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낙태문제를 놓고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시시피주는 낙태를 살인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놓고 대립 중이며 텍사스법안을 놓고도 하급법원과 연방법원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1월 10일, 의사 조산사 등이 임부의 동의를 얻어 낙태한 경우에 형사처벌하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해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다.
그렇다면 생명의 시작은 어디부터일까? 미시시피주는 "수정이나 복제 혹은 그에 상응하는 순간부터"로 법안을 규정했다.
이 경우 무조건 낙태는 살인이 되며, 성폭행이나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임신부의 생명이 위험한 상황도 예외가 되지 않아 과연 진정으로 여성을 위한 것이냐는 의문이 일고 있다.
잠재적 생명을 보호해야 하지만 임신부의 건강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익들은 상호보완적이다. 임신 첫 3개월 동안은 낙태로 인한 사망자수가 출산으로 인한 사망자수보다 더 적다.
임신 7~9개월까지는 태아가 탄생해도 사실상 생존능력을 가질 수 있는 시기로 잠재적 생명의 보호라는 의미에서 임신부의 생명에 위협이 가지 않는 한 모든 유형의 낙태를 규제하거나 금지할 수도 있다.
낙태권을 프라이버시권의 하나로 선언한 것은 1973년 로우 vs 웨이드(Roe v. Wade)사건이다.
이는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가 낙태의 권리를 포함하는지에 관한 가장 의미있는 판례로 미연방대법원은 ‘여성은 임신 후 6개월까지 임신중절을 선택할 헌법상의 권리를 가진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의미하는 바는, 낙태를 처벌하는 대부분의 법률들은 미국 수정헌법 14조의 적법절차조항에 의한 사생활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침해로, 위헌이라는 것이었다. 이 판결로 낙태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미국의 모든 주와 연방 법률들이 폐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 판례에서는 또 출산 전 3개월 동안은 낙태가 금지될 수 있다고 판결하여 태아가 자궁 밖에서도 생명체로서 존중될 수 있는 기간을 인정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낙태가 불법이다. 예외적으로 모자보건법에 정한 사유에 해당하고 임신 24주 이내에만 낙태가 허용된다. 모자보건법상 낙태 사유는 유전학적 질환, 전염성 질환, 강간 등에 의한 임신, 혼인이 금지되는 인척간 임신,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우려 등이다.
낙태 문제의 본질은 여성의 권리나 약자에 대한 배려, 인간적 삶을 살 권리등의 문제에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는 도덕적·교적 가치들이 개입하여 불꽃을 튀기고 있다.
논리는 우리시대 최고의 재판관이다. 무엇이 옳은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일 때 보다 논리적인 쪽이 승리를 거둔다. 그러나 낙태문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따라서 어떤 주장이 옳고 어떤 주장이 그른지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다. <본지 객원논설위원/소설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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