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려지는 야생동물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도시근교의 산에 개나 고양이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광경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등산을 가거나 소풍을 가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요즈음, 이들 동물 중에서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덤벼드는 유기견이 가장 위협적 존재다. 그간 사고도 다수 일어났다.
그런데 이런 불안한 상황이 또 다른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 일대에 광견병 주의보가 발령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주말을 기해,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 한 농가에서 사육하는 개에서 광견병이 발생했다며 광견병 발생주의보를 내렸다.
광견병은 고대 그리스의 문헌에서도 찾을 수 있을 만큼 역사가 유구하며 국내에서도 고대부터 있어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광견병은 소·개 등 온혈동물이 걸리는 2종 법정 가축전염병으로 라비스 바이러스(rabies virus)가 원인매체다.
개 등 동물이 라비스 바이러스에 전염돼 잠복기가 지나면 침을 흘리고 움직이는 물체를 마구 물며 어두운 곳을 찾으며 돌덩이 등 이물질을 함부로 먹는 등 미친 증상을 보인다.
사람이 이런 동물에 물리거나 하여 감염되면 초기에는 발열, 두통, 무기력, 식욕 저하, 구역, 구토, 마른 기침 등이 1~4일 동안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물린 부위에 저린 느낌이 들거나 저절로 씰룩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광견병을 의심할 수 있다고 한다.
광견병의 증상은 흥분, 불안, 우울증 등이 나타나고, 음식이나 물을 보기만 해도 근육, 특히 목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며 침을 많이 흘리게 된다.
환자의 80% 정도는 물을 두려워하거나(공수병)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나타나며 병이 진행되면서 경련, 마비, 혼수상태에 이르게 되고 호흡근마비로 사망한다.
한때는 흡혈귀가 광견병 환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즉, 어두운 밤에 돌아다니고 이를 드러내는 반응을 보이는 등의 현상이 유사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집에서 기르는 개와 고양이도 체내에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세계적으로는 광견병을 전파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는 동물은 집에서 기르는 개라는 연구자료가 있을 만큼 집에서 전염되는 비율이 높다.
더군다나 아직은 동물에 물린 직후, 체내에 광견병 바이러스가 들어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개 등에 물린 경험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면 감염을 의심할 수 있으며 뇌조직에 특이적인 염색법이나 바이러스 배양으로 확진한다.
다행히 광견병 예방백신이 있어 사전에 감염을 차단할 수 있다. 또 물렸더라도 출혈이 심하지 않으면 비누와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고 거즈 등으로 출혈 부위를 압박해 출혈을 억제한 다음, 병원을 신속하게 찾는다면 치료가 가능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애완동물 특히 애완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급속도록 늘고 있다. 동물을 무작정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사전에 질병의 근원을 차단하고 주의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관계당국은 산이나 들에 몰려다니는 유기동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등산객들과 주민들에 대한 안전책을 마련해야 한다. <본지 논설위원/칼럼니스트/소설가>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