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대한 인간의 투쟁사는 지루하고 잔혹했다.
에이즈는 1950년대 말 중앙아프리카의 녹색 원숭이에서 유래돼 미국과 유럽 지역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세상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건은 198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젊은 남성 동성애자 2명을 희귀한 폐렴으로 희생시키면서부터다.
그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천형’이라 불리는 이 질환에 매달렸으며 수천만명이 감염됐고 3000만명이 사망했다.
이들 사망자 중에는 영화배우 록 허드슨과 안소니 퍼킨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 ‘인어공주’ 작곡가 하워드 애슈먼, 무용가 루돌프 누리예프, 영국의 록 그룹 ‘퀸’의 리드 싱어 프레디 머큐리 등 쟁쟁한 스타들이 들어 있다.
그간 에이즈 음모론도 만연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고의적인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라든가 에이즈의 원인은 HIV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 등이다.
세상을 늘 음모적인 시각에서 보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특정지역의 인종을 몰살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생물학전쟁을 대비한 연구를 하다가 만든 질병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 타보 음베키는 에이즈는 HIV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빈곤, 만성적 질병, 영양실조 등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강변해 명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왕가리 마타이 여사는 HIV가 서방세계 과학자들이 생물학전 연구 중 만들어낸 것이라고 믿는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온갖 구설에도 불구하고 에이즈는 인류가 극복해야 할 중대질병 중 하나였던 것만큼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노력도 헛되지 않았다.
지난해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는 180만명으로 정점을 기록했던 2006년의 220만명에 비해 감소했다. 지난 한해 동안 70만명이 치료를 통해서 목숨을 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첫 HIV 감염자인 남녀 2명도 치료제를 복용하며 만성질환처럼 관리하며 살고 있다. 지난 2010년 12월엔 HIV 감염자 가운데 첫 완치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마침내 에이즈 환자에 대한 특별관리 체계를 종결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보건복지부가 HIV감염 환자를 희귀난치성질환자 등록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의료급여 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일부개정'을 행정예고한 것이다.
이는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한 지 27년 만에 '에이즈 환자 등록제'가 전면 폐지되는 것을 뜻한다.
에이즈는 당뇨병처럼 현대의학으로 통제 가능한 만성병이므로 에이즈 감염인을 특수관리 대상으로 묶어 불필요한 낙인과 차별을 받게 하거나, 등록 회피로 에이즈가 지하로 숨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제 에이즈와 맞서 싸워온 지난 30년간의 투쟁의 마무리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기만 하면 만성질환 수준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완치제와 백신이 개발되지 않고 있어 아쉬움은 남는다. 과학자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