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환자에 쏟는 30년 치과위생사 노하우
장애인 환자에 쏟는 30년 치과위생사 노하우
[인터뷰] 강서뇌성마비복지관 ‘발달장애인 치과진료실’ 이영선 씨
  • 구명희 기자
  • admin@dttoday.com
  • 승인 2013.09.06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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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증장애인 중 치과진료가 필요한 환자는 약 47만 명, 그 중 20만 명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과치료가 필요한 전체 장애인 수는 약 143만 명으로 추정했다.

한국건강증진재단이 발표한 장애인이 쉽게 이용 가능한 치과기관은 전국 약 400곳. 전체 장애인을 치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 이영선 치과위생사
강서뇌성마비복지관 내에 위치한 ‘발달장애인 치과진료실’은 2011년 7월 서울에서 ‘무료 치과진료소’란 타이틀로 개원했다.

진료는 대부분 예약제로 진행되며 하루 5,6명의 환자는 기본이고 연간 스케일링 신규환자만 300명에 달한다. 일주일에 한 번 치과의사가 방문하며 치위생사는 상주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치과진료실’에서 치위생사로 일하고 있는 이영선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는 장애 종류와 정도를 가리지 않는다. 장애인을 치료하는 치과가 많지 않기 때문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진료한다. 치과의사가 실란트, 레진, 유치 등을 관리하며 치위생사인 나는 상담, 스케일링, 예방치료 담당이다.”

일주일에 한 번 방문해 진료 중인 치과의사는 스마일재단 2대 이사장을 지내고 현재 경희대에서 소아치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이긍호 교수. 스마일재단에서는 치료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환자들의 치아 상태를 묻는 질문에 이영선 씨는 잇몸이 좋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치아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칫솔질이다. 특히 뇌성마비를 가진 환자들이 많이 방문하는데, 그들은 직접 손을 움직여 이를 닦기엔 어려움이 있다. 부모나 활동보조인이 닦아주는 편이지만 본인의 이가 아니면 잘 닦기 힘들지 않는가. 몸이 불편한 탓에 치아관리가 어려워 잇몸, 치주에 문제가 생긴다. 치은과 염증이 발생하고 만성 치주염을 앓는 환자들이 많이 내원한다.”

그는 만성 치주염 환자가 내원하면 한 번의 스케일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3개월, 1년 단위로 리콜해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치과진료실의 모습
얼마 뒤면 치위생사의 길로 접어든 지 30년이 되는 이영선 씨는 3년 전 ‘발달장애인 치과진료실’과 인연을 맺었다.

“로컬과 보건지소에서 치위생 업무를 했다. 잠시 일을 쉬다가 아이들이 크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겨 구인 중에 발달장애인 치과진료실이 눈에 띄었다. 힘이 드는 건 사실이다. 이 일을 시작하며 ‘이 사람들이야말로 우리가 정말 필요한 사람이구나’ 느꼈다. 그들과 교감하고, 내가 치료해주면 그들이 고마워해 힘이 들어도 보람차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달리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이 어려워 통제가 힘들다. 치료를 할 때 부모나 활동보호자, 복지관에 근무하는 공익요원의 도움을 받는다.

▲ 진료실 곳곳에 장애환자를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진료 중 체어에서 넘어지며 모서리에 부딪혀 머리가 깨진 환자도 있었단다. 다행히 환자는 크게 다치지 않았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더 신경 쓰고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이젠 노하우도 생겼다고 전했다.

“진료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내 책임이다.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항상 긴장을 놓지 않는다.”

전기를 사용하는 장비가 많은 치과 특성상 전깃줄이 많은데 혹여나 환자들이 밟아 넘어질까 모서리에 부딪히지 않게 스펀지를 붙이는 등 치과 곳곳에는 환자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였다.

그는 지난주에 한 여자아이를 치료했던 이야기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겨우 10살인 아이는 치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치석이 덮여 있었다는 것이다.

“식도로 호스를 연결해 음식을 섭취하는 아이였다. 보호자가 그러더라. 여기서도 치료가 안 되면 대학병원에 가서 수면마취 후 스케일링할 각오로 찾아왔다고. 흔들리는 유치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치석을 제거했다. 고마워하더라.”

환경호르몬의 증가로 장애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복지관에도 장애의 정도가 점점 심화된 아이들 방문이 늘고 있다. 더불어 치아 관리도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치과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장애인에게 관심을 갖고 비장애인과 비슷하게 지낼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게 그녀의 바람이다.

매년 장애인 지원 예산이 증가하고는 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전히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장애인들이 많다. 장애인들은 아픈 데가 없어 병원에 방문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아파도 표현하기 어려워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접근성이나 경제적 어려움, 의사소통의 불편함 같은 이유로 더 이상 치료를 방치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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