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특정시술 기피…"돈 안 되고 귀찮아~"
병·의원 특정시술 기피…"돈 안 되고 귀찮아~"
의료법상 진료거부 '정당한 이유 있으면 면죄'…의술·장비 부족 등 내세워
  • 이미선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07.04.09 0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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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되는 과목은 진료안한다"

돈 되는 질환만 진료를 하는 병원들이 늘어가면서 환자들의 불편이 심화되고 있다. 관계 당국은 교묘히 법망을 피해가는 의료기관들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없다며 한발 빼고 있다.

의료시장 개방에 맞서기 위해 의료 영리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병원들 스스로 실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9일 병원계에 따르면 현재 많은 병·의원들이 급여항목의 진료보다는 비급여 항목 위주의 진료에 신경을 쓰고 있다. 병원업계는 이것이 병의원의 공급과잉으로 치열해진 의료시장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제는 비급여 항목 위주의 진료가 아닌 아예 개원 당시부터 급여항목과 관련된 장비자체를 들이지 않는 등 급여항목 진료 자체를 하지 않는 병원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법은 의료인이 환자의 진료를 거부했을 경우 의료법 제16조에 의해 처벌을 받게 된다.  다만,  "정당한 이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경우" 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 정당한 이유란 진료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지 않았거나 의술이 부족한 경우 등 해당 진료를 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를 말한다.  말하자면 '귀에걸면 귀걸이, 코에걸면 코걸이식'  핑계 거리를 만들어준 셈이다.  

때문에 충분한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도 진료를 거부한 의료인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조항은 사실 유명무실하다.

뿐만아니라,  당초부터 시설과 장비, 인력 등을 갖추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진료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않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개원 당시부터 급여항목과 관련된 장비는 일체 구비하지 않고 있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는 진료거부에 따른 법 위반의 시비를 처음부터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요즘에는 정관복원수술을 하는 비뇨기과를 찾기가 쉽지않다.  저출산 문제해결을 위해 정부가 지난 2004년 하반기부터 정관복원수술을 급여항목에 포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병원들은 하나 같이 시술의 어려움과 장비의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급여시술을 할 경우 소득이 노출돼 별다른 이득이 없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1회 150~250만원이라는 고가의 정관복원수술이 보험적용 이후 희망자들에게는 부담해소측면이 있지만, 의료기관들은 의료수가가 낮아져 이 전 만큼 남는 게 없는 장사가 돼버린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비뇨기과만의 문제가 아니다. 산부인과의 경우 분만을 하지 않는 의원이 전체의 70%에 육박하고 있다.

그나마 산부인과 경우 저출산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해 분만만으론 도저히 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어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산부인과 역시 비급여 항목의 진료를 늘리고 성형이나 비만치료 등 다른 분야의 진료를 예사로 하고 있다. 

성형외과도 마찬가지다. 비급여인 미용성형이 주류를 이루고 봉합이나 접합과 같은 성형외과 고유의 진료 분야는 돈이 안 돼 외면받기 일수이다. 이들 역시 이유의 대부분은 인력과 장비의 부족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하다. 농촌지역의 경우 아이를 낳거나 정관복원수술을 하기 위해선 도시의 큰 병원까지 나와야 한다. 

급여항목 진료를 기피하는 의사들의 대부분은 비현실적인 수가체계의 때문이라며 모든 문제를 제도의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아무리 수가를 인상해도 반드시라는 법상의 제도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상 의료기관의 진료기피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부 역시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 관계자는 “시술 능력이 안 되는데 치료하다 의료사고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겠느냐. 장비 등이 없어 진료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진료거부라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돈이 안 되는 걸 누군들 하고 싶겠냐. 현재로써는 장비나 인력 등을 이유로 진료를 거부하는 것에 대해 처벌하거나 규제할 방법은 없다. 의사들의 소신과 선택의 문제다”라고 한술 더떴다. 

결국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과 환자들의 몫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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