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불법 네트워크 광풍’ 잠재우려면
치과계 ‘불법 네트워크 광풍’ 잠재우려면
  • 전진영
  • 승인 2013.10.04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전진영 치과의사(봉직의)
17세기 이후 유럽의 경제는 급속히 팽창했다. 그 중심에 해상무역을 장악한 막강한 경제대국 네덜란드가 자리잡고 있었다. 전쟁의 위험은 사라졌고 직물사업은 호황이었으며, 동인도 회사의 주가는 상승일로였다. 유럽 각지의 문물은 암스테르담으로 모였고, 네덜란드 은행의 예금잔고는 수십배로 급증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한 부르주아들은 먹고 입고 쓰고도 돈이 남아돌았고, 당연한 수순으로 부를 과시하고 싶어졌다. 그때 튤립이 역사의 중심에 등장하게 된다. 좁은 국토를 가진 네덜란드에서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부를 상징하는 시대적 유행이 되었다. 16세기 말 터키에서 들어온 튤립이 중요한 상품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네덜란드에 분 튤립 광풍

단순한 꽃에 지나지 않는 튤립이 점차 부를 소유한 사람의 사회적 신분을 상징하는 존재로 변질되어 갔다. 그리하여 그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튤립은 네덜란드의 모든 가치기준을 무너뜨리고 가장 귀한 상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급기야 나라전체가 튤립을 둘러싸고 이해할 수 없는 이상열기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튤립구근이 같은 무게의 황금보다도 비싸게 거래되었다.

그러다 웃지못할 사건이 터지게 된다. 수년간 외국에 머물다 네덜란드로 돌아온 세르반데스라는 사람이 고향인 암스테르담으로 돌아와 친구집에 잠시 머물다가 배가 고파서 눈에 보이는 양파를 아무 생각 없이 요리해 먹었고, 다음날 친구는 세르반데스를 고소한다. 그가 먹은 것은 양파가 아니라 튤립구근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삽시간에 전유럽의 화제가 되었고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지닌 재판이 되었다. 세르반데스는 꽃뿌리 하나를 먹었을 뿐이라고 항변하였고, 자신이 외국에 나갈 당시는 튤립구근 하나가 1달러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으나 결국 패소하고 만다.

그러나 이 재판을 지켜보던 대중은 이성적인 눈을 뜨게 되었고 거래시장은 일순간에 붕괴하게 된다. 투자자 파산이 이어지고 네덜란드 전체가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비정상적으로 한 곳에 집중되었던 사람들의 관심과 부풀려졌던 경제는 쉽사리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런 광기어린 열풍은 그 이후에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다. 역사적인 오류를 남겼음에도 어리석은 인간은 교훈을 망각하고 또 다른 열풍을 일으키는 짓을 반복한다.

치과계에 분 불법네트워크 광풍

지금 치과계도 이런 이상열풍에 휩싸여 있다. 의료는 자본주의의 개념이 주가 되면 위험해진다. 또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불균형이 가장 심한 분야가 의료이다. 그 정보불균형을 이용해, 그리고 자본주의 개념만을 대입해 창궐한 것이 저가형 불법 네트워크 치과이다.

너도나도 치료비를 낮추는 이상경쟁이 일어나고, 하지 않아도 될 과잉진료가 횡행하고, 싸게 치료받은 거라 착각하지만 전체 국민들의 불필요한 의료비는 오히려 증가한다. 치료비를 낮추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고 저렴한 재료를 써야 하며 불법위임진료를 자행해야 하니 의료의 질이 저하된다.

그러면서 소신껏 진료하는 치과의사들은 ‘도둑놈’ 소리를 듣고 국민들의 치과계에 대한 불신과 반감은 커져왔다. 이 웃지못할 일들이 지금 현시대의 치과계에 만연하고 있는 현실이다. 세르반데스의 재판처럼 치과계에도 우스꽝스러운 재판들이 많다. 불법 네트워크 치과들은 고소·고발을 방어의 수단으로 남발했다.

현시대를 사는 우리는 후대 치과의사들에게 어떻게 기억될까. “그때는 다들 치료비를 낮춰서 나만 돈을 벌겠다는 광기의 열풍에 휩싸여 있었대…” 이렇게 기억되진 않을까?

부끄러운 일이다. 이 광기의 열풍을 끝내려 노력해야 할 연대의 책임이 이 시대 치과의사들인 우리 모두에게 있다. 힘을 모으고 정화의 노력을 기울이며 국민들에게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문제점을 전하고 우리의 대표를 올바로 뽑아 제도와 사회시스템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부끄러운 시대의 장본인들로 기억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편집자 추천 뉴스
베스트 클릭
여론광장
오늘의 단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