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글로벌 신약개발 포퓰리즘이 되어서는 안된다
정부, 글로벌 신약개발 포퓰리즘이 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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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3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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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에 성공하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글로벌 신약은 제약산업의 ‘블랙스완(검은 백조)’이라고 할만하다. 개발가능성과 상품화 성공확률이 매우 낮지만 세계적으로 관심을 끄는 질병 치료제를 만들어낸다면 그 파급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블랙스완’은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가 같은 이름의 책에서 금융위기를 예견한 이후 이젠 일어날 개연성이 희박하지만 예외적으로 일어난다면 예상 이상의 충격을 주거나 수익을 내는 것을 가리키는 은유적 표현으로 쓰이게 됐으니 글로벌 신약개발이 그 적합한 예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달 말 범부처 차원에서 업계와 공동으로 신약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신약개발은 약효가 우수하고 안전한 국산 의약품을 공급한다는 공공성을 띠고 있는데다 위험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는 시기가 늦었다는 감마저 든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연구개발 보조금을 지원하는 선에 그쳤는데 앞으로는 신약프로젝트를 발굴, 투자하고 글로벌 마케팅까지 하는 수준으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2019년까지 교과부, 복지부, 지경부 등 3개 부처와 업계가 각각 5300억원의 기금을 마련해 모두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어서 기대되는 바 크다.

신약개발 과정은 참으로 험난하다. 개발에 착수해서 완전한 의약품 생산-판매에 성공하기까지는 그야말로 ‘죽음의 계곡’을 5차례나 넘어야 한다. 그래서 성공확률이 보통 5000분의 1 ~ 1만분의 1 정도로 어렵다.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2억달러 이상의 연구비와 최장 20년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다. 소요되는 연구개발비(R&D 비용)는 갈수록 늘어나 70년대에는 매출액의 11%에서 현재는 16% 이상으로 증가했다.

신약, 신물질 개발과정을 보면 가장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는 초기 임상시험 단계에서 독성으로 인해 개발이 중단되는 사례가 많다. 이처럼 중도에 실패하면 그동안 들어간 투자비용은 보상받을 길이 없어 개발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그런데 국내 제업업계는 영세하기 짝이 없다. 우리 의약품 산업 전체의 연간 매출액이 다국적 제약업체 화이자 1개사 1년 매출의 4분의 1일 정도다. 또 국내 매출액 상위 10대 제약사 R&D비용 합계는 세계 10대 제약사 R&D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 그만큼 신약개발 역량이 달리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2020년까지 글로벌 신약을 10개 이상 개발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현실을 무시한 장밋빛 청사진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신약개발, 더구나 글로벌 신약개발은 의욕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다국적 제약사들조차 신약개발 연구비가 최근 수년 사이 2배로 늘어나는 바람에 심혈관계질환이나 암 등 몇몇 주요 질환 치료제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돌아선 상황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암젠, 제네텍 등처럼 글로벌 신약개발에 성공한 생명공학회사도 있지만 훨씬 많은 제약사들이 도산한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국내 제약사와 연구소들은 하이테크 역량이 부족한 만큼 우선은 비교적 적은 투자로 단기간에 완성할 수 있고 성공확률도 높은 신기술 제형(dosage form) 개발부터 시작하는 방법도 있다. 기술역량을 쌓아가며 단백질 약물이나 유전자 치료제  등 신물질 개발에 눈을 돌렸으면 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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