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을 조작하려는 연인들의 이야기다.
착하고 소심한 남자 조엘(짐 캐리)과 당당하고 자유로운 성격의 클레멘타인(케이트 윈슬렛)은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계속되는 말다툼 끝에 이별한다. 클레멘타인이 조엘에 대한 아픈 기억들을 병원에서 지우자 조엘도 그녀에 대한 기억을 삭제시킨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영원히 아름답게 사랑하고 싶은 것은 모든 연인들의 욕망이다. 이별은 고통이다. 사람들은 그 고통을 잊기 위해 몸부림치며 사랑의 기억을 조작하려고 든다.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심리스릴러 소설 ‘파편’은 잃어버린 기억과 시간을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아픔을 그린 소설이다.
교통사고로 아내와 아이를 졸지에 잃은 끔찍한 기억 속에 살아가는 루카스는 광고를 보고 찾아간 병원에서 나쁜 기억을 지워주는 기억상실 실험에 참가할 것을 제안받는다.
루카스가 병원에 다녀오자 죽은 아내가 돌아와 있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하는 등 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이처럼 최근 들어 기억에 대한 영화나 소설 등이 늘어가고 있다. TV드라마 ‘천일의 약속’은 치매에 걸린 여주인공의 고충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지 모르겠으나 살아가면서 얻은 상처를 망각을 통해 치유받으려 하는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의학적으로 기억은 서술기억과 체계기억으로 나눈다고 한다. 서술 기억은 “어제 밤 그녀와 식사를 한 뒤 영화를 보았다”는 식으로 어떤 사실 등을 말로 풀어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체계기억은 발레나 스키타는 법과 같이 처음에는 순서를 외우면서 배웠지만 나중에는 우리 몸이 알아서 행동해주는 기술적인 것을 말한다.
이런 때에 국내 연구진이 전기충격으로 기억을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은 실험용 쥐의 뇌에서 PLCβ4라는 특정 유전자와 전기신호가 공포에 대한 기억을 지우는 데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시상 신경세포의 단발성 전기신호가 뇌의 다른 부위에 전달되면 "관련 기억을 지우라"는 명령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돼 봐야 알겠으나 실용화된다면 인간의 삶의 질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아픈 상처는 모두 잊고 즐거운 기억만 남기고 살아가는 게 정말 행복하고 바람직한 삶인가는 깊이 천착해 볼 일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