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또 다른 이름 ‘하얀 정글’
병원의 또 다른 이름 ‘하얀 정글’
돈이 있어야 아플 수 있는 현실
  • 이지영 기자
  • admin@dttoday.com
  • 승인 2011.12.07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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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에서 물이 똑똑 떨어진다. 받아내는 하얀 두 손은 너무나 작고 연약하다. 이는 영화의 첫 장면. <하얀 정글>은 현직 의사가 직접 폭로하는 국내 최초의 다큐멘터리 의료영화다. 중반부를 지나면 수돗물은 두 손에 다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콸콸 흘러내린다.

입원보증금 2000만원이 없어서 사망하는가 하면 수술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의 사례는 소설 속 일이 아니다. 인건비를 줄이려고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면서도 한달에 3, 4000만원을 투자해 광고에 열을 올리는 ‘병원’의 입장은 모순적이다. 당일 외래환자 수가 문자로 발송돼 굴욕적인 ‘의사’들도 난감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지난 6일 치협 임원들과 함께 관람한 ‘하얀 정글’. 영화의 시선은 사회의 소외계층이 의료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진료를 포기하는 불편한 현실을 조명한다. 결국 그 화살은 ‘의사’에게, 다시 ‘병원’에, 또 거대한 이익집단으로 향한다. 그 화살이 꽂히는 과녁은 결국 ‘정부’다.

당뇨에 걸린 이 모씨는 몇 만원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3차 병원은 그를 외면했다. 백혈병에 걸린 박 모씨는 1억원이 넘는 치료비 탓에 골수이식 대신 항암치료만 받았다. 기적처럼 완치됐지만 이번에는 부당하게 과다 청구된 병원비로 소송을 걸어야 했다.

폐지를 팔아 생계를 잇는 할머니 역시 진료비를 지원 받을 수 없다. 대한민국 최저 2%, 즉 ‘의료급여 1종’에 속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급여’란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의료급여법에 제정돼 있다.

의료 산업의 발달은 시장의 확대를 가져왔고, 자본과 시장의 논리는 결국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현실을 한입에 꿀꺽 집어삼켰다. 영화는 줄곧 목숨으로 장사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돈이 있어야 아플 수 있는 현실은 너무 참혹할 뿐이다. 이는 ‘의료 민영화’가 실현될지 모르는 앞으로의 상황을 가정해 의료시장이 산업화됐을 때 가장 참혹한 미래를 우려하며 우리에게 물음표를 남긴다.

▲ 송윤희 감독(왼쪽)과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신 정책이사
영화가 끝난 후 감독과 대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송윤희 감독, 최윤정 의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김철신 대한치과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치과의사들에게도 생존이 걸린 절실한 문제”라며 “(의료민영화는) 자본만을 위한 의료제도가 될 것이다. 의사도 환자도 국가도 모두 피해자가 될 것이며 지금도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혹시 정말로 시장원리를 도입하면 내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결코 헛된 얘기가 아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 아프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 물었다. 송 감독은 “중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를 위해서 공공의료 복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던지는 메시지는 이 부분이다. 과잉진료, ‘30초 진료’(실제로 영화 속에서 대형 병원의 진료시간을 쟀더니 평균 30초였다. 이렇게 진료시간을 단축하면 하루에 만명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로 환자를 ‘고객’으로 보는 의사들의 양심도 문제다. 

▲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뒤 퍼포먼스 행사가 이어졌다.
의사들이 ‘장사’를 하게 만든 것은 결국 과열화된 제도와 시장 시스템의 압력에 있다. 결국 의료 민영화가 시행돼 영리법인이 만들어지면 머지않아 영화 ‘인타임’처럼 돈을 주고 ‘목숨을 사는’ 미래가 가까워질지 모른다.

현장에선 퍼포먼스 행사도 마련됐다.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이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사진촬영에 나섰다. 신자유주의의 선봉에 섰던 영국의 마가렛 대처 수상마저 한 이 말은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의미심장함을 남긴다.

‘모든 것에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다 해도, 국방과 의료만큼은 정부의 책임이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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