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까지 끼어든 사후 피임약 논쟁
종교까지 끼어든 사후 피임약 논쟁
  • 노영조 기자
  • admin@hkn24.com
  • 승인 2011.07.08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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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당초 의사회와 약사회간의 영역 다툼에서 논란이 시작됐으나 종교계가 끼어 들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튀었기 때문이다.

종교계가 뛰어들자 이젠 전문의약품에서 일반약으로의 전환여부 뿐아니라 약의 존폐문제가 새로운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종교계는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과학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 교리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어 문제가 한층 복잡하게 꼬였다.

마치 중세시대인 양 속세의 온갖 일에 참견하던 한국천주교회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3차 소위가 사후피임약의 일반약 전환 건에 대해 보류 판정을 내리자 일반약 전환반대는 물론 사후피임약 자체를 사용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후 피임약은 낙태약이기 때문에 생명을 지키려는 교회로서는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흔히 성관계를 가진 다음 날 아침에 복용하는 약이라 해서 ‘모닝 필’이라고도 불리는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임신의 진행을 막아준다고 한다. 수정난의 자궁내 착상을 막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인간의 생명인 수정난을 파괴하는 낙태약이라는 게 사후 피임약을 보는 교회의 시각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150만 건 이상의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사후 피임약 시판을 찬성하는 측은 낙태감소, 여성건강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회는 이 약이 생명을 파괴할 뿐아니라 문란한 성문화를 조장한다며 약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정난과 관련해 언제부터 인간의 생명으로 보느냐, 또 자궁내 착상을 막는 것도 낙태인가하는 등 낙태에 대해서는 종교나 학자에 따라 여러 의견이 있다. 우리나라는 형법에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낙태에 대한 범죄의식이 희박해 사문화되다시피 한 게 현실이다.

사후 피임약은 현재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는데 독일도 우리와 같은 분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이탈리아 프랑스 등은 일반약으로 분류돼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다.

국내 시장규모는 연간 100억원 미만이지만 약품 재분류를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의사회와 약사회가 사후피임약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어느 쪽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일부 일반의약품을 슈퍼등에서 팔 수 있도록 하는 행정조치가 불가피한 현실에서 약사회측이 일부 시민단체들을 등에 업고 사후 피임약 등 상당수의 전문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의·약사 분쟁이 촉발됐다.

선제공격을 당한 꼴이 된 의사회측이 반대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사후 피임약을 병원에서 직접 팔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등에 냈다. 약사회측의 섣부른 공세가 전선을 확대시킨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또 일반약으로 전환했을 경우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복지부, 식약청, 일부 중앙약심 위원이 사후피임약은 여러 약리작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일반약 전환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일반약 전환이 사실상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반약 전환여부를 떠나 정작 국민들은 내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된 보건의료계에 정나미가 떨어졌다는 사실을 의사회나 약사회측은 알기나 할까.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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