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복지부는 늦어도 좋다
‘규제완화’ 복지부는 늦어도 좋다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4.09.0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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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완화의) 속도를 높이는 것도 해결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들에게 규제완화의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 시연된 ‘규제개혁포털’은 규제완화를 요청하는 개인 혹은 단체의 건의에 대한 부처별 수용실적(수용·입안·답변의 총합)을 비교·평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보건복지부는 8월 말 기준 총 444건의 건의 중 22.1%인 98건을 수용 혹은 답변해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 규제개혁포털 내 ‘부처별 규제건의 수용률’ 도표.

하지만 과연 이 현황을 가지고 ‘복지부의 건의처리가 늦다’ 혹은 ‘복지부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른바 ‘복지부 무능론’으로 따지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렇게 생각하는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포털 내에 등장하는 수용현황 도표가 여러 부처의 상황이나 담당 분야의 일반적 특징 혹은 총 건의 건수와는 관계없이 각 부처가 처리한 현황만을 강조, 백분율화해 부처 간 무분별한 ‘규제 풀기’ 경쟁을 유도한 듯 보인다는 것이다.

표를 보면, 마치 높은 건의 처리율을 가진 부서만이 ‘일을 열심히 하는’ 혹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부처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 비율에 따른 순위 매기기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보건의료 정책에서의 규제는 어느 정도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의료만큼 국민의 생명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분야도 찾기 어렵다. 몸이 아프면 약을 먹어야 하고 상처가 심하면 꿰매야 하듯 의료분야는 가장 ‘살에 와닿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는 부서다. 또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여러 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따라서 보건의료분야는 단 한 가지의 규제개혁에도 신중해야 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국민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기에는 조금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복지부가 받은 건의 건수는 모든 부처 중 2번째로 높다. 안전행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받은 건의 건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 처리건수 역시 99건으로 타 부서와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표를 파헤치면 복지부의 규제완화 실천도는 어느 정도 진척돼 있다는 느낌이다.

정책의 실현이라는 면에서는 조금 늦어 보이지만 복지부는 정책과 의료현장, 국민 사이에서 나쁘지 않은 균형감을 유지하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규제 완화 정책의 핵심이 상당 부분 의료의 영리성과 관련돼 있음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손톱 밑 가시(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이 현장에서 겪는 실질적인 애로사항)’를 제외한, 규제완화 핵심기조에는 시민단체가 주장하고 있는 ‘의료영리화’ 논란의 핵심에 있는 원격의료·의료관광 활성화 등의 사안이 주를 이뤄 앞으로 복지부가 넘어야 할 산은 제법 높다는 판단이다.

복지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 완화 일변도의 정책’에서 조금 뒤처져도 좋다. 언급한 바와 같이 보건의료는 빠른 것보다 바른 것을, 시대에 천착하기보다는 침착해야 ‘모두가 건강한’ 정책을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다만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조금만 더 받아들여 충분한 논의와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정부와 의료계, 일반 국민이 모두 원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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