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보다 무서운 다제내성결핵 … 생존율 5~10년
에이즈보다 무서운 다제내성결핵 … 생존율 5~10년
서해숙 박사 “끊임없이 주위사람에 전파 … 편견이 치료 포기하게 해”
  • 송연주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10.14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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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에 실패한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은 5~10년간 생존하며 주위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다제내성결핵균을 전파하게 된다.”(서울시립서북병원 흉부내과 서해숙 박사)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 국가 중 다제내성결핵 환자 수(1800명, 2011년 기준) 1위국이다.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이뿐 아니다. 결핵발생률, 유병률, 사망률도 OECD 상위권에 속한다. 닮지 말아야 할 것만 골라서 훈장을 달고 있는 셈이다.

다제내성결핵이란 4개 약물을 사용하는 표준 결핵치료 요법 중 최소 2가지에 대해 내성을 가진 매우 복잡한 형태의 결핵이다. 그만큼 치료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일반적으로 결핵은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 다음으로 가장 치명적인 감염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치료에 실패한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생존기간은 5~10년으로 짧다.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질환이라는 얘기다.

정부의 결핵퇴치사업 추진 및 치료 신약 개발 등이 맞물리면서 최근 그 위험성이 더욱 부각됐다.

폐결핵 및 폐외결핵 전문의인 서울시립 서북병원 서해숙 박사(흉부내과 진료부장/결핵2과장)를 만나 다제내성결핵의 치료가 왜 어려운지, 치료를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들어보았다. 

 

 

 

 

▲ 서울시립서북병원 서해숙 박사

 

 

◆ “다제내성결핵, 가장 큰 문제는 치료가 어렵다는 것”

서해숙 박사에 따르면, 다제내성결핵은 여러 약제를 장기간 사용하는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 성적이 저조하다. 세계 여러 기관의 치료 성공률은 45~65%에 불과하다. 

특히 치료에 실패한 다제내성결핵 환자들은 이후 5~10년간 생존하며 주위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다제내성결핵균을 전파한다. 

이에 따라 정부의 정책도 활동성 결핵 환자의 치료를 우선하던 정책에서 다제내성결핵환자, 취약계층이 포함된 결핵 고위험군 등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2011년 4월부터는 다제내성 결핵환자 및 비순응자에 입원명령 등 격리를 통해 결핵균 전파를 방지하는 ‘입원명령 결핵환자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다.  입원명령 사업의 전체 환자수는 2013년까지 1372명. 이 중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980명(71.4%), 비순응 결핵 환자는 393명(28.6%)이었다.

그러나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치료기간이 길어 입원명령사업 시행에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서 박사는 “일선 진료현장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다제내성결핵 치료기간이 길어 환자들이 치료기간 동안 답답함을 호소하고,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제내성결핵은 약제를 병합처방해도 강력한 1차 항결핵제와는 살균력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대략 3~4개월 이후에나 균이 지속적으로 나오지 않는 균음전에 도달한다. 이 기간 동안 환자들은 여러 구실로 외출을 원하고, 의료기관이 허락하지 않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환자와 의료진의 유대관계에 금이 간다.

서 박사는 “환자가 의사의 지시 없이 의료기관을 무단으로 나가거나 해지조건을 충족하지 않음에도 퇴원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그러면 보건소에 신고하게 되고, 보건소에서 환자를 다시 설득해 재입원해야 하고, 이에 불응하면 결국 공권력을 동원해 경찰에 신고하게 되지만, 보건소 관계자도 소진되기는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한 국립결핵전문병원은 치료에 불응하는 환자 관리를 위해 치료감호소를 설치하는 게 인권과 상충되지 않고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서 박사는 “환자를 치료 감호소에 가두어 전염환자를 격리하는 효과보다는 그런 곳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환자는 마땅히 치료를 하겠노라고 하는 전시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약, 치료 기간 줄여 기대”

이런 가운데 출시된 다제내성결핵 치료 신약(제품 : 서튜러)은 치료기간을 줄여 치료 편의성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서튜러’(베타퀼린푸마르산염)는 지난 3월 아시아 최초로 국내에서 시판승인을 받고, 5월 시판됐다.

서 박사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를 꼽으라면, 첫 번째는 약제를 24개월 이상 복용토록 독려하는 일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작용 발생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이 약제는 상대적으로 단기간인 6개월만 복용하면 되므로 부작용 발현이나 장기간의 약제를 복용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준다”며 “처방을 하는 입장이나 환자 입장에서도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주 전부터 더 이상 투여할 약물이 없는 다제내성결핵 여성 환자 1명에게 ‘서튜러’를 처방하고 있다.

서 박사는 “투여 이후에도 매주 검사와 경과관찰을 하고 있는데, 환자는 잘 복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 “결핵환자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이 치료 포기 야기”

그는 “결핵환자를 바라보는 우리사회의 편견이 환자발견의 지연 및 치료포기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결핵환자에게 호락호락하지 않는 사회문화적 관점을 가지고 있어요. 결핵에 대한 사회적 낙인의 부여는 전체 결핵프레임의 왜곡을 초래해 자칫 환자발견의 지연이나 치료포기, 치료로부터의 탈락 위험을 제공할 소지가 크다는 것이죠.”

서 박사는 “결핵과 관련된 사회문화적 편견과 선입관을 바꾸는 지속적인 사회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특히 결핵과 정신질환이 함께 동반된 환자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치료에 대한 불평등을 받고 있다”며 “포용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들에 대해 좀더 따뜻한 시선과 치료비 지원이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외국인 결핵환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역설했다. 

“외국인 결핵환자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습니다. 2001년도에 38명이던 신환자수가 2013년 339명으로 급격히 늘었죠. 특히 전세계 다제내성 결핵환자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다제내성 결핵환자는 바로 내국민에게 전염의 우려가 있습니다.”

서 박사는 “외국인에 어느 부분까지 지원을 해줘야 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종종 불법 체류 환자인 경우 진료비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치료를 받더라도 많은 진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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