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 쪽박은 깨지 말아야
제약산업 쪽박은 깨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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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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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첫 단풍이 지난 주 설악산에서 시작됐다는 소식이지만 제약업계는 이미 낙엽 지는 계절이 지난 듯하다. 참으로 황량한 시절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옷 벗은 나무 가지만 남은 채 엄동설한을 보내야 할 처지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의 제의로 약가인하방안 고시에 앞서 오늘(11일) 1박2일 일정으로 복지부와 제약업계가 8.12 일괄약가인하방안을 놓고 토론에 들어갔지만 제약사들은 원안에서 크게 달라질 내용이 없을 것이라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는 분위기다. 업계는 현재 진행되는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끝날 때까지 3년간 약가인하 유예를 호소했는데 임 장관은 지금까지 업계와 소통하겠다는 등의 원론적인 얘기만 내놓았을 뿐이다.

다만 임 장관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약업계와 협조해서 (제약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발언한 점에 주목한다. 주무당국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입법예고에 앞서 이해 당사자인 제약사 대표들을 초청해 숙박을 하면서까지 외부에서 토론회를 갖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복지부로서는 아마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제약업계는 물론 국회까지 나서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약가인하 후폭풍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약가 조정 정책의 파장이 예상외로 심각함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취한 조치였다면 다행이다. 혹은 의외의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우회전략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느 쪽이든, 사태가 여기까지 왔으면 복지부는 여론을 수렴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귀를 활짝 열어두어야 할 것이다. 타당한 주장에 대해서는 과감히 받아들여 정책을 수정하는 일도 마다해서는 안 된다. 업계입장을 듣고만 말 일이라면 번거롭게 이런 모임을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아니면 종전 주무부처의 행정처리 관례마냥 정부원안을 새삼스레 설명하고 납득시키려고만 한다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제약업계는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연구소를 신·증설한다든가 신약개발 R&D투자를 확대하는 등의 자력갱생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돼 가는 터다. 이같은 연구풍토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선진국의 글로벌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집중투자하는 유망 먹거리 산업인 제약업에서 후발주자로서 이들과 경쟁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진국들은 정부까지 나서 오래전부터 제약보건산업을 국가차원의 주요 아젠다로 정하고 연구개발 예산을 대폭 확대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R&D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이 담보됐을 때 눈을 돌릴 수 있는 법이다.

몇몇 우리 IT산업분야가 세계정상에 서기까지 정부가 기술개발을 이끌고 연구개발을 위한 수익을 보장해준 사실은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요즘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정책을 보면 참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동냥은커녕, 쪽박을 깰 것만 같아 위태롭기 짝이 없다.

복지부는 나중에야 어찌되든 당장 약가인하 원안을 강행해 제약업계에서 진액을 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의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면 마르지 않는 화수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파수꾼 역을 주무당국이 해야 함은 물론이요 책무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제약업계는 8.12 신약가제도의 서슬에 질려 최소한 생존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분석한 국내 제약산업의 평균 매출원가는 53.76%다. 인건비, 경상개발비, 연구비, 광고선전비 등을 제하고 나면 영업이익이 10%선이다.

정부의 약가조정안대로라면 현행약가의 17~20%를 내려야 한다. 제약업계 주장처럼 연 1조원대의 손실까지는 아닐지라도 약품을 생산·판매할수록 손해나는 구조를 피하기는 어렵다.

제약사들은 약가인하시 수익성이 악화돼 마진이 낮거나 손실발생 품목을 우선적으로 생산중단키로 하고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생산중단을 고려하고 있는 품목이 전체 보험의약품의 20%에 육박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인력 등의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런 형편에 신약개발 선도기업을 우선 지원한다는 건 먹을 수 없는 당근을 내미는 것에 불과하다.

제약업계는 상징파 베를렌이 ‘가을노래’에서 읊었듯 “비올롱이 길게 흐느끼는 이 가을, 궂은 바람에 여기 저기 흩날리는 낙엽”이 될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가 주창하는 블록버스터 신약개발은커녕 세계수준의 제네릭 기업이 되기도 요원하다.

산업통인 임 장관이 누구보다 잘 알겠지만 산업은 세우기가 어렵지,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길을 두고 뫼로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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