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효과가 없는 위약을 환자에게 주면서 효과가 있는 비싼약이라고 하면, 일명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가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말 그대로 가짜약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미국 신시내티대학 의과대학 알베르토 에스파이(신경과 전문의) 박사 연구팀이 중추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다.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한 번은 100달러짜리, 또 한 번은 1500달러짜리라고 하면서 주사제(실제는 생리식염수)를 투여하고 매시간 운동기능(motor skill) 테스트를 통해 효과를 평가했다. 그 결과 비싼 약을 주사했을 때가 덜 비싼 약을 투여했을 때보다 운동기능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위약의 효과는 파킨슨병 치료제인 레보도파 만큼의 효과에 미치지 못했지만 비싼 약을 주사했을 때는 덜 비싼 약과 레보도파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실제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한 뇌촬영에서도 도파민을 분비하는 뇌부위의 활동강도에 이에 상응하는 차이가 관찰됐다.
에스파이 박사는 “운동기능 테스트는 투약 후 4시간까지만 시행했기 때문에 위약효과가 실제로 언제까지 지속했는지 알 수 없지만 환자가 위약의 효과를 믿는 동안만큼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이 결과는 환자가 자신의 병을 얼마나 잘 관리하느냐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운동(motor)기능을 담당하는 뇌 부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생산 세포가 소실돼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근육 경직, 몸 떨림, 느린 동작, 몸의 균형조절 능력 상실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치료에는 합성 도파민인 레보도파가 사용되고 있으나 완치방법은 없다.
이번 연구결과는 ‘신경학’(Neurology) 온라인판 1월28일자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