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수술’ 하면 무조건 꺼려지는 경향이 있지만, 질환의 상태가 극심하거나 보존적인 치료로 호전을 볼 수 없는 경우라면 오히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최근에는 퇴행성관절염, 십자인대파열, 반월상연골파열 같은 관절질환에 관절내시경이 적용되면서 작은 절개와 부분마취, 자기관절의 보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술에 대한 부담이 크게 줄었다.
가정주부 박모(63, 여)씨는 퇴행성관절염 말기로 정형외과에서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자기관절을 가능한 보존하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으나 관절수술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는 주변의 말에 수술을 포기했다. 대신 박 씨는 집에서 관절에 좋다는 민간요법을 하고, 통증을 없애준다는 주사를 맞았다. 그러나 통증은 자꾸 재발했고 다시 병원을 찾은 박 씨는 자기관절을 살릴 수 있는 치료시기를 놓쳐 인공관절로 관절을 대치해야 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관절수술은 관절질환이나 외상이 수술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거나, 수술적인 치료가 가장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는 환자 등에 권유되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병원에서 관절수술을 진단 받는 환자들은 ‘수술은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으로 다른 쉬운 치료 방법을 수소문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는 주사 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현재까지는 관절의 질환이나 부상이 경미할 경우에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함에도 질환을 계속 방치하면 통증이 악화되고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합병증이 유발되는 등의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치료비용과 시간, 그리고 환자 개인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커질 수 밖에 없다.
◆ 관절내시경 수술 시, 자기관절 가능한 보존해야 경과 좋아
관절수술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요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진단과 수술이다.
관절내시경은 지름 3.5mm 직선 모양의 원통형 금속관에 초소형카메라를 부착한 의료장비로, 관절 안의 모습을 비디오 화면으로 보면서 진단과 직접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관절내시경은 손상된 연골이나 인대손상, 관절부위 뼈의 마모 등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고, 그 어떤 검사장비보다 정확하게 관절상태를 직접 볼 수 있어 정밀한 검사가 가능하다.
수술에서도 기존 외과적 수술보다 효과가 높다. 퇴행성관절염의 경우 관절내시경으로 마모된 연골에 구멍을 내어 새로운 연골이 만들어지도록 유도하는 연골성형술과 골천공수술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통증을 개선한다.
운동 중 부상으로 발생률이 높은 십자인대파열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인대를 꿰매거나 재건하는 방식으로 수술이 이뤄진다. 수술 시에는 자기인대를 가능한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기존의 기능에 근접한 튼튼한 인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수술기법은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시행이 가능한 전문의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반월상연골파열의 경우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연골판을 봉합하고 절제, 이식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특히 이식술은 활동력 있는 젊은 층에서 효과적이어서 환자의 90% 이상에서 좋은 치료경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관절내시경 수술은 예전의 수술과 같이 환부를 크게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내시경이 들어갈 수 있는 3개의 작은 구멍만을 최소로 절개하기 때문에 수술 후 상처가 매우 작다. 마취 또한 무릎관절의 경우 대부분 전신마취가 아닌 부분마취로 진행해 수술 상황을 환자와 의사가 모니터하고 대화도 나눌 수 있다.
수술시간도 대부분 30분 내외로 짧고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수술 후 후유증 위험이 드물어 관절수술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했다. 무엇보다 관절내시경으로 환자가 자기관절을 보존할 수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수술적 치료가 여러 가지 관절질환의 근본적인 치료인 경우가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절질환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며,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환자의 자기관절조직을 가능한 살려 수술하면 좋은 예후를 볼 수 있다. <본지 메디칼 전문위원 / 세정병원 원장>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