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평준화 시대, 1등을 넘어 감동을 전해야”
“의료평준화 시대, 1등을 넘어 감동을 전해야”
온종합병원 정근 원장 “병원 수익, 지역·환자·직원 위해 재분배”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5.04.2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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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가 22년 전 부산 서면에 의원을 차렸을 때, 주변 사람들은 ‘부산대 교수 출신 의사가 이런 곳에 병원을 차리느냐’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당시 이 지역은 지하철역 말고는 그다지 ‘볼게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병원은 인근에서 손꼽히는 의료기관이 됐다.

# 그는 8년 전 구청 주무관을 매일 만나며 서면을 의료특구로 만들어보자고 주장했다. 조만간 외국 관광객이 의료관광을 위해 부산을 찾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다. 그들은 “아프면 서울에 가지 않겠느냐”, “이 곳에 외국 관광객이 찾아오겠느냐” 등 이런저런 우려를 쏟아냈다. 그러나 현재 그의 병원이 있는 부암역부터 서면역까지 약 1Km의 도로 주변은 200여개 이상의 의료기관이 밀집한 ‘서면 메디컬 스트리트’가 펼쳐져 있다.

온종합병원 정근 원장은 여러 의미에서 부산 의료의 큰 손 중 한 명이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지난 17일 정 원장을 만나 부산 의료관광이 지역 사회에 끼친 영향과 병원이 갖춰야할 ‘서비스’는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병원 근처의 ‘서면 메디컬 스트리트’를 봤다. 의료기관도 상당히 많았고, 병원을 찾는 이도 제법 있었다. 부산의 의료관광이 지역 의료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다.

- 내가 서면 메디컬 스트리트를 만들고 싶어 한 이유를 먼저 말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외국 사람들에게 우리 의료를 알리고 싶었던 것이 있다. 대한민국 의료는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을만큼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이를 관광에 접목시켜 다양한 수요를 만들고 싶었다.

사실 의료관광의 수요가 예전에 비해 조금 줄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이 부산을 방문해 치료를 받고 있다. 또 서면 메디컬 스트리트 축제 등을 통해 외국인에게 국내 의료를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지역 사회에 부산 의료의 수준을 알리기 위한 것도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민들은 ‘아프면 서울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나는 부산의 의료는 서울과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의료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이냐. 의사가 가진 기술, 의료기기를 운영하는 사람의 숙련도, 사용하는 의료기기의 수준 등일 것이다. 지역 의료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서울과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지역민들이 타 지역의 의료기관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홍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 홍보를 하고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 부산의 의료 수준을 알리고 나니 이제는 환자가 부산으로 가지 않는다. 5년전만해도 지역민이 서울을 찾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환자들이 서울로 가는 경우는 ‘가족이 거기 살고 있다’ 같은 이유일 뿐이지, 환자 스스로가 부산의 의료가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의료관광 추진이 지역민의 인식 수준을 바꾼 것이다.

▲ 그렇다면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지역 주민들에게 ‘이 병원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상당수의 주민들이 ‘신뢰할 만한 곳’이라고 하더라. 안과는 오래됐지만 종합병원은 개원한지 5년밖에 되지 않았다. 지역 주민들이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정근 원장

- 의료평준화 시대에서 살아남을 길은 서비스 차별화다. 제일 주요했던 것은 환자를 위한 서비스 차별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서비스가 의료의 질을 규정하는 요소는 아니지만, 환자에게는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환자가 가장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많은 병원들이 도심에 있다가 병상 규모가 커지면 주변부로 빠져나간다. 그런데 이것이 환자의 접근성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어차피 이 병원은 의료법인이고 내가 수익을 낼 것이 아니지 않느냐. 병원에서 나온 수익을 그대로 재투자했다. 환자가 움직이는 동선을 줄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병상 규모가 늘어나면서 종합검진 시설을 옮겼을 때, 다른 곳은 상대적으로 임대료나 지가가 싼 곳으로 옮기지만 우리는 안과병원의 세 층, 600㎡를 마련해 검진센터를 만들었다.

또 검진과 치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많은 병원이 내시경 검사를 오후에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오전에는 진료를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전날 저녁부터 굶었는데, 오후까지 어떻게 기다리나. 우리 병원은 오전에 내시경 등 건강검진을 마치도록 했다. 만약 검사 결과 도중 이상이 있거나 용종이 발견되면 바로 옆의 종합병원(안과병원과 종합병원은 불과 200m 거리다)에서 바로 시술을 받도록 했다. 절차와 동선을 줄인 것이다.

▲ 다른 서비스 차별화 사례도 있는지.

- 장례식장도 환자의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일단 장례식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장례비를 시영 장례식장의 70% 수준으로 조정했다. 거기에 환자가 우려하는 ‘뒷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례비를 원무과에서 수납하도록 하고, 손님 대접에 들어가는 음식을 무조건 최고급으로 맞췄다. 환자는 장례비가 줄어서 좋고, 병원은 환자의 신뢰를 얻게 된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나온 수익은 다시 병원 증축이나 환자 편의시설 공사 등 오로지 환자를 위해서만 사용했다. 지하철 출입구와 병원이 연결되도록 공사를 하는 등 환자의 불필요한 행동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마련했다.

즉 종합병원의 단점인 접근 불편을 막고 빠른 치료라는 장점을 내세웠다. 검진센터 역시 시간이나 늦은 치료라는 단점을 제거하고 가격과 접근 용이라는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 그런데 병원의 질을 높이는데는 환자의 편의성 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내부 결속도 중요하지 않은가.

- 그렇다. 우리 가족에 대한 배려가 병원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일단 우리 병원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은 병원에서 진료·수술시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 또 직계 존속 등에는 치료·입원비를 50% 할인해주고 있다. 먼저 직원은 자신이 아플 때 부담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치료가 성공적이라면 다른 가족들의 질환도 여기(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진료비 할인이지만, 병원은 믿을 수 있는 진료를 제공해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환자가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 중 하나인 입소문 효과를 줄 수도 있다.

또 하나는 모든 직원이 정보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내 모바일 메신저에는 각 직역 혹은 병원 부서별 단체 대화방이 있다. 나는 내가 아는 정보는 모든 병원 직원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술 일정부터 병원 정보 등 병원장이 아는 대부분의 정보는 직원들도 공유하게 된다. 직원이 ‘내 병원’이라는 의식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이 밖에도 표준어 연습이나 지역 인재 등용 등 지역 사회가 원하는 것들을 다양하게 수용하고 소통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 병원비 지원은 직원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그 재원은 어떻게 마련된 것인가.

- 아까 이야기했듯이 나는 이 병원에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없다. 세무조사를 해도 우리 병원은 꿀릴 만한 것이 없다. 나 역시 병원장이라는 직책이 봉사라고 생각한다. 병원이 버는 돈은 지역사회, 환자, 직원들을 위해 모두 사용한다. 병원에는 적자같지만 이렇게 해야 병원이 더욱 성공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 정 원장은 ‘병원’은 결국 환자가 원하는 것을 위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 그렇다면 원장님이 생각하는 ‘병원’은 무엇인가.

- 먼저 ‘병원’이라는 장소가 환자를 위해 모든 것을 재편해야 한다고 본다. 내가 병원 위치를 옮기지 않은 것은 환자가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22년전 서면에 병원을 차렸을 때 주위 사람들은 ‘왜 그런 시골에 병원을 차리느냐’고 했다(당시 이 지역은 지하철 1호선과 몇몇 버스편 외에는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었다).하지만 이 지역은 위치상 부산 주거지역의 중심부다. 환자 접근성을 위해서는 이 위치가 제격이었다.

또 지역 주민을 끌어안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2012년부터 건강대학을 운영해서 주민들이 10주간 3시간씩 질병 강좌를 받도록 하고 있다. 현재 3300여명이 건강대학을 수료했다. 지역 주민이 질병에 대해 많이 알고 자연스럽게 우리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하는 것이 우리 병원이 살아남게 된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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