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결핵과의 전쟁
말뿐인 결핵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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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3.30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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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결핵은 후진국에서나 유행하는 질병이라거나, 또는  오페라 라보엠의 미미나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등 작품속의 여주인공들이나 앓은 과거의 병 정도로 치부하고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듯이 지내왔다.

그렇게 사라진 질병, 못살던 시절의 가난 병으로만 여겼던 결핵에 매년 3만5000명이 새로 감염되고 2200여명이 사망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환자 발생-사망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니 부끄럽기만 하다.

발생률은 10만명당 90명으로 OECD 평균의 6배 이상이고 사망률은 8.3명으로 OECD의 12배나 된다. 게다가 결핵 퇴치율은 OECD 꼴찌여서 나라의 불명예도 문제지만 경제적 손실 또한 만만치 않다. 결핵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도 연간 8200여억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특히 20대 청년층이 다른 연령대보다 발병률이 가장 높은 것은 큰 문제다. 결핵은 호흡기로 전염되는데, 학교 군대 등 집단생활자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민간 병원에는 최근 수년 동안 결핵 격리병동에 입원하는 환자가 크게 늘어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국가차원의 결핵대책에 나서지 않은 것을 보면 보건당국만 이런 추세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그러니 결핵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는 지난해 말 슈퍼 결핵환자에게 필요한 2차 항결핵제를 보험급여에 포함해 달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을 받고도 지금까지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슈퍼결핵은 환자 1명이 10~15명을 감염시키는 무서운 질환이다.  더욱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들이 약값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 전염의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이러한 치료중단을 방지하기 위해 희귀·난치성 질환자로 등록된 결핵환자를 대상으로 오는 4월부터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10%에서 5%로 낮추기로 했다지만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예산이 41억원밖에 확보되지 않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5만여명에 불과하다. 질병관리본부가 80억원을 신청했는데 절반으로 깎인 탓이다.

슈퍼 결핵환자의 경우 2차 항결핵제를 6개월 복용해야 하는데 하루 약값으로 6만3000원이 든다. 이들은 대부분 빈곤층이어서 치료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고 결국 환자수는 늘기 마련이다. 이래서는 결핵 발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 어렵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와 선진국들은 물론 대만, 말레이시아까지도 결핵치료비를 전액 국가에서 지원해준다. 우리도 시늉만 낼 게 아니라 결핵치료비를 재정에서 전액 부담해야 한다.

결핵은 그렇게 두려운 질병이 아니다. 약만 규칙적으로 꾸준히 복용하면 완치될 수 있다. 따라서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환자를 장기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발병환자를 치료하는 초보단계에서 차원을 높여 감염자를 제대로 관리하는 수준으로 적극 대처해야 한다. 결핵전담 간호사를 배치해 환자의 복약상태를 일일 체크하는 것은 물론 환자가 약을 받으러 병원에 오지 않으면 연락을 해서 오게 하고, 또 환자와 접촉한 사람에게 검진을 받도록 권유하는 선진국들의 세심한 관리체계는 좋은 본보기다.

복지부는 올해를 국가결핵조기퇴치사업 원년으로 선포하고 오는 2020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더 이상 국가정책이 실행 없는 말의 잔치가 되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 의학전문지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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