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위험이 높은 대표적 심장질환인 급성 심근경색 분야에서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비만의 역설’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한주용 교수팀은 2006년 1월부터 2009년 11월 사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 193명을 분석한 결과 "BMI가 25kg/㎡ 이상인 비만 환자가 정상체중 환자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범위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심근경색증으로 손상된 근육은 재생되지 않아 발생범위가 작을수록 치료결과는 물론 치료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교수팀에 따르면, 비만환자(83명)와 정상체중 환자(110명)를 비교분석한 결과 BMI 이외에 심근경색의 발병 요인을 결정하는 큰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비만환자 그룹과 정상체중 환자 그룹의 평균 나이는 각각 56.2세와 58.3세로 같은 연령대이면서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90.4%, 84.5%)도 비슷했다.
또 흡연율을 포함해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등 심근경색과 관련한 요인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의 비율도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심근경색의 발생한 부위의 크기는 비만 환자들이 정상체중 환자보다 적었다.
심장 MRI 촬영 결과, 비만환자에서는 좌심실 전체 용적 대비 심근경색 크기가 17.9%였던 데 반해 정상체중 환자에서는 20.8%였으며 심근경색 발생 가능 영역을 측정한 값 역시 비만환자에 비해 정상체중 환자에서 더 높았다.
또한 비만환자의 경우 좌심실의 29.4%에서 심근경색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됐으나 정상체중 환자의 경우 36%로 더 높았다.
이는 정상체중을 가진 심근경색 환자들이 향후 심근경색 재발 혹은 관련 질환으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교수팀은 설명했다.
아울러 실제 6개월 추적관찰 결과에서도 비만환자 그룹의 경우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한 명도 없었던 반면 정상체중 환자 그룹에서는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수팀은 “이전 연구에서 비만한 환자가 심근경색 후에 오히려 사망률이 낮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이에 대한 기전이 잘 밝혀져 있지 않았으며, 상반된 연구 결과도 있었기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계속 논란이 되어 왔다”며 “이번 연구는 ‘비만의 역설’에 대한 기전을 제시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연구”라고 밝혔다.
한 교수는 “심근경색에서 비만의 역설이 성립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비만한 환자에서 심근경색의 크기가 작다고 해도, 비만이 다른 심장질환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는 사실은 여전한 만큼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습관을 통한 균형 잡힌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관상동맥질환 분야의 국제학회지 ‘Atherosclerosis’ 최신호에 게재됐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