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료 세계 표준으로 만들어야”
“한국 의료 세계 표준으로 만들어야”
간담췌외과학회 장진영 종양등록위원장 “시스템 구축, 미래 바라보는 것”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4.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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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이우진 기자] 24일 경주에서 열린 한국간담췌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한국 종양(담도계암) 등록 사업’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사용 설명회가 열렸다. 사망률이 높고 치료 이후에도 다양한 병증이 나타나는 담도계·담낭·췌장암 환자 등의 질병정보 DB를 구축해 치료법 정립을 위한 연구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장진영 종양등록위원장(서울대병원 간담췌학과 교수)은 일본 간담췌학회 및 한국유방암학회 등의 사례를 참고하는 등 시스템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험’ 중심의 치료뿐 아니라 근거 중심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갖춰야 한다는 장 위원장. 헬스코리아뉴스는 강연 직후 그를 만나 담도계암의 질병정보 등록 사업이 왜 필요한지 들어보았다.  

▲ 지난해 병원 연구진들과 함께 췌장암의 표준 치료법을 제시한 바 있다. 학회 차원이긴 하지만 등록 시스템 구축도 같은 차원의 작업으로 보여진다.

“그렇다. 먼저 우리 나라를 보면, 아직 췌장암이나 담도계 혹은 담낭암 등의 치료 표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게 사실이다. 실제로 비슷한 병증을 가진 다섯 명의 환자에게 모두 다른 치료법을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그뿐 아니다. 과거 췌장암의 국제진료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일본과 미국의 연구진들과 함께 한적이 있는데, 각국 의료진들이 한 환자를 보고 모두 다른 답변을 내놓더라. 어느 나라는 경계성 암이라고 하고, 누구는 암 1기 증상이라 하고, 또 다른 사람은 암 2기 증상이라고 한다.

외과 분야에서는 아직도 개인의 경험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지만 외과 역시 표준화된 근거 중심의 의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구축 사업 역시 이런 방향으로 보면 될 것 같다.”

▲ 현재 의사들에게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나 목표가 있다면.

“이번 종양 등록 사업에는 총 다섯 가지의 암종이 있다. 유방암과는 달리(유방암학회는 지난 1996년부터 종양 등록 사업을 시행중이다)의 사업도 좋지만 우리 학회는 좀 더 세분화된 기준과 팔로우 업(치료 이후 관찰 결과) 데이터가 필요하다.

아직 국가 사업은 아니지만 학회에서 개별 의료기관에 표준화된 시스템을 줌으로써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 수가 있다. 이는 국가암등록본부와의 협업도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다. 암본부에서는 세부적인 데이터는 얻기 어렵지만 생존률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학회에서는 생존률 정보는 얻을 수 없지만 환자의 병리, 수술 방법, 재발 패턴까지 자세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국내 암종 중 담도계와 췌장암은 생존률이 매우 낮다. 학회차원에서 시스템을 구축하고 어느 정도 모인 데이터를 국가 데이터와 연결지으면 환자가 가장 경제적으로, 또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스템 구축에서 신경쓴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 시스템이 이제 갓 시작한 만큼 의료진들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본다.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지.

▲ 간담췌외과학회 장진영 위원장

“일본의 사례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1998년 담도계암 등록사업을 시작하며 의료기관에 프로그램이 든 CD롬 자료를 배포했다. 그리고 환자 정보를 넣은 후 CD롬에 재발송하도록 했다. 일본 간담췌학회는 다시 이 자료를 모아서 데이터를 배포한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이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또 전체 300개 중 60% 정도가 자료를 발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국 간담췌수술의 특징은 일본과는 달리 대도시에 집중된 병원들이 대부분의 수술을 시행한다는 데 있다. 일본보다 자료를 모으기가 편리한 것이다. 내 생각에는 병원들의 데이터를 모으면 70% 이상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자료를 연구에 사용할 수 있게 메리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개별병원에서는 한해 평균 30여 건의 수술을 하는데, 그것만으로는 임상 근거(Evidence)가 떨어진다. 학회는 종양 등록 사업에 참가하는 연구자에게 전체 자료를 볼 수 있는 우선권을 제공할 생각이다. 즉 연구 및 분석에 필요한 전체 데이터 접속 권한을 부여해 근거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의사들은 연구 과정을 통해 좋은 논문도 낼 수 있고, 치료의 방법을 바꿀 수도 있게 된다. 그것은 연구자 입장에서 아주 큰 메리트가 될 것이다. 사례가 적어서 못했던 연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연구자들에게 연구 근거가 될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큰 메리트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 연구가 향후 어떻게 쓰일 것이라고 보는지.

“시스템 DB를 호환성있게, 표준화하는 작업은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다. 외국의 유명의대에서도 생각보다 담도계 암의 치료법 등 데이터 구축이 허술한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국내에서 담낭암 1기 판정을 받으면 담낭만 떼도 90%가량의 생존률을 기록한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1기에도 간 절제 등 대수술을 겪는다. 치료 지침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또 담낭암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동양인의 유병률이 상당히 높다. 담낭암 환자는 인도나 칠레 등에도 분포하지만 동아시아권 환자들의 수가 압도적이다. 췌장암은 서양에서도 환자 수가 많고 지침도 있어 일부 참고할 필요도 있지만, 담도계·담낭암은 국제적인 표준 진료 지침이 새로 만들어져야 할 정도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된다면 우리 나라가 연구 주도권을 가지고 외국을 리드할 수 있는 근거와 자료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하는 정도지만, 향후 이 데이터를 통해 전반적인 한국 의료진의 수준을 상승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 덧붙일 말씀이 있다면.

“앞으로의 치료는 Evidence Based Surgery(근거 중심 수술)를 목표로 한 제대로된, 과학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것은 제 소신이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병원같은 경우 연구비를 투자해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저는 이 데이터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번 사업은 그것을 다른 의료기관에 파급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김선회(서울대병원) 선생님을 비롯해 최동욱(삼성서울병원)·왕희정(아주대병원) 선생님 등 전임 회장님과 함께 참가한 위원들의 지원이 없었다면 사업을 집행하는 것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분들계 감사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모인 데이터가 의사가 환자에게 좀 더 나은 치료를 선보이는 기반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사업이 한국 의료를 세계의 스탠더드(표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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