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은 단순 X선 촬영에 비해 구조물이 겹쳐지는 것이 적어 구조물 및 병변을 좀 더 명확히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이런 장점을 활용하여 CT로 307년 된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베츠’의 복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CT 촬영으로 디자인, 나무 재질과 밀도뿐 아니라 벌레 먹은 구멍, 미세한 흠집 등을 사진에 담고 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CAD)을 통해 3차원 영상이 담긴 컴퓨터 파일로 생성, 컴퓨터수치제어(CNC) 선반에 입력해 바이올린을 제작했다는 것.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크게 놀랐다. 의료기기에만 한정해서 사용하던 CT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해프닝은 놀랄 일도 아니라는 일이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엔 프린터에 대한 기존의 사고를 뒤집는 혁명적 개발이 독일의 프라운호퍼연구소에서 일어났다.
이 연구소는 지난달 11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국제생명공학전시회에서 세계 최초로 3D(3차원) 프린터로 만든 혈관을 선보였다.
이 혈관은 프린터 노즐에서 플라스틱의 일종인 고분자물질을 뿌려 층층이 쌓은 다음, 전자 빔을 쏘아 굳혀서 만든다.
잉크젯 프린터로 잉크 방울을 뿌려 글씨를 만들듯 입체 분사방식으로 혈관을 생성해 낸 것이다.
지난 7월 말 영국 사우스햄튼대 연구진은 3D 프린터로 '찍어낸' 최초의 무인비행기 '설사(SULSA)'의 비행시험에 성공했으며 SF영화 ‘리얼스틸(Real Steel)’에 3D 프린터가 활용됐다고 한다.
이제 무엇이든 바라는 대로 그 자리에서 척척 찍어내는 ‘3D 프린팅’ 시대가 막이 오른 것이다.
적용 대상은 무한하다. 초콜릿이나 기계부품, 생체조직 같은 작은 크기에서 비행기, 건축물 같은 대형 구조물까지 다양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앞으로 환자나 의사가 원하는 장기모형을 CT와 프린터를 사용해 인체의 모든 장기를 찍어내는, 영화나 공상과학 소설에서 보던 일도 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
임시변통으로 생각해 낸 실용적 방법들이 단서로 작용하여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류를 마법적 변화로 이끌어간 사례들은 수없이 많다.
그런 사례들은 인류사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냈다. 이제 과학발전은 경이감을 넘어 우리에게 두려움마저 주고 있다. 이런 상상불허의 진보가 인간에게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