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설] 글로벌 강국, 의학·제약산업에 달려있다
[신년사설] 글로벌 강국, 의학·제약산업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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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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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계의 어지러운 현안들이 그 무엇 하나 정리되지 않은 채 2012년 새해를 맞는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다. 신년 각오를 새롭게 다지기는커녕 고스란히 새해로 넘어온 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일이 급선무로 다가온다.

지난 1년 내내 격동의 화근이었던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는 12월 끝자락까지 의·약계에 시련을 안겨주었다. 제약업계의 사활이 걸린 일괄약가인하 정책을 놓고 정부와 업계가 법정에서 누가 옳으니 그르니 하며 다투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벌써부터 눈앞에 어른거린다. 정부의 강행방침이 바뀌지 않는 한 예정된 코스일 뿐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통과로 올 봄 효력이 발생하면 거대 글로벌 제약사들의 거센 특허공세와 국내 제약사들의 위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온실 속에서 지내온 국내 제약사들에겐 험한 파고, 감내하기 어려운 과제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신년 사업계획도 제대로 짜지 못하고 언제까지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의 자비를 바랄 수는 없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역발상의 교훈을 차분히 되새길 때다.

더 이상 불안에 떨며 정신없이 우왕좌왕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수록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경영의 철칙이다.

정공법 앞에서는 어떤 괴물도 버틸 수 없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테세우스 왕자가 크레타섬의 미궁에 들어가 반인반수(우두인신)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퇴치하고 금의환향해 왕위에 올랐다는 신화가 새삼 오늘의 제약업계에 시사하는 바 크다.

어둠 속을 비추는 보석같은 제약사들

터널 안에 갇힌 우리는 지난 연말 어둠속을 비추는 몇몇 횃불들을 보았다. 어느 원로 제약인의 다짐처럼 지금같이 어려운 때가 없었지만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기 혁신의 기회로 삼아 신약개발로 위기를 넘는 생생한 사례들이다.

결코 말같이 쉽지는 않지만 지혜로 난국을 헤쳐 나가는 몸부림이다. 몸을 찢는 산고가 없다면 옥동자의 탄생을 기대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사진/포토애플 헬스포토>
한미약품의 개량신약인 복합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은 작년 말 복싱데이(12월26일)에 첫 선적을 마쳤다. 해외수출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 MSD로 보내는 초도 물량이다.

국내 발매 2년 만에 종전과는 정반대로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신약을 판매대행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국내 제약사가 만든 약을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세계인들이 복용한다는 말만으로도 가슴 벅차지 않은가.

이 경사를 계기로 글로벌 치료제 국내 생산이 이제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제약업계가 내딛는 첫걸음이 돼 후속타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보다 2주일 앞서 보령제약이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터키에 458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은 사실도 기념할 만한 일이었다. 의약품 본토인 유럽시장에 진출키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기 때문이다. 유례없이 10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500억원의 연구비를 들여 개발한 국내 15번째 신약이 성공적인 글로벌화 모델이 되는 청신호로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제약사가 토종 신약을 팔기까지

동아제약은 기능성소화불량증 치료신약 ‘모티리톤’ 등으로 일괄 약가인하로 인한 매출감소에 대응할 태세다. 올해 700억원 수준인 수출에도 힘쓴다는 양면 전략을 들고 나왔다. 특히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흐름을 리드한 한 해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일부 대형 제약사들의 이러한 자구책 노력과는 달리 중소제약업체를 비롯한 국내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4월로 예정된 약가인하에 별다른 대응책을 강구하지 못한 가운데 회의만 열 수밖에 별다른 수단이 없다니 이런 비극이 없다. “회의는 춤춘다”는 자조의 말이 나왔음을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영세한 중소 제약사들은 제네릭 의약품에 의존한 경영을 해온 탓에 일괄약가인하라는 쓰나미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20%선의 매출-영업이익이 감소한다니 사지로 몰린 꼴이다.

감히 사마귀가 수레를 막는다는 당랑거철의 무모함을 무릅쓰고 150여개 제약사가 ‘슈퍼 갑’인 주무부처를 상대로 소송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면 그 처지가 급박함을 알 수 있다. 복지부는 현대 행정의 큰 흐름인 예고행정 원칙을 무시하고 강력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원초적 실책을 뒤늦었지만 인정해야 마땅하다. 그런 다음 정책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 <사진/포토애플 헬스포토>
과도기 제약산업, 너무 흔들지 말아야


제약업계가 약가인하라는 큰 틀을 수용하기로 입장선회를 한 만큼 연차적 인하 등 타협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장기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도 과도기를 두어 정책적 지원을 할 때가 지금이다.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다.  

지난 연말에 터진 한 중견제약사의 800억원대 리베이트 제공사건은 국민 모두를 절망에 빠지게 했다. 지난해 정부합동조사결과 리베이트건에 연루된 의사 2500여명이 적발되고 쌍벌제 시행이후 처음으로 의사가 사법처리되기도 했다. 이제 그 부끄러움을 넘어서는 발걸음을 떼어야만 한다.

의료계 역시 보건의·약계의 자정선언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리베이트의 사슬에서 벗어나야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사실 의·약계는 리베이트 관행을 주도해온 샴쌍둥이라는 원죄를 안고 있다.

그러기에 의·약계는 새해를 의약품 거래에서 ‘리베이트 근절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실천에 옮겨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를 위해 병원 경영에 편법이 동원될 여지를 남기지 않도록 의료수가 현실화 등의 정부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의료계 직역 갈등 해소해야

의료산업 선진화의 큰 걸림돌인 보건의료계의 직역 간 갈등, 직역별 이기주의도 사라져야 한다. 워낙 견고한 탓에 만만치 않겠지만 반드시 들어내야만 전진할 수 있다. 

우리는 선택의원제, 의협회장 직선제 등을 둘러싼 의사사회의 갈등 역시, 권력투쟁 또는 밥그릇 싸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세대간, 전공과목간, 개업의와 대형병원 간에 이해관계가 얽힌 전형적인 내몫 챙기기투쟁이 되어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누가, 왜 이런 저런 명분을 내세워 제 욕심을 채우려하는지를…. 부끄럽게 알아야 한다. 

치과계 또한 네트워크 치과를 둘러싼 내부 분란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격렬한 논란 끝에 1인1개소 원칙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치과계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의 장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치협 집행부가 모범을 보이고 이끌어야 할 것이다. 

의료소비자와 매일 접하다시피하는 약사들도  대선, 총선 때 미칠 약사표를 무기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국민의 83%가 가정 상비약을 편의점 등 약국 이외의 장소에서 팔기를 희망하는 여론조사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약사들은 약사회 집행부가 약사법 개정에 찬성한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20여간 논란을 벌여온 문제다. 안전성이 상당부분 확보된 의약품에 대해서는 의료소비자 편익을 배려하는 게 세계적 추세다.

그들의 직역 이기주의를 위해 나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다. 소비자 편의성과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주기 바란다. 지나친 집단이기주의는 역풍을 불러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협상과 설득으로 갈등 최소화해야

눈을 밖으로 돌리면 후발 경쟁국들의 도전이 무서울 정도다. 우리의 제약바이오 인재의 경쟁력은 중국의 7분의 1 수준이다. 국내의 이 분야 연구원은 4000명을 겨우 넘는 반면 중국은 3만5000여명이나 된다. 연구개발비, 논문수에서도 중국에 뒤지는 처지임을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눈앞의 이익다툼에 빠져 땅꺼지는 것조차 모르는 어리석은 행태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다. 

보건산업은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영역이다. 또한 강력한 이익집단의 이해가 엇갈리는 부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책결정과정에서 협상과 설득으로 갈등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고의 능력을 가진 보건의약분야의 전문가집단이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그렇다. 새해에는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이 이점을 염두에 두고 판단하고 행동할 것을 간곡히 바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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