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의 새 이사장 선출을 놓고 또 잡음이 일고 있다. 2년 전(2010년 6월)에도 그랬다. 경선이라는 업계내 여론을 뒤로하고 류덕희 경동제약 회장(74)이 추대를 통해 이사장 자리에 앉으면서 논란은 극에 달했다.
당시 이사장 선출은 협회내에서 힘깨나 쓴다는 몇몇 제약기업의 경영진(또는 오너)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중소제약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그런 류덕희 이사장이 이번에도 논란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2년 전처럼 경선 대신, 몇몇 기득권 세력들이 ‘재추대’라는 배수진을 치고 있다. 아니면 협회 탈퇴라도 하겠다는 듯, 살벌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류 이사장에 거부감을 표하고 있는 개혁세력들은 끼어들 틈조차 없어 보인다.
돌이켜보면, 류 이사장에 대한 회원사들의 거부감은 다른 곳에 있지 않다. 70이 넘은 고령으로 업무 추진력이 떨어지고, 우유부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래 관련 기사 참조>
실제로 2010년 6월 류 이사장 취임 이후, 제약업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해 10월 시장형실거래가제(저가구매인센티브제)가 시행됐고, 11월에는 리베이트 쌍벌제가 도입돼 수많은 제약사들이 고통을 호소해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에는 일괄약가인하라는 쓰나미가 몰아쳐 제약산업 붕괴라는 최악의 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류덕희 집행부는 어느 것 하나 방어해내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 그의 재추대 움직임을 두고 업계내에 새 인물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새 인물론의 이면에는 2년전 경선에 참여하려다 몇몇 기업들의 비민주적 이사장 선출 강행으로 뜻을 이루지 못한 일성신약 윤석근 사장이 있다. 그는 변화와 개혁, 대정부 소통강화를 외치고 있다. 집행부에 대한 회무능력을 평가하고 민주적 경선을 통해 이사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도 확고하다.
아직은 찻잔속의 태풍에 불과하지만, 최근 윤 사장이 새 이사장 후보로 적임자라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는 터이다. 그런 마당에 ‘경선불가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은 안타깝기 짝이 없는 일이다. 언제까지 구태를 재연할 것인가.
제약협회의 새 이사장 선출논란은 앞으로 며칠이 고비다.
제약협회 정관에 따르면 새 이사장은 오는 23일 정기총회일에 열리는 새로운 이사회에서 최종 선출하게 된다. 51개 이사사의 의중에 따라 결정된다.
현 이사회는 이날 류덕희씨를 차기 이사장으로 재추대하는 안을 올릴 예정인데, 재추대 안건에 반대 의견이 많을 경우, 새로운 이사장을 추천받아 찬반투표로 뽑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류씨가 추대안에서 부결될 경우, 이미 출사표를 던진 윤석근 사장이 자연스럽게 새 이사장 후보로 추대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누가 협회 이사장이 되느냐에는 관심이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변화하는 시대에 그에 부응하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협회 이사장을 감투나 쓰는 자리 정도로 인식하거나 기득권이나 유지하려는 발상으로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거니와, 한국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류덕희 이사장에 대한) 재추대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현 이사장단이 총 사퇴하겠다는 말이 나온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는 다른 사람이 이사장이 될 경우, 협회를 탈퇴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협박이다.
지금이라도 변해야 한다. 뼛속까지 구태로 무장한 아날로그 시대 사람들이 협회를 이끌어서는 희망이 없다. 강물은 한번 뒤집힌 이후 새 물줄기를 만드는 법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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