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 발작을 억제하는 항경련제(간질치료제) ‘라모트리진’(lamotrigine)에 박테리아 박멸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따라 이 약물이 새로운 종류의 항생제로 개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맥매스터대학과 미국의 스크립스 연구소 연구진은 '이라이프'(eLife)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항경련제 라모트리진이 박테리아가 생존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세포소기관인 리보솜(rlbosom)의 조립을 근원적으로 차단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존의 항생제는 대부분 박테리아의 리보솜 기능을 파괴하는데 리보솜 자체의 조립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약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다.
연구진은 라모트리진이 박테리아 세포 안의 어떤 곳을 표적으로 삼는지를 정확히 밝혀냈다.
연구를 주도한 에릭 브라운 박사는 “항생제 내성을 피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항생제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박테리아의 세포가 리보솜을 어떻게 조립하는지와 이 약이 그 조립과정을 어떻게 차단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박테리아의 항생제 내성이 세계인의 건강에 최대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박테리아에 대항할 수 있는 신세대 항생제 개발 없이는 기존의 표준치료들이 대부분 듣지 않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을 지닌 이른바 슈퍼 박테리아들은 일반적인 항생제가 듣지 않아 감염이 장기화되면서 치료비용이 증가하고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미국의 경우 슈퍼 박테리아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MRSA) 감염자는 다른 형태의 박테리아 감염자에 비해 사망위험이 6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계 제약사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가 ‘라믹탈’이라는 제품명으로 판매하고 있는 ‘라모트리진’은 간질발작 억제 외에 기분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있어 조울증(양극성장애)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FDA는 지난 1994년 12월에서 2009년 11월 사이 발생한 중증 후유증 케이스 40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FDA는 “총 40건 중 35건은 병원 치료를 받았으며 환자들이 다시 ‘라믹탈’을 복용했을 경우 가끔 증상이 더 악화됐다”고 부언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