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우먼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자치과의사
슈퍼우먼으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여자치과의사
[월요인터뷰]로덴치과 하남점 박주언 원장
  • 김만화 기자
  • admin@dttoday.com
  • 승인 2011.08.29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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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는 전체 치과의사 4명 중 1명이 여성치과의사라는 결과가 나왔다. 전문성을 갖춘 여성파워가 한국사회에 점차 뿌리를 내리고 있다. 로덴치과 박주언 원장도 그 중 한 명이다.  박 원장은 자신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늘 변신한다. 세밀하고 정확한 진료를 하기 위한 ‘탐정가’로, 변화를 두려워 않는 ‘경영자’로서 그리고 육아와 일 모두를 짊어진 ‘슈퍼우먼’이 된다.

'준비된 이에게 기회는 온다'는 그의 철학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의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발견하기 위해 오늘도 그는 환자와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직원들과 동료애를 나눈다. 철칙과 신념으로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치과의사 박주언 원장의 삶을 들여다봤다.

아버지의 권유로 시작, “이제 환자를 가슴으로 끌어 안는 법을 알았다”

▲ 박주언 원장.
그는 유년 시절 우연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 흰 가운을 걸친 것을 보며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말했다. 공대에 진학 후 한 때 연구직을 희망했지만 결정적으로 치과의사가 된 이유는 아버지의 권유였다.

치과대학에 입학 후 전공을 정해야 했다. 당시 동기들은 치주과보다 교정과를 선호했다. 물론 교정과를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박원장이 치주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실습 당시 진료받기 위해 그를 찾아온 환자가 있었다. 상태를 파악해 보니 이미 치주질환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다. 정상기능을 회복하기 힘든 정도였다. 당시 환자가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박 원장은 치과의사로서 예방치료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의료인의 본분을 지키지 못한 것이라고 깨달았다.

어떤 날은 한꺼번에 80여명이 몰려와 치료를 해달라며 성화를 한 적도 있었다. 지칠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환자를 가슴으로 끌어안는 법을 알고 있었다. “더이상 보존이 힘든 경우 발치를 할 수밖에 없다. 치료를 결국 감행하고 나면 고마워하는 모습에 더 미안했다” 라는 말뿐이었다. 박 원장은 현재까지도 국내의 저소득층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나눔의 의미를 전하고 있다.

그는 치주과 졸업 후 오랜기간 동안 봉사활동을 해오면서 환자의 전반적인 치아 관리를 위한 계획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환자의 리콜(RECALL)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앞서 인식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병원이 일반 개원가에 비해 높은 성과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환자의 사후관리가 철저했던 결과였다. 환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인지해야만 환자에게 최적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이 일궈낸 성공이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나를 찾는 것, 그것은 환자의 진료를 넘어 ‘인간적인 교류’라고 생각한다. 환자가 보다 쉽게 병원에서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 원장은 현재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반 보건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구강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의 치료진행상황, 질환의 성격을 설명하고 향후 관리에 대한 계획을 환자와 고민해보고 진료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수퍼우먼으로 살아가는 30대 전문직 여성, “가정과 일 양립은 한국사회에서 힘든 일”

▲ 로덴치과에서 운영 중인 커리큘럼에 박 원장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날 연자로 로덴치과 대표 조영환 원장이 나서 강연을 진행했다.
‘한국에서 여성이 남성과 경쟁하는 사회생활은 마치 바퀴 하나가 바람이 빠진 채 자전거 경주를 하는 것과 같다’는 어느 대기업 회장의 말은 실제 박원장이 겪고 있는 환경과 크게 동떨어져 있지 않았다.

슈퍼우먼 생활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그는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환자들을 돌보지 못한다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것이 그의 일관된 생각이었다. 박 원장은 가족들, 특히 아이들의 희생을 가장 염려했다. 가끔 아이들이 출근하지 말라며 박 원장의 소매를 당길 때 마음이 아린다는 표현이 절절했다.

이어 그는 가정과 일을 동시에 하는 일은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 양육과 같은 삶의 변화는 사회생활을 하는 데 위기점이 되기도 한다. 이 시기마다 사회생활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해 깊은 갈등을 겪게 된다. 최근 기혼여성들을 대상으로 우리 시대 슈퍼우먼의 현실을 알아보는 인식조사에서 가정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74.4%로 압도적이었다.

실제 육아와 일을 정확히 분리해 병행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대부분의 ‘직장맘’들은 인정하고 있다.

치과대학은 실제로 여성이 높은 성적을 거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학업집중도나 꼼꼼함이 주된 이유라고 본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제약으로 본인의 능력이 빛을 발하지 못할 때 답답하다는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것은 졸업과 동시에 피부로 느낀다. 대학 수련당시 어떤 환자가 힘없는 여자에게 진료를 맡겨도 되냐면서 고개를 돌린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갖고 있는 친화력으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현재 큰 규모의 병원급 원장들은 대부분 남자들이 맡고 있다. 여성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현재까지 작은 의원급들뿐이다. 그는 되려 그 환경에 맞게 특화된 아이템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더 승산이 있다고 봤다.

그는 여성의 특수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가정’은 여성들에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주변 동기들은 일을 그만두거나 진료시간을 떼어내 그 시간을 모두 육아에 쏟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들을 위해 아이들을 돌보고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히다. 치과의사뿐 아니라 치위생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휴직하는 부분도 그 이유에서이다. 가정과 일을 양립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라며 의료진을 위한 보육시설을 제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역설했다.

“치과계 10년 앞이 걱정… 다각화된 방면에서 활동력 키울 필요”

모두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일반적으로 치과의사라는 직종은 미래가 보장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 로덴치과 하남점.
그가 학교에 다녔을 때보다도 현재 우수한 인력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졸업 후 현실을 보장해 주는 상황과 지금은 큰 차이가 있다.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더욱 커지리라고 그는 예상했다.

“학교에 다녔을 당시에도 ‘경영’과 관련해서는 수업을 많이 듣지는 못했다. 나중에 개원을 해서 보니 진료를 할 때 환자를 위한 적재적소의 아이템이나 직원관리부분도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원장은 진료에서 중요한 점은 의료행위, 지식, 스킬, 바로 3박자의 조화를 강조했다. 그는 “의료행위 자체는 가치를 따져 매길 수 없다. 공급의료서비스가 오직 결과물을 위해 고민해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회의감이 든다”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료인으로서 나름의 해답을 찾는데 몰입하거나 도덕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그런 탐구의 자유가 많이 부족했었다는 점을 그는 아쉬워했다.

“최근 치과계의 혼란은 무릇 영리법인까지 그 문제가 전이됐다.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인력이 많이 증대하게 된 이유도 치전원이 생긴 뒤 심해진 것 같다. 사실 예상했던 결과였다. 많은 의료진들이 배출되고 투자비용에 비해 현실적으로 처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는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개원가를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치과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치과계 정책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것을 권유했다.

“치과수요를 늘리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일반치과의사들의 지위문제가 아니다. 개원가의 환경은 열악하다.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다면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치과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다각화된 활동’이다. 현재 치과대학을 졸업하면 대부분 병원을 차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 벗어나 보건복지부부서, 정책을 만들 수 있는 국회 등 활동반경을 넓혀야 할 것이다. 정책적인 일관성이 보건의료계에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경제적인 문제에 매달리다 보면 환자를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흐려지게 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를 냈다. 자본주의 잣대에 휘둘리게 된다면 의료인의 본분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현재 저수가네트워크로 말이 많다. 경제적으로 불안한 의료진들을 자꾸 흡수하고 있다. 어느 매체에서 얼마전 호주의 존경받는 직업군을 소개하더라. 상위권에 랭크된 순위를 눈으로 훑는 순간 놀랐다. 선교를 하는 목사보다도 더 높은 순위에 치과의사가 있더라. 우리나라도 대중들과 교감할 수 있는 그런 문화를 만드는 게 치과계 내에서도 절실하게 필요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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