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팔자야’ 의학계에선 옛말 될까
‘니 팔자야’ 의학계에선 옛말 될까
  • 임유진 기자
  • 승인 2015.04.02 0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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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라조 뮤직비디오 캡처

“빠바바밤~”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이 웅장하게 울려퍼진다. 주선율에 맞춰 “니 팔자야. 니 팔자야. 아~대박 왕~대박 또~대박.”

요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남성 2인조 노라조의 ‘니 팔자야’ 노래 가사 중 일부다. 뮤직비디오는 최면과 무당, 사이비교주, 약장수와 천수보살 이미지를 오묘하게 혼합한 의도된 B급 감성, 이른바 ‘싼티’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을 살펴보자. 최면을 거는가 싶더니 사이비 교주가 “대박”을 외치고,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로또 대역전’이 펼쳐진다.

점집 무당으로 변신한 한 멤버가 외친다. “운수가 대박이야. 올해는 대박이야. 완전 팔자가 좋아. 사주도 좋아. 관상도 좋아. 손금도 완전 좋아. 오늘의 운세도 좋아.” 누구나 기원하는 새해 운수대통을 노랫말에 담아 웃음을 준다.

인류 생존 이래 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욕구는 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은 누구나 미래에 대한 약화된 두려움 또는 불확실성을 극복하고자 했고, 점성술이나 미신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인류의 문명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의학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니 팔자야’라는 얘기도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예전에는 가족력이 있거나 병에 걸리게 되면 그저 ‘팔자려니’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일들이 이제는 ‘예방과 예측이 가능한 것(predictable)’으로 변해가고 있어서다.

안젤리나졸리와 남편 브래드피트
최근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안젤리나 졸리가 난소암을 우려해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해 관심을 모았다. 졸리의 이번 수술은 유전적 요인에 따라 유방암과 난소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졸리는 “나는 유전적으로 유방암을 일으키는 BRCA1 유전자가 있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87%,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50%에 달한다는 의사의 진단에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해 예방적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고 했다.

바이오협회 간담회에서 만난 서울의대 김주한 교수는 ‘헬스 아바타’에 대해 설명했다. 강연 요지는 내 유전자 정보를 통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 정보 집합체 지놈(Genome) 염기서열 데이터를 분석해 자신에게 취약한 질병이 어떤 것인지 알아내 발병률을 낮추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련의 사례들은 머지않아 유전자 검사를 통한 개인 맞춤의학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준다.

하지만 지나친 맹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검사와 상담이 일반화할 경우 일반인들에게 암에 대한 과도한 공포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비용 증가나 법적·윤리적 문제도 함께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어느 사회든 시류에 편승해 한몫 챙기려는 업체가 생기기 마련. 최근 유전자 검사와 치료를 한다는 업체들이 속속 등장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이런 경우 유전자 검사로 인한 불필요한 수술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

유전자 의학의 발달이 인간에게 예측 가능한 질병을 차단해주는 ‘황금 나침반’이 될지,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아니, 어쩌면 노라조의 ‘니팔자야’ 후렴구에서 정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걱정은 걱정은 하지마. 지지리 궁상은 떨지마. 걱정은 걔나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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