 원장(서울 동작구 안정모치과)이 강원도 고성군에 조각미술관 ‘바우지움(BAUZIUM)’을 설립하고 지난 20일 개관식과 함께 문을 열었다.

치과계 인사가 문화 활동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적지 않은 규모의 미술관까지 건립하는 일은 흔치 않다. 바우지움 설립자 안 원장으로부터 이 미술관 설립 의의와 운영계획에 대해 들어본다.

 

▲ 안정모 설립자가 개관식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미술관이 어떻게 구성됐는지, 바우지움은 무슨 뜻인가.

“전체 3000평 부지에 연건평 150평 규모로 미술관을 건축했다. 3개 동으로 지어진 미술관에는 A관인 근현대 조각관과 B관인 김명숙 조형관, C관인 특별 전시관 등이 들어섰다.

A관은 아내인 김명숙 관장과 제가 그동안 틈틈이 모은 근현대 조각 작품을 전시했고, B관은 김 관장의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관을 구성했다. 또 C관에서는 앞으로 초청 조각전 등 특별한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미술관을 가운데 놓고 물, 소나무, 돌, 잔디 등 다양한 주제로 정원을 조성했고, 생활관과 카페바우 등 부속 건물은 이전에 있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 20일 개관식에 참석한 내빈들이 징소리에 맞춰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바우지움의 바우(BAU)는 바위의 강원도 사투리이고, 그 뒤에 건물을 뜻하는 지움(ZIUM)을 붙였다. 굳이 풀자면 바위조각미술관인데, 이 건축물의 주 소재가 바위를 부순 자갈조각이고, 전시작품도 주로 돌을 소재로 한 것이 많아 그렇게 했다.”

- 처음부터 미술관을 생각하고 부지를 구했는지, 설립 과정이 궁금하다.

“치과를 개원하며 바쁜 가운데서도 등산과 골프 등 다양한 취미로 사회 친구들과 교류를 했다. 이들과 98년도에 속초로 등산여행을 갔는데, 당시 속초에 새로 지은 23평 현대아파트가 4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더라. IMF 여파로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선금 10만원만 내고 일단 살아보는 조건이라 친구들과 너도나도 계약했다.

 

▲ 안정모 설립자와 김명숙 관장이 개관식에서 내빈을 소개하고 있다.

그 후 이 아파트를 근거지로 속초에 자주 가게 됐다. 그러던 중 2000년도 쯤 아내와 ‘갑갑한 아파트보다는 단독주택을 알아보자’는 얘기가 나와 고성군의 대여섯 곳을 둘러봤고, 그 가운데 300평을 계약했다. 그것이 이 미술관의 태동이 된 셈이니, 처음에는 미술관을 꿈꾼 것이 아니라 노후의 전원생활만 생각했다.”

- 300평이면 귀촌생활에 적당한 넓이인데, 3000평씩이나 된 까닭은?

“한 번 땅을 사니까 주변에서 자기네 것도 자꾸 사달라고 했다. 이 지역이 워낙 골짜기라서(사실 골짜기는 아니라 평야에 가깝다) 투자라기보다는 이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는 생각에 값을 깎지도 않고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샀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면 새소리 들리고, 울산바위가 바로 보이고, 우리도 싫지는 않았다.

 

▲ 잔디로 덮힐 공간에 물이 채워져 정취를 더하고 있다.

그런데 골짜기 땅이다 보니 사들이는 곳마다 높이 차이가 심했다. 2005년도쯤에 ‘이 곳을 무엇엔가에 쓰려면 평평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곧바로 땅고르기 공사에 들어갔다. 흙만 25톤 트럭으로 1200대 분량이 들어갔고, 땅을 고른 뒤엔 주변 분들께 농사를 짓도록 임대했다. 물론 우리가 농작물 일부를 얻어먹기도 했지만 농사를 지음으로써 땅을 다지는 역할이 더 컸다.”

-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한 것은 언제, 무엇 때문인가.

“아내인 김명숙 관장이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한 조각가다. 조각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고 애착도 깊어서 상당한 분량의 근현대 조각 작품을 수집했다. 또 그동안 이곳을 작업실로 쓰면서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고, 이것이 1회성 전시회만으로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전시할 작품 준비가 먼저 된 것이다.

 

▲ 작품 숫자나무 뒤로 멀리 울산바위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질을 담보하는 작품이 준비되자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하고 계획을 구체화했다. 이것이 2007년부터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미술관을 위한 조경 비용이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다. 횡성에 있는 땅에서 기르던 단풍과 철쭉, 영산홍, 앵두, 그리고 마로니에와 주목까지 제 차로 옮겼고, 옛날 고등학교에 심어졌던 풍광을 기억해 벚나무만 80주 정도 새로 심었다.

개관식 인사에서도 말했지만 이 땅에 태어나 무언가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바우지움은 현대 조각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건립됐으니 그에 걸 맞는 사업을 펼치고,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면서 지역 학생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 김인철 교수가 구상한 바우지움 초기 건축 안. 바람과 감성까지 건축물에 끌어안았다.

- 바우지움 건축물 자체가 상당히 특이하다.

“고등학교 동기이자 김옥길 기념관 등 명품을 그려낸 김인철 교수에게 설계를 부탁했다. 처음부터 말을 꺼내기가 멋쩍어서 ‘고성 근처에 땅이 있는데 미술관 터로 어떤지 봐달라’고 했다. 현장을 본 김 교수의 ‘괜찮을 것 같긴 한데 친구나 친척의 일은 맡지 않는다’는 대답에 ‘한마디의 잔소리도 없을 것’이란 약속을 덧붙여 설계를 부탁했다.

김 교수는 ‘약속’을 담보로 일을 맡아 주었고, 2013년 봄에 작업을 시작했다. 그 뒤 정말로 설계가 끝날 때까지 전화 한통 하지 않고 기다렸다. 이 건축물의 설계변경은 단 한 번 있었다. 애초 A관 앞의 물의 정원은 잔디로 채워질 계획이었으나 김 교수가 샘을 당겨 물을 채우자고 제안해 그렇게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건축물은 한국 최초의 건축 시공법으로 지어진 것이기도 하다. 먼저 철근을 올리고 그 외곽에 거푸집을 설치한 뒤 그 사이에 돌을 하나씩 넣은 다음 콘크리트 타설을 했다. 일반적으로 철근→거푸집→콘크리트의 순서인 것을 생각하면 돌을 넣는 과정 하나가 더 들어간 것이다. 그만큼 건축비용도 높아지지만, 보시다시피 건축물 자체가 비구상 작품으로 탄생해 만족스럽다.”

 

▲ 카페 바우에선 관람에 지친 사람들을 위해 스넥과 음료를 제공한다.

- 앞으로 운영은 어떻게 할 계획인지.

“돈을 벌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지만, 직원 인건비나 전기료 등을 생각하면 앞으로 1~2년은 고생해야 하지 않겠나. 요즘은 시골 인건비도 만만치 않아서 잔디밭에 물주기 등 단순 노동자 일당이 하루 11만원씩 한다. 그러니 주말에는 내가 내려가 이런 인건비라도 줄일 생각이다.

 

▲ 개관식에는 치과계 인사들도 참석해 축하했다. (왼쪽부터)김춘진 국회보건복지위원장, 안정모 설립자, 이수구 전 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가 자리를 같이했다.

개관을 준비하면서 일본과 제주도, 영월이나 용인 등의 개인 미술관을 전부 둘러봤는데 웬만한 미술관은 전부 적자였다. 어느 곳은 지자체에서 큐레이터나 전기료 등을 도와주기도 했으나 고성군에서는 우리가 처음이다. 따라서 ‘우리가 가는 길이 곧 첫 길’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 군에서도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국도변에 바우지움을 알리는 아주 커다란 이정표를 2개나 세워줬다. 고마운 일이다.

 

▲ 울산바위쪽에서 바라본 A전시관.

무엇보다 자립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 개관식 후 아내가 속초도서관을 비롯해 인근 콘도 안내데스크에 바우지움 안내장을 배부하며 관람객 홍보를 부탁했다. 또 다른 개인 미술관에서 하는 것처럼 ‘바우카페’에서 간단한 스넥과 음료도 판매하고, 기념품과 엽서, 상징물도 전시하고 있다. 작으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안정모 원장은 "앞으로 문화의 미개척지를 기름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루 평균 30명 정도가 관람하면 1년에 1만 명 정도가 되는데, 우선은 이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르떼’라는 사업체도 설립해 공공건물과 관공서에 작품을 내는 일도 추진할 생각이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돈을 벌자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계속 투자만 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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