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무과실 보상책임 지나치다
의사 무과실 보상책임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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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4.08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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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구제하고 분쟁을 조정하기 위한 의료분쟁조정법령이 8일 발효돼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 보상, 분쟁조정원 감정단 구성요건 등에 대해 강력 반발, 참여 거부를 선언함으로써 파행운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의료분쟁조정법 초기 시행과정에서 의협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차기 의협회장으로 당선된 노환규 전의총 회장은 민초 의사들의 입장을 적극 대변한다며 "지금방식의 의료 조정제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협이 범의료계 민의라는 점을 내세워 분쟁조정법 시행을 강행하려는 복지부측과 정면 대립할 경우 이 법이 사문화(死文化)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이런 불행스런 사태를 빚지 않도록 양측은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이견을 조율해야 할 것이다.

분쟁조정법, 환자-의사 양측에 도움

정부와 의료계가 충돌하면 중간에 선 환자뿐 아니라, 의사나 의료기관도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의료사고를 당한 환자측이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지금까지는 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소송에는 긴 시일이 소요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환자측이 큰 불편을 겪는다. 의료소송은 1심을 마치는데도 보통 2년 이상이 걸린다. 성형외과의 경우 분쟁해결까지 평균 6년 3개월이 소요된다고 한다.

비용도 변호사 선임비용 500만원 이외에 성공보수로 보상액의 10~20%를 추가로 변호사에게 지불해야 한다. 소송비용 때문에 의료사고를 입어도 소송을 망설이기 일쑤였다.

의사나 의료기관도 의료사고 발생시 환자측의 무리한 보상 요구와 시위 행위로 이미지 추락 등 병원 경영 등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과도한 피해보상요구에 시달리다 못해 병원 문을 닫거나 진료의사가 목숨을 끊는 사례마저 있었다.

정부는 법령이 발효됐다고 해서 밀어붙이려고만 할 게 아니라 의료계의 반대 주장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있는데도, 더구나 분쟁조정법의 제정을 먼저 제기했던 의사단체들이 반대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난해 4월 의료분쟁조정법을 입법예고한 때부터 의료계는 무과실 책임 규정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당초 산부인과계에서 시작된 반발은 전 의료계로 확산된 상황이다.

논란의 핵심 조항은 의료분쟁조정법 46조와 시행령 21조다. 법 46조 1항 규정대로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했다고 결정한 분만사고의 피해보상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오히려 권장할만하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이다. 여성 1명이 낳는 평균자녀수가 1.24명에 불과하다. 세계 222개국 중 217위다. 출산과정에서부터 국가 보호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러나 시행령 21조에서 보상재원을 국가와 의료기관이 분담한다고 해놓고 5 대 5의 동등한 비율로 부담한다고 했다가 의료계 반발에 부딪치자 7 대 3으로 비율을 조정했다. 참 얄팍한 수다. 필요치 않은 데는 재정을 펑펑 쓰면서 정작 써야 할 곳에서는 한두 푼을 따지니 하는 말이다.

보상재원은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 "과실없는 곳에 책임없다"

산부인과 전공의지원자 급감, 산부인과병원 폐원 속출 등 분만 시스템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는데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게 과실없는 산부인과 의사에게 보상액의 30%를 책임지라는 정도니 제3자가 봐도 아연할 따름이다. 보상액 30%라고 해봤자 연 20억원에 미치지도 못할텐테 복지부가 언제부터 이렇게 쪼잔하게 굴었는지 모르겠다.

의학적으로도 뇌성마비 신생아의 70~80%는 의사진료의 과실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과실없는 곳에 책임없다는 기본적인 법 원리조차 무시한 황당한 발상이다. 아니면 행정의 오만함인가. 여북했으면 헌법소원 얘기가 나왔겠는가.

요즘 복지부 행태를 보면 참 답답하다. 관련 기관, 업계의 실상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해주기는커녕, 문제를 만들기 바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약가인하를 둘러싸고 제약업계와 법정 싸움까지 벌인 게 언제인데 또 의료계와 소송이라도 벌일 셈인지.

민사상의 분쟁은 당사자간에 신속하고 원만하게 해결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소송으로 가기 전에 조정절차에 의해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분쟁조정제도는 장점이 많다. 의료분쟁해결 제도가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미국에서도 대다수의 주에서 이와 비슷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법제화가 거론된 지 24년 만에 우려곡절 끝에 제정돼 이제 막 시행에 들어간 분쟁조정법이 유명무실해져서는 안된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마주앉아 얘기를 듣고 합리적으로 시행령과 규칙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도 분쟁조정원 감정부에 검사가 포함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볼 일이 아니다. 사실관계와 인과관계, 의료진의 과실 여부 등을 조사해 사안의 실체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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