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 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아무리 확대해도 비급여진료를 잡지 못하면 국민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건보재정에 대한 신뢰마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5일 의료현장의 비급여 진료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비급여 의료행위를 질병별, 환자별로 표준화하고 분류 코드를 부여해 관리하는 비급여 정보관리시스템을 올해 안에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현재 전문가 그룹과 함께 비급여 의료행위를 정의하고 항목별로 분류하는 연구개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비급여 진료의 가격과 빈도 등 정보자료를 수집해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국민들의 관심이 많은 비급여 진료항목에 대한 공개범위도 확대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오는 4월까지 연구용역을 끝내고 국민의 공개 요구수위가 높은 질병과 수술을 중심으로 비급여 진료비용을 포함한 총진료비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2013년부터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상급병실료 차액, MRI(자기공명영상) 진단료 등 37개 항목의 비급여 진료비용을 공개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전체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과 치과대학 부속 치과병원에 위수면내시경 검사비 등 32개 항목의 비급여 진료를 각 의료기관이 안내판을 설치하거나 인터넷 홈페이지 배너에 게재하도록 해 국민이 쉽게 비급여 진료를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이같은 조치는 환자의 선택권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비급여 진료행위로 인한 국민들의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컨대 보험 당국이 비급여 진료를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급여항목으로 전환해 환자 부담을 덜어주고 나면, 의료기관은 또 신의료기술이나 최신 의료기기를 개발하거나 들여왔다며 또 다른 비급여 의료를 양산하기 일쑤였다. 하나를 해결하고 나면 또 다른 하나를 해결야 하는 악순환이 꼬리를 물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복지부가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아무리 높이려고 애써도 보장률은 2008년 62.6%에서 2012년 62.5%로 정체상태다. 보장성 강화 정책의 추진속도보다 비급여 진료영역이 더 빠르게 확대된 탓이다.
실제로 2008~2012년 법정본인부담률은 1.6%가 감소했으나, 비급여 부담률은 1.7% 증가하면서 보장률 상승효과를 잠식했다.
복지부는 비급여 진료영역이 급속히 확대되는 일을 막고자 카메라 내장형 캡슐 내시경 등 경제성과 의학적 필요성은 뚜렷하지 않지만, 환자부담이 큰 최신 의료기술에 대해 ‘선별급여 제도’를 적용해 비용의 일부(20~50%)를 건강보험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환자 자신이 책임지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