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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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5.19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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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제약사' 하면 엄청난 연구비를 들여 오리지널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는 본사나 미국 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 세운 현지법인의 경우에 해당되는 얘기다.

국내 다국적 제약사를 보면 전혀 달라진다. 제약사가 아니라 마치 의약품유통회사인 듯 판매관리비는 쏟아부으면서 R&D 투자는 오히려 줄였다. 어느 우화적인 표현처럼 ‘훨훨 나는 기러기가 날지 못하는 거위’가 된 꼴이다. 

그러면서 다국적 제약사 국내법인들은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연구개발비의 범위를 넓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개발촉진법에 따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고시와 조세특례제한법상의 연구개발활동 기준을 확대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다. 그러지 않아도 이 법은 연구개발활동을 ‘새로운 응용방법을 찾는 활동으로 시제품의 설계, 제작 및 시험 등 상품화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이라며 지나칠 정도로 광범위하게 정의해 놓은 터다.

신성장동력이나 원천기술개발 등 연구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세제상의 혜택인 만큼 R&D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경우로 엄격히 제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국적 제약사 국내법인이 해외 본사나 관계사로부터 위임받아 수행하는 임상시험 등은 국내 연구개발활동과는 무관하므로 세제감면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도 다국적 제약사들은 위임받은 임상연구과제 등도 결국은 한국의 연구개발환경 발전에 기여하니 그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궁색한 논리를 펴고 있다. 다국적제약사들이 국내에서 시행하는 임상시험 건수는 늘고 있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이미 해외 본사나 관계사가 개발한 의약품에 대해 국내 식약청의 시판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적 요식 행위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세제혜택을 달라니, 적반하장이 따로없다. 기가 차다. 대가를 지불해야 할 쪽은 오히려 이러한 주장을 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이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을 해 개발한 신약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기고 있으니 당연하지 않은가.

그나마 임상투자도 점차 줄어 이들이 주장하고 있는 R&D 투자 의도를 의심케 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지난해 국내에 투자한 R&D 비용은 2234억원으로 2009년의 2245억원보다 줄어들었다. 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4조원으로 2009년에 비해 16%나 늘었는데도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깎인 것이다. 연구개발비라고 해봤자, 국내 허가용 임상이지만 말이다.

그 결과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R&D 투자비율은 6.5%에서 5.6%로 내려갔다. 10대 글로벌 제약기업의 R&D 투자가 매출의 19%인 것과 비교하면 한심한 수준이다. 신약개발에 소요되는 투자비용이 급증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연구개발활동이 크게 위축됐음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총직원수 대비 연구원 비중도 2008년 14.5%에서 2009년에는 11.6%로 떨어졌다.

이들은 국내 신약 가격이 미국 등에 비해 매우 낮아 R&D 투자의욕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이유를 대지만 설득력이 없다. 소득수준, 물가 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가격비교는 무의미하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의 지난해 판매관리비는 크게 늘어나 5% 감소세를 보인 국내 제약사와 대조를 이룬다. 특히 화이자, 바이엘, 베링거잉겔하임 등 세계 상위 제약사들조차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이 40%를 웃돌았다. 와이어스, 세르비에는 매출의 절반에 육박해 이들이 과연 제약회사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연구보다 판매에 더 열을 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까마귀 검다하고 백로야 웃지마라’는 시조가 제격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제라도 진심을 보여야 한다.  해외에서 개발된 의약품을 들여다 국내 시장에 파는 도매상이라는 비판에 귀를 닫아선 안된다.

영세한 규모에다 약가인하로 고전하는 국내 토종 제약사들보다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활동이 부족하다는 것은 글로벌 제약사의 위상과 능력에 비추어봐도 부끄러운 일이다. 적극적인 R&D 투자로 토종제약사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신약개발에 나서기를 바란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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