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의 직업은 숭고하다. 헌신적인 노력으로 사람들을 질병으로부터 구해내 인간다운 삶을 살게하는 건강 파수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인들로부터 존경과 감사를 받는 일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런 만큼 이들에게는 사회에 대한 높은 윤리의식과 도덕적 책임감이 따른다. 사회적 가치와 자신들 전문직종의 이해가 충돌할 때 전자의 가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의료소비자의 편익을 위해 추진하는 몇 가지 보건의료정책에 대해 이들 집단이 강하게 반발-저항하는 행태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환자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돼온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양전자단층촬영(PET)의 수가(검사비)인하에 반발해 병원협회 등이 행정소송과 효력 정지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들 영상장비는 처음에 영상장비를 5년 쓴다는 가정아래 수가를 산정했다고 한다. 사용빈도가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도입시간도 많이 지나 감가상각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 의료기기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이같은 점들을 감안해 기기별로 15~30% 내리기로 하고 5월부터 시행키로 한 것이다. 이 조치로 연평균 건보재원 1291억원, 환자부담 387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병원단체 등은 상급의료기관은 25억~ 122억원, 중소병원급은 4억8000만원 정도 수익감소가 예상된다며 소송을 벌이기로 했다. 영상장비 도입시기가 각기 다르다면 일괄인하 대신 내용연수나 검사건수에 따른 차등수가제를 적용하는 대안을 제시해 해법을 찾으면 되는데 불쑥 집단소송부터 하겠다고 나선 것은 너무 감정적이고 볼썽사나운 일이다.
내 파이가 조금 줄어들게 되는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기는 약사들도 의사들과 난형난제다. 일회용 반창고나 간단한 소화제 등 몇가지 일반의약품을 약국 외에서 팔 수 있도록 하자는 약사법개정조차 약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지나친 이기주의다. 의료소비자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으로 비친다.
의사의 처방전이 없이도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 모두를 수퍼마켓 등에서 판매하는 것이 약품오남용의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면 우선 국민들이 자주 찾고 안전성이 입증된 몇가지 가정 상비약부터 약국외에서 시범적으로 판매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를 봐가며 대상을 조정하면 문제될 일이 없을 터이다.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지금까지 약사들이 독점해온 의약품 판매시장을 계속 그들만의 리그가 움켜지고 있겠다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우리나라의 의약품 판매제도는 선진국들에 비해 필요이상으로 규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주말이나 심야에는 안정성이 입증된 몇몇 일반의약품조차 살 수 없어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는 상황을 더 이상 외면할 수는 없다.
약사회측이 내세우는 심야응급약국은 이 사업에 참여한 약국이 전체의 0.3%밖에 되지 않는데다 그나마도 서울-수도권에 절반 이상이 몰려있어 ‘무늬만 심야약국사업’에 불과하다. 의약분업을 실시하고있는 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도를 더 늦출 수는 없는 일이다.
의사와 약사들이 하얀 가운과 흰색건물이 주는 숭고한 이미지에 걸맞게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보건당국 또한 여기저기 눈치보는 무사안일 행정에서 탈피해 국민편익을 위해 발벗고 나서기를 바란다.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
유치원생도 알듯한 말 한마디 해주고 복약지도료를 챙기는 지금의 철밥통 문화는 좀 심하지 않은가?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