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비만대사수술 신중해야”
“당뇨병 비만대사수술 신중해야”
안수민 교수 “마른 당뇨 많은 한국, 서양 기준 적용 어려워 … 중·장기적 치료 효과 입증해야”
  • 이우진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4.08.0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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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당뇨병 환자 수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오는 2020년이 되면 전체 국민 424만명 가량이 당뇨병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 10명 중 1명이 당뇨병과 합병증을 안고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세계적으로 ‘비만대사수술의 당뇨병 치료 효과’가 밝혀지며, 국내 당뇨병 환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학계의 입장은 분분하다. 당뇨병 완치의 길이 열렸다는 의견부터 '마른 당뇨' 환자가 많은 국내에서는 아직 안전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말까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선택권을 가진 환자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평소 ‘신중한 수술론’을 펴고 있는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외과 안수민 교수를 만나, 당뇨병 수술 논란과 향후 치료 방향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안 교수와의 인터뷰는 7일 그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이뤄졌다. <편집자 주>

“저는 ‘당뇨병 수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확한 환자 선택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만 가장 뛰어난 수술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안수민 교수는 무분별한 ‘당뇨병 수술’을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당뇨병 치료를 위한 비만대사수술은 모든 환자에게 큰 효과를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비만대사수술은 위나 소장 일부를 잘라내 음식 섭취를 줄여 비만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 수술법은 지난 2000년 ‘당뇨병 환자 중 90% 이상이 겪고 있는 2형(성인) 당뇨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관심의 대상이 됐다.

우리 몸은 음식물이 소장에 닿으면 ‘인크레틴’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소장은 이 호르몬의 영향으로 상부에서는 혈당을 올리고 하부는 내리는 역할을 한다. 2형 당뇨병의 경우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수치가 현저하게 적거나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해 혈당과 혈압이 급상승한다. 비만대사술은 음식물이 소장 상부를 지나지 않도록 우회시켜 혈당을 낮추고 당뇨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국내 대학병원들도 이 술기를 도입해 당뇨병을 치료하는 사례를 내놓고 있어 환자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반대 입장도 만만치 않다. 수술을 통한 당뇨병 치료는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고 완치의 가능성을 논하기에는 중·장기적인 치료 사례의 입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서양과 달리 ‘마른 당뇨’ 환자가 많은 한국에서 서양의 기준을 적용하기 힘들고, 식이요법과 수술로 완화할 수 있는 당뇨병에 수술을 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조절 쉬운 환자는 굳이 수술할 필요없어” … 전반적 환경과 치료 효과 고려해야

▲ 한림대성심병원 안수민 교수.

안수민 교수는 “당뇨병 치료 목적의 비만대사수술은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수술의 안전성과 비용대비 효과다. 먼저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전성은 이미 국외에서 인정 받은 내용입니다. 수술의 위험성은 복강경 담낭 수술 정도의 수준입니다.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환자가 수술 후 어떤 효과를 보일지, 지금의 상태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료진의 디자인(환자의 수술 전·후 과정, 계획 등을 만드는 것)과 선택이 필요합니다. 약이나 인슐린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혈당 조절이 쉬운 환자에게는 수술을 권할 이유가 없습니다. 다만 조절이 어렵거나 고혈당을 유지하는 경우에는 수술이 필요합니다.”

안 교수는 당뇨병 수술 전 반드시 환자의 상태 전반을 파악하고 효과를 계획하고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를 포함한 병원 의료팀은 환자의 전반적인 측면을 봅니다. 환자가 어떤 약을 쓰는지부터 시작해 정확한 환자의 상태, 이를테면 췌장 등 타 장기의 상태와 기능 정도를 봅니다. 또한 인슐린 분비능력이나 식이습관 등도 확인한 뒤 환자의 직업까지 확인해 수술 여부를 측정합니다. 과연 이 환자가 수술 이후 얼마나 좋은 효과를 보일지 골라내는 것이죠. 만약 효과가 크게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저는 수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치료방식에 많은 것 느껴 … 환자에 따라 완치도 가능”

소아외과 전공이었던 안 교수는 미국 코넬대 전임의(펠로우쉽) 시절 수술을 통한 당뇨병 치료 효과에 관심을 가졌다. 그 당시 함께 수학하던 프란체스코 루비노 박사가 비만대사수술을 통한 당뇨병 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부터였다.

“미국은 대체로 당뇨병 환자가 비만을 동반합니다. 함께 수학했던 루비노 박사는 비만대사수술을 통한 당뇨병 치료 효과에 ‘충분히 공부할 가치’를 느꼈습니다. 또한 제가 공부하던 곳(코넬대)에서는 비만수술과 당뇨치료센터가 하나로 합쳐져 있었습니다. 저 역시 공부를 하면서 (수술로 당뇨병을 치료한다는 것에) 의구심을 가졌었는데 실제로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안 교수는 그 이후 일본 요츠야 메디컬 큐브 등에서 비만대사수술을 공부하며 ‘외과적 수술을 통한 당뇨 치료’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느꼈다. 치료하기 어려운 당뇨병을 고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당뇨병 수술을 하는 이유는 바로 합병증 때문입니다. 사지가 괴사해 절단하거나 실명 또는 신장이 약해지기도 합니다. 신장이식 환자 중 약 30%는 합병증으로 인한 것입니다. 당뇨병 관리는 치료냐 조절이냐의 문제입니다.

혈당강하제와 인슐린을 투약하는 것은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지, 완치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공복혈당이 110mg/dL, 당화혈색소가 6% 미만일 때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투약은 비정상적인 수치를 끌어내려 정상에 가깝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술은 상황에 따라 환자 투약을 멈춘 상태에서 5년 후에도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당뇨병=수술 일반화 안된다” … 기준마련, 내·외과 의료진 논의 중요성 제기하기도

안 교수는 비만대사수술을 통한 당뇨수술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는 반드시 수술받는다’라는 틀에 갇히면 안된다고 했다.

▲ 안 교수가 당뇨병 환자의 수술 필요성 기준을 설명하고 있다.

“외과 의사는 (비만대사술에 치료효과가 좋은) 환자를 선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치료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뒤, 환자가 치료가 가능한지, 의사가 환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술이 잘못되면 피해를 입는 건 결국 환자입니다. 환자는 실험을 받기 위해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당뇨병이 반드시 수술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그는 “미국 내분비학회의 경우 지난 2013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수술의 효과정도와 등급화를 통해 수술의 필요성을 권고하고 있다”며 “당뇨병 환자 중 BMI(신체질량지수)가 40이상이면 반드시 해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고, (BMI가) 30~35라면 권장하는 등급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 및 일부 인종은 WHO의 권고에 따라 BMI 27.5 ~ 32.5라는 명확한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서양의 기준을 따르고 있지만, 우리나라 역시 우리의 실정에 맞는 표준화·기준화 작업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학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당뇨병 수술 필요성’과 관련, “서로 충분한 합의와 이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위암 환자는 개인마다 그 치료 절차가 다릅니다. 어떤 환자는 항암치료 후 수술을 하고, 또 다른 환자는 수술 후 항암 치료를 하기도 합니다. 당뇨병 수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두 가지는 모두 필요한 방법이라는 전제 하에 방법론적인 논의가 이어져야 합니다.

예를 들자면, 비만대사수술을 하는 외과 의료진에 의해 당뇨병 치료를 위한 하나의 기전이 발견됐고 내과 의사들은 훨씬 더 좋은 치료약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수술에 찬성 혹은 반대하는 의료진 모두 서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면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반대하는 의사는 수술진이 찾아내지 못한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고, 찬성하는 의사는 충고를 귀기울여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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