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작부터 졸속
원격의료 시범사업 시작부터 졸속
사업 시행일 코앞인데, 시·군 보건소 “아무런 지침 못받아” … 의료영리화 명분쌓기용 비판도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09.21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이달 말부터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19일 현재 실무를 담당해야 할 시범지역의 시·군 보건소 관계자들은 복지부로부터 이와 관련한 어떠한 지침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시범지역의 경우, 환자 진료를 위한 인프라도 거의 구축되지 않아 시범사업을 한다해도 ‘졸속 사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스코리아뉴스는 오는 9월 말부터 시행될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준비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시범지역 5곳(서울 송파구, 강원도 홍천군, 충청북도 보령시, 경상북도 영양군, 전라남도 신안군)의 보건정책 담당자를 상대로 정부에서 시범사업과 관련한 지시 혹은 지침이 있었는지, 측정기기 구매 및 운영 재원이 확보됐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시범지역 보건소 5곳 모두 복지부의 발표가 있었던 16일 이후에 어떠한 지시나 지침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시작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실무 담당자들은 기본적인 정보조차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의료영리화의 명분을 쌓기 위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군 보건소 “신문 보고 참여 사실 알아” … “시범사업 잘될 수 있을지” 의문 제기

▲ 원격의료 시범사업지역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서 직원들이 유헬스케어 시스템을 작동하고 있다. (위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며, 해당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시·군 보건소 관계자들은 대체로 정부의 이번 시범사업 시행 발표가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아직 어느 시·군에도 정부의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어떻게 사업을 진행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우리 지역이 시범사업지역에 선정됐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언급했다.

A시범지역의 보건소 관계자는 ‘시범사업과 관련한 지시나 지침이 있었냐’는 질문에 “솔직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지역 신문사의 보도를 보고 우리 보건소가 시범사업(대상)에 선정됐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지난 8월 복지부 회의에 참가해 원격 의료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뿐, 그 외 어떤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8월 초 전국 시·군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원격의료 시범사업의 의도와 추진 방향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시행일이나 대상 지역, 환자 선정, 의료기기 및 재원 마련에 관한 설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각 지역의 보건정책 관계자 중 대다수는 시범사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

B시범지역의 관계자는 “(8월에 열린) 회의에서 우리 지역이 시범사업에 참가한다는 사실을 구두로 들었다. 아마 지역에서 유사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선정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만 복지부에서 어떠한 말도 주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우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격의료 관련 언론사 문의 쇄도 … 복지부는 말이 없어”

일부지역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시범사업이 잘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C시범지역 관계자는 “우리 지역은 사업을 위한 혈압측정기나 혈당측정기 등 인프라가 그나마 잘 구축돼 있지만, 이같은 사업을 해본 적 없는 다른 지역은 실무 초기에서부터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며 “정부는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렇게 정책 홍보가 안된다면 시범 사업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D시범지역 관계자는 “매일 신문에 원격의료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서 취재를 요청하는 언론사의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복지부는 아직 말이 없다”며 “당장 9월 말부터 (시범사업이) 시행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기 구매부터 대상(참여환자) 선정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아직 어떻게 선정하라는 기준도 없다. 이러다 제 때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화상진료 운영 중 시범사업 선정돼” … 시민사회단체 “준비없는 사업 시행, 비효율적”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C시범지역의 보건소 관계자는 “지자체 차원의 화상진료가 시행중인데도 복지부가 원격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것은 국가 재정과 실무인력의 비효율적 사용을 부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지자체에서는 이미 산간 오지의 환자들에게 의료인 간 원격 화상 진료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상급 의료기관 등에 진료를 의뢰해 화상진료 이용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C시범지역의 경우, 산간 오지 마을에 기본적 검진 장치(혈압 측정기, 혈당 측정기 등)를 설치, 보건진료소에 근무중인 공공보건의사가 진료를 수행하되 진료행위 중 자문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료인 간 화상 원격진료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환자의 병증이 심하거나 정밀한 치료가 필요할 경우 종합병원이나 의료권역 내 상급 종합기관에 진료를 의뢰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C지역 외 다른 시범지역 중 일부는 화상진료를 수행하는 동시에, 환자가 직접 측정한 혈압과 혈당 등을 보건소 내 서버에 자동 전송되도록 만들어 병증이 심화될 경우 보건소 직원이 직접 진료와 상급 의료기관 이송을 유도하고 있다.

C지역 관계자는 “복지부는 8월 열린 회의에서 ‘이번 시범사업의 목적이 원격 모니터링의 차원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이미 화상진료를 이용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원격 모니터링을 통한 지속적 관리를 시행한다면 국가재정과 인력의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이 결국 원격진료의 실효성 저하와 국가재정의 낭비를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이경민 간사는 “지역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보건의료인력이 아무런 준비 없이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효율적인 정책 집행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또한 원격의료의 문제점 중 하나인 과도한 약 처방, 장비 구매 비용 등의 예산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면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복지부에 십 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말만 되돌아 왔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회사명 : (주)헬코미디어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매봉산로2길 45, 302호(상암동, 해나리빌딩)
      • 대표전화 : 02-364-2002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슬기
      • 제호 : 헬스코리아뉴스
      • 발행일 : 2007-01-01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17
      • 재등록일 : 2008-11-27
      • 발행인 : 임도이
      • 편집인 : 이순호
      • 헬스코리아뉴스에서 발행하는 모든 저작물(컨텐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복제·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이슬기 02-364-2002 webmaster@hkn24.com
      • Copyright © 2024 헬스코리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hkn24.com
      ND소프트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